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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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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8 조회2,4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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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o.jpg2002년작. 박경희 감독, 추상미, 송일곤, 조성하 출연.

이 작품은 4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집니다. '튜블러비전', '가족', '미소', '비행'이 그것입니다. 각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소정(추상미 역)은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따라 주변 인물들과 조우하고 부딪히는 시간을 갖습니다. '튜블러비전'에서 고립되어 '비행'으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긴 여정 속에는 비슷한 고통과 방황으로 얼룩져 있을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서정이 담겨 있습니다.

소정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튜블러비전'이라는 병 앞에 서게 됩니다. 곧 모든 일에 자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에 스스로 실망하게 됩니다. 위안이 될까 싶었던 고향의 가족들에게선 '가족'이라는 '가죽'만 남은 관계임을 확인하게 되고, 남자친구와는 결별의 길을 걷죠. 무료하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실명의 날만 기다리며 카메라를 만지던 소정은 경주에서 본 고분 속의 그림을 보고 비행을 결심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남은 건 하늘을 나는 것뿐입니다.

비행 강습소에서의 훈련, 첫 단독 비행은 날씨 좋은 때를 선택하자는 교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소정은 무엇인가에 이끌려 경비행기의 운전대를 잡습니다.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속도를 내던 비행기는 마침내 땅을 박차고 하늘에 오릅니다. 겨울입니다. 비행기는 갈색 들판과 하늘이 맞닿은 그곳을 보드레한 비단처럼 은은한 촉감을 느끼게 해주며 스쳐 지나갑니다. 마치 빨려 들어갈 듯한 강에 비친 하늘은 비행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우주입니다. 망원경을 준비하지 않아도, 어두운 날 공기 좋은 산속으로 올라가 올려다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유성우입니다.

소정이 경험한 비행은 단순히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 것은 아니겠죠. 그것은 '망막색소변성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 욕구가 아니라 희망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의지였습니다. 소정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하늘은 더이상의 비행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커다란 미소를 비로소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에서 허우적대다가 겨우 빠져나왔지만 적어도 그녀는 미소지었을 것입니다.

박경희 감독은 임순례 감독의 영향을 받은 연출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며 작품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한 인물입니다. 영화의 색깔이 임순례 스타일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홍상수 스타일로도 보이는데, 약간 상투적인 각본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출력에 있어서는 일정한 선 위에 있는 감독으로 보입니다. 영화를 두드러지게 한 또 한 명의 사람은 추상미입니다. 추상미의 단독 콘서트를 본 것으로 생각될 만큼 영화 내내 그녀의 존재는 지배적이었고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송일곤 감독과 [꽃섬]에서 남편 두식으로 출연한 손병호의 등장도 이채로웠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가족'은 가장 엉성하게 완성된 측면이 있고 '비행'편에서 비행강사와의 정사 장면은 이제 좀 우리 영화에서 극복할 때도 된 것이 아닌가 싶은 클리쉐로 보았지만, 그 밖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만들어진 좋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당초 기대만큼의 강렬한 힘은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죠.

사족: 소정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영화 안에서 그녀는 한쪽 눈을 감은 채 다른 한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끝납니다. 모든 사건의 해결일까요? 이제 그녀는 고통으로부터 해방이 된 것입니까?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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