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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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06 조회2,3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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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감독. 전도연, 고두심, 박해일 출연.
올해 뜻밖의 수확은 [인어공주]가 될 것입니다. 당장은 다른 영화들에 가려져 평범한 판타지 정도로 오해받을 테지만 바노와영화는 압니다. 함량미달의 엉뚱한 영화에 쏠렸던 한국영화에 대한 찬사는 바로 이 영화에 바쳐졌어야 한다는 것을...
빚에 쪼들리다 대학 진학을 미루고 이사를 하는 차 안에서 나영의 어머니 연순(고두심 역)은 나영에게 "대학은 나중에,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라며 위로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뉴질랜드 여행을 미루고 작은 섬마을로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 나영은 배에서 "여행은 나중에,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라고 두 번 속삭입니다. 아버지는 왜 홀로 섬을 찾게 되었을까? 무엇이 그리웠기에... 자!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을 위한 딸의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그녀는 언제라도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지금이어야만 하는, 착하고 진지한 아버지와 억척 엄마의 순수했던 20대 시절과 조우합니다.
작은 섬에서 우체부 일을 하고 있는 진국(박해일 역)을 몰래 짝사랑하는 연순은 해녀입니다. 그녀는 명랑하고 밝은 여자였고, 자신에게 친절한 진국을 더욱 좋아하게 된 순수한 바다 처녀였습니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어머니의 옛모습을 보게 된 나영은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글을 몰랐던 연순은 진국이 선생님이 되어 알려주는 글쓰기에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려주는 그가 너무 좋은 연순. 그녀에게는 해녀 일에만 쏟았던 시간을 그 누구를 위해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더욱 진국에게 빠져듭니다.
진국은 자신에게서 글을 배우고 또 그것을 자연스럽게 써먹는 연순에게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나영이 본 아버지는 너무 순수하고 맑은 청년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루어지기를, 평생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나영은 절은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면서 현재의 가여운 부모님을 떠올립니다. 너무 불쌍하고 애처롭고 슬프고 보고 싶은 그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다시 현실에서, 나영의 남자친구와 같이 내려온 연순이 누운 채 미안하네, 미안하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진국에게 쏟아내는 회한의 한마디 한마디는 진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지난날을 회상하는 마음으로부터 수줍은 이 억척스런 어머니는 오늘도 목욕탕에서 버스가 마을에 처음 들어왔던 날 반갑게 마주쳤던 젊은 시절의 진국을 추억하며 미소 짓습니다. 버스에서 아무 말없이 서로 쳐다보며 밝게 웃었던 그 아련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현실의 고단한 어머니는 가냘프고 애잔한 소녀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럼 웃겠지 울것어..." 목욕탕에서 연순을 연기한 고두심은 가장 아름다운 앤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대사를 남기며 탕 속으로 들어갑니다.
순수하고 감미로웠던 시절로 돌아가 추억해보는 것은 현재를 더욱 질실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어머니가 너무나 불편하고 그래서 어머니처럼 살기 싫었던 나영은 과거의 판타지 여행으로 지금의 부족한 시선으로 바라본 어머니가 아닌 진실된 어머니를 알게 되고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영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어머니를 더이상 배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할아버지의 옛 모습을 보여주듯, 그렇게 가족은 꾸미지 않고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 그것이 나영으로 대변되는 모질고 정 없는 세대들과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인어공주] 판타지의 순실한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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