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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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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5 조회2,7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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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jpg2003년작.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아놀드 슈왈제네거, 닉 스탈, 크리스티나 로켄, 클레어 데인즈 출연.

저는 열렬한 터미네이터 팬 중 한 명입니다. 터미네이터 1편이 나왔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속편이 나왔을 때 한 번 더 보려고 극장 맨 뒤에 서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터미네이터 2]의 특수효과는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하였고, 제임스 카메론은 곧 역사였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후에 그 영화들을 처음 접한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도의 애정을 터미네이터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10년도 더 지나서 다시 3편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극장에 걸린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떠들썩한 세상의 분위기와는 달리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덜한 채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흡족하다는 평 보다는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더군요. 시리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이런 우려는 사실 촬영에 들어갔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죠. "왜 제임스 카메론이 아니라 조나단 모스토우 인가?"부터 시작해서 "린다 해밀턴 없는 [터미네이터 3]는 흥미가 없다", "이미 죽은 아놀드가 다시 나오는 것은 억지다"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지요.

그래서 아마 저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뭐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고, 아놀드가 마침 이 영화의 인기를 이용해 정치인으로 발돋움까지 한 상태고, 게다가 제임스 카메론의 연출작도 아니니까요. 이래저래 화끈한 액션을 제외하면 별로 기대할 게 없었던 것이죠. 시간을 때우기 위한 극장 출두가 아닌 이상 말입니다.

[터미네이터 3]에서 존 코너는 이제 운명적인 파국의 바로 앞에 서 있습니다. 최후의 그날까지 훗날 남은 인류의 저항군을 이끌게 될 사람들을 찾아 제거하기 위해 미래에서 날아온 최첨단 로봇 T-X가 있고, 뒤이어 재프로그래밍 된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이 날아옵니다. 그리고 존 코너와 함께 저항군의 주요 맴버인 미래의 아내 캐서린(클레어 데인즈)이 등장합니다.

인류에게 패망한 스카이넷이 과거로 강력한 로봇을 보내 미래의 역사를 바꾸어 보려 했던 1편부터의 스토리는 3편에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심판의 날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심판의 날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완결되는 듯했던 [터미네이터 2]는 3편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 셈입니다. 1, 2편은 그것 자체로 완결성을 갖춘 훌륭한 상·하 작품이었는데(시간 여행의 과학적 논리는 무시한다면) 3편이 등장함으로써 다시 4편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1편에서 아놀드라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근육질 배우를 등장시킴으로써 장차 존 코너의 어머니가 될 여자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고, 2편에서는 아이를 갖는 데 성공한 사라 코너가 미래에서 다시 날아온 T-1000이라는 로봇을 상대로 자신의 아들을 지키며 싸워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서 1편의 악당이었던 아놀드가 이제 그녀의 편이 되어 돕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 심판의 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깨끗하게 마무리가 된 것이었죠. 곧 미래를 바꾼 것입니다. 이제 더는 미래에서 인간과 기계들의 전쟁은 없으며 과거로 돌려보낼 로봇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3편에서 난데없이 상황이 바뀌어버렸습니다. 또 한 개의 최첨단 로봇이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존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로 온 T-800은 심판의 날을 막지 않습니다. 영화는 처절합니다. 핵무기는 정확한 시간에 지구를 덮습니다. 존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보내진 터미네이터는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죽고 이미 정해진 역사를 그대로 진행시키는 데 역할을 합니다.

팬들이 3편을 시리즈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 이면에는 완결된 작품에 대해 다시 꺼내든 무리한 연장에 대한 반발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편에서 보여준 로봇끼리의 대결이 다시 재현됨으로써 특별한 흥미를 가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3편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기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심판의 날이 왔으면 어떻게든 그 이후를 다루는 4편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4편은 존 코너가 살아남은 인류를 규합해 기계에 대항하는 거대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른 규모의 CG와 액션이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인 아놀드가 과연 다시 출연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이미 정치인이 되었다는 점),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에 아놀드까지 빠진 터미네이터를 어떤 카리스마적 캐릭터로 메울 수 있을지 안심이 되지 않지만, 영화에 따라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역사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 3편은 과연 그것 자체만으로 본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1, 2편과 비교해 흥미와 창의성은 떨어졌습니다. T-X를 등장시켰지만 워낙 매력이 없는 캐릭터라 별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CG와 액션도 별로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터미네이터 3]를 시리즈 전체와 연결해서 보아야 하는 작품으로 평가합니다. 1, 2편까지는 자체만으로 확고한 독립성이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와는 다른 영화들이었습니다. 하지만, 3편이 나오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터미네이터는 [매트릭스]가 되었고 [스타워즈]가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시리즈는 [배트맨]이나 [슈퍼맨]과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이제 3편은 그것 자체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어졌고, 부족한 것과 싱거웠던 부분에 대한 보완은 4편의 책무로 넘어갔습니다. 카메론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히딩크를 한국축구에 다시 불러오자는 것 이상으로 커져 있습니다.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아놀드를 보게 되어서 좋았지만 터미네이터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3편은 졸작이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팬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4편을 기다려 보자는 것 외엔 없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겠습니다.

사족 1: 마지막 지구의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버섯구름과 핵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존 코너의 나레이션은 인상적입니다.
사족 2: 네, 맞습니다. 터미네이터3 은 근본적으로 뻔한 상업영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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