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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 座頭市 (20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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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6 조회2,6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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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to.jpg2003년작. 기타노 다케시 감독, 키타노 다케시, 아사노 타다노부, 타치바나 다이고로, 키시베 이토쿠, 나츠카와 유이 출연.

맹인 검객 자두시의 이야기는 60년대 초반 만화와 TV시리즈,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누렸던 유명한 캐릭터입니다. 자두시는 안마사이며, 떠돌이면서, 도박에 능하고, 검을 쓰는 솜씨가 신의 경지에 오른 한 맹인인데 이 화려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시 내세운 새로운 자두시 이야기를 기타노 다케시가 약 40년 만에 리메이크하였습니다. 바로 영어 제목 [자토이치] 입니다.

첫 장면부터 아주 인상적입니다. 자토이치가 잠시 쉬고 있는데 어린아이가 칼을 훔쳐갑니다. 그 칼을 훔쳐오라고 시킨 사무라이들이 자토이치 앞으로 와 함부로 입을 나불대다가 심하게 죽습니다. 피가 묻은 칼을 칼집에 넣으면서 찡그리는 자토이치의 장면은 뇌신경을 마비시킬 정도의 독한 흥분을 선사합니다.

자토이치가 온 마을에는 긴조라는 패거리가 상인들의 자릿세를 떼어먹으며 점차 악명높은 집단으로 자리를 잡던 곳입니다. 술집에서 기생으로 변장한 채 부모의 복수를 기다리던 오키누와 오세이 남매를 만나고, 도박장에서 어수룩한 신키치라는 사람도 만나죠. 오우메의 안마를 담당하면서 모이게 된 자토이치와 주인공들은 곧 있게 될 피비린내나는 결전을 평온 속에 기다립니다.

긴조에게 고용된 하토리(아사노 타다노부 역)는 위험한 칼을 마치 자신의 수족과 같이 다루는 검객의 달인입니다. 긴조는 경쟁 상대인 조직들의 뛰어난 검객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도시를 장악합니다. 그때마다 하토리는 정말 무서울 게 없는 솜씨를 선보이죠. 그런 그가 맹인 검객 자토이치와 어둠이 짙게 깔린 해변에서 부딪힙니다.

하토리를 향해 걸어가는 자토이치는 자신의 목을 향해 던져진 단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합니다. 두 거인의 충돌에 화면은 멈추어버리고 하토리의 상상과 정반대의 결과로 밀려 온 파도에 한 명의 시체가 쓸려 내려가게 됩니다. 마치 좁은 곳에서는 칼을 빼는 방법이 따로 있듯이 상대가 달라지면 이기는 방법도 달라지는 것인가 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오면 거리를 걷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하는 자토이치의 마지막 대사와 함께 '스트라이프'라는 리듬 앤 탭탠스 그룹의 공연이 선보입니다. 주요 배우들이 등장해 같이 춤을 추는 것으로 일종의 커튼콜이 되겠죠. 피가 튀기는 폭력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오키누, 오세이와 어른이 된 이후의 모습이 교차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잘려진 동맥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는 액션은 기타노 다케시 영화들의 특징입니다. 수다스럽거나 설명적이지 않은 침묵의 액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최강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잘난체하며 돌아다니는 성격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리 미워보이지는 않는 게 장점이지만, 현실적일 순 없는 캐릭터죠. 다케시의 이야기 창조성과 각본은 작품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습니다. [소나티네], [하나비]만 본다면 이야기 구조는 매우 독창적인데 반해 배우들의 대사는 간결하다는 것 외엔 특징이 거의 없었고, [자토이치]의 경우엔 이야기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대사의 세밀성과 캐릭터 설정에 주력한 다케시의 각본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죠.

전체적으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정도의 작품이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단골손님에 대한 혜택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작품의 무게가 약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고민이 좀 됐습니다. 다케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나올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글을 쓴 건 그로부터 2시간 후입니다. 그래도 다케시는 다케시입니다.

사족: [이치 더 킬러]에서 아사노 타다노부의 모습이 진국이라고 하던데 개봉을 기다리는 건 무리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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