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일본영화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무도 모른다]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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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58 조회2,93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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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1/2
야기라 유야, 기타우라 아유, 기무라 히에이, 시미즈 모모코 출연.
[아무도 모른다]는 한 아파트에 버려진 4명의 아이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이자, 다큐멘타리적 영상이 돋보인 작품입니다.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고 하는데 아마 영화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의지는 아무나 가질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영화화를 준비하기 시작한 이래로 15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속이 타고 부글부글 끓고 사회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으로 가득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 그런 심정의 폭발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침내 영화를 촬영하게 되었고 이 흥분되는 작업을 하면서도 감독은 여전히 울분을 삼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배고프고 먹을 건 없는데 동생 유키의 손을 꼭 잡고 전철역으로 다시 오지 않는 어머니를 마중 나가는 아키라(야기라 유아 역)의 모습에서 영화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폭발하지는 않았습니다.
아키라가 그렇게 선하기만 하거나 동생들을 위해 무조건 희생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키라는 여고생 소녀도 동일합니다. 이들은 모두 불완전한 생활을 합니다. 보호자로부터 보고 배운 게 없는 이들은 정상적인 삶으로부터 멀어져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된 이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는 사람 누구나 죄의식을 느낄 것이라고 감독은 확신한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이 많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요즘은 너무 유명해져 버린 철학자 도올에 의하면 고대로부터 외부의 침입을 자주 받은 민족이기에 당장 내 가족, 내 울타리 안만 생각하던 습관으로부터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내 나라, 내 사회라는 의식을 별로 갖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노골화 되었구요.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서 나쁜 사건이 발생하면 공동의 책임의식 같은 걸 별로 느끼지 못하고 그 개인, 혹은 그 지역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어린 자녀를 버리고 무심하게 떠나버린 이 어머니에 대한 질타와 분노는 곧 일본인 모두의 죄의식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힘은 곧 감독이 소유한 명확한 영화 사유의 힘이었습니다. 대만의 감독들에게서 영향받고 그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처음 접했는데 아마 일본적이라고 하기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있어서 앞으로 그의 영화 스타일이 어떻게 변해갈지 주목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영화 만들기 방식에 있어서도 참고할 게 많은 감독인 듯 싶구요.
사족 1: 아키라와 유키가 모노레일을 바라보는 위 사진 속 장면은 아이들이 세상에 외톨이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사족 2: 이 영화로 야기라 유야가 깐느에서 남우주연상을 탔죠. 90년대 생인데 정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냅다 소리만 지르거나 개 흉내를 내고 산낙지를 마구 먹는 사이코 짓을 하는 것만이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국내 영화팬들이 좀 아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야기라 유야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진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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