잘 알지도 못하면서 *** 마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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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8-26 21:44 조회2,6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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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홍상수 감독.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출연. ★★★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이러쿵저러쿵 들먹이는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좀 웃기지 말라며 만든 영화 같습니다. 아니면 사적으로 만난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대답일 수도 있겠고요. 제목만 보고도 그렇게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 영화 내용도 그렇습니다.
영화에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수로를 따라 바다를 찾아가기도 하는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을 중심으로 이처럼 순진한 소망들을 품고 사는 인물들이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구경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칭송하기도 하고 또한 우연한 실수와 오해만으로 그를 잘 모르면서 비난하기도 합니다.
제주도 한 대학의 특강 자리에서 열변을 토하며 영화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구경남이 그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얘기들을 떠벌이며 스스로 느꼈을 민망함 못지않게, 위선적이거나 불행하다고 생각되어 안쓰러워 보이는 이 불완전한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발견하는 그 어떤 감정 같은 것들이 영화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과거 남자 이야기를 꺼내며 진지한 고백을 해온 고순(고현정)과도 인연을 더 잇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을 때, 자신을 향한 공감도 무시도 모두 진실과는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게 웃기는 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순진남이 아는 세상이 그만큼 작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을 것이고, 그래서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작은 세상만을 다룬 영화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홍상수 감독이 장난처럼 만들어낸 이 소소한 작품에서 건진 하나의 의미였습니다.
<마더>(2009) 봉준호 감독. 김혜자, 원빈, 진구 출연. ★★★
<마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관객이 어떤 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지를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인이라도 온전히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약간 모자란 아들과 함께 힘겨운 삶을 버텨내야 하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과 헌신, 절박감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층민 전체에 대한 시선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정치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정치성은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감독은 정치인처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없는 데다가, 그저 현실의 문제를 고발하고 비판하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진심을 가지고 현실 그 자체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에게 충분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장르라는 형식미를 갖춘다면 관객은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스릴러 형식으로만 보면 <마더>는 웰메이드 그 자체입니다. 잘 만들어졌고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보다 구성력으로는 한 단계 위로 보고 싶습니다.
문제는 이 힘없는 소시민들의 자기방어적 행동과 운명적으로 내면화될 수밖에 없었던 폭력성을 농촌 지방을 대상으로 하는 스릴러라는 장르로만 드러내는 건 다이내믹하지 못하고 조금 회피적이며 협소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이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과도 영화를 통해 대화를 할 줄 아는 고수라는 생각은 여전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다른 감독에겐 좀 더 치밀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짜내라고 그들의 뇌를 탓하기 바쁜데,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힘을 좀 빼라고 주문하고 싶은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힘을 빼야합니다. 형식적 복잡성에 매달리지 않고도 의미와 상징, 정치성을 갖춘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 양보해서 스릴러 구성을 최대한 단순화만 시켜도, 등장인물을 절반만 줄여도, 대사를 절반만 줄여도, 스릴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 희생되는 컷은 살리면서 장르를 위해 헌신하는 낭비적인 컷을 절반만 줄여도 영화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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