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일본영화들 - 소노 시온 감독 [자살 클럽]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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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00 조회2,9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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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클럽] 2002 ★★★
료 이시바시, 사야 하기와라 출연.
다가오는 열차를 향해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뛰어들어 자살하는 오프닝으로 시작부터 강한 충격을 주는 [자살 클럽]은 한동안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좀 고민을 하게 만든 문제작이었습니다. 피가 철철 넘쳐 흐르는 화면은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기이한 호기심을 주고 있었고, 사회문제로 부각된 동반자살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내용은 좋았지만 비판과 풍자를 넘어서는 어떤 강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말이죠.
영화를 보면 감독은 '개인'의 자살을 '집단화'하여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요. 10대들만이 느끼는 어떤 강한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 같은 게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것이 인터넷이 됐든, TV가 됐든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범위와 경로로 전파되는 것 말입니다. 삶이 힘들다거나 괴롭다거나 좌절을 겪었다거나 하는 식의 변화가 아니라 순전히 충동적인 어떤 것 때문에 아이들이 집단적인 자살을 하게 된다는 그 생각의 저변에는 목표를 상실한 현시대의 일본사회를 보는 감독의 시각이 맞물려 있습니다.
집단 자살의 배후를 캐는 형사들의 모습이나 미치광이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소노 시온이라는 이 감독이 그렇게 대단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한편으로 엉뚱하게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그룹 '데저트'의 콘서트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주관이 뚜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수사물이나 그럴듯한 추리물로 본다면 뒷수습도 못하면서 마구 펼쳐만 놓은 영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판타지로 본다면 우리의 상상 저편의 모습을 끌어와 있을 법한 줄거리로 현실을 풍자하는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엽기적인 장면을 거의 삭제하고 자살의 동기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좀 더 파고들었다면 판타지는 축소되고 상상의 즐거움은 없어졌겠지만 현실주의자들에겐 환영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원래의 개성인지 아니면 비난을 무릅쓴 것인지는 모르나 판타지로 방향을 잡은 것이고 애초부터 설득력을 갖는 이야기를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독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살 클럽]을 만들었는지가 중요했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고, '자살'이라는 이 주제가 하나 마나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인정되고 있죠. 그렇다면, 몇 개의 장면이 눈에 거슬린다 해도 쉽게 버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득력 없이 엽기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데에만 정성을 다한 작품이라고 단정해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계속 데저트의 마지막 콘서트가 눈에 아른거립니다. 뭔가 단단히 숨기면서 과장하지 않은 라스트였거든요. **1/2에서 ***로 넘어오게 된 장면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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