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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로우 *** 슈렉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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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14 조회3,3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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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네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건 주로 집단의 정치적, 문화적인 의식형태를 말하는 것인데요. 특히 영화나 TV와 같은 영향력이 큰 매체를 통해서 특정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깊숙하게 침투해 마치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계속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연시하는 집단적 환상을 일으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지요.

아주 단적인 예가 '유행'이라는 것이죠. 검은 양복에 흰 양말을 신으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그렇게 입으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어떤 형태의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작용한 덕이지요. 생각해보세요. 패션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주장하는 게 "패션이란 자기와 가장 어울리게 입는 것"이라고 말들 하잖아요? 검은 양복에 흰 양말을 신어도 그 사람에게 어울리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말만 믿고 그렇게 입어보세요. 당장 왕따당합니다.

맥주를 병째 그냥 마시는 것도 꽤 웃기는 현상 중 하나인데요. 맥주란 것은 컵에 따를 때 생기는 거품이 공기와 맥주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해 신선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컵에 따라 마시는 게 좋습니다. 병째 마시는 건 주로 편한 걸 좋아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생긴 습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언젠가부터 병맥주를 시켜서 컵에 따라 마시면 촌놈이 되어 버렸죠?

우리나라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들에서 흔히 나오는 지명이나 등장인물 이름들이 희랍어나 영어로 되어 있는 것, 천편일률적인 결혼식과 장례식의 모습 등도 모두 이런 특정 이데올로기가 발휘된 결과입니다. 따지고 보면 수도 없이 많지요.

[투마로우]
tomorrow.jpg2004년작.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데니스 퀘이드 출연

최근에 본 [투마로우]와 [슈렉2]는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영화들입니다. 먼저, [투마로우]를 보면, 대통령이나 부통령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현직 정치인들을 닮았군요. 태풍 3개가 극지방에서 내려오는데, 미국과 유럽과 일본으로 내려오네요.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해당하죠? 럼스펠드를 닮은 대통령은 맥시코를 비롯한 제 3세계에 감사를 표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얼마 전까지 뻣뻣하게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에게 야단치며 "그깟 태풍보다 우리(미국)는 강하다."를 외치던 인물이었죠.

우주정거장에서 보내온 마지막 대사는 더 화려합니다. "지구가 이렇게 깨끗하게 보인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데 지구를 내려다보니 미국 전체가 하얗게 얼음으로 덮여 있네요. 얼음에 덮여 없어진 미국. 그래야만 찾아온 평화와 맑고 산뜻한 지구. 이것보다 더 정치적인 견해는 없습니다. 이건 감독이 강력하게 의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슈렉2]
shrek2.jpg2004년작. 앤드류 아담슨, 켈리 애즈버리, 콘래드 버논 감독. 마이크 마이어스, 에디 머피, 카메론 디아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목소리 출연

[슈렉2]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탈을 쓰고 엄청난 이데올로기를 풍부하게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슈렉1,2]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의 모습을 보세요. 여느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흔하게 등장하는 뻔한 캐릭터들입니다. 단지 외모가 주인공 답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고요. 말투나 행동을 보세요. 동키나 [슈렉2]에 새로 등장한 고양이나, 언젠가 패배할 게 뻔하면서도 호기를 부리는 챠밍왕자와 그의 대모 요정을 보세요. 그들의 등장이나 사건의 해결방식은 오락영화의 ABC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죠. 피요나의 왕국에서 보여준 각종 간판들이나 특정 음악들, 시민들의 표정... 아! 너무나 노골적인 영화입니다.

똑같이 정치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들인 [투마로우]와 [슈렉2]는 그러나 평가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동진 기자에 의해 "에머리히는 언제쯤‘극’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라고 폄하 당한 [투마로우]에 비해 [슈렉2]는 거의 만장일치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감독의 역량이나 영화의 완성도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을까요? 자~ 여기에서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침투현상이 발견됩니다.

일단 [슈렉2]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게다가 깐느에까지 가서 박수를 받은 영화, 별 볼일 없게 봤어도 일단 박수를 치고, 비록 하품을 했어도 재밌다며 웃어야만 하는 상황. 그리고 마지막엔 짧지만 강력한 선전효과인 별점 4개 꽝! 반면에, [투마로우]는 돈만 처바른 뻔한 할리우드 영화에다가, 내용도 비현실적이고 흥분을 줄 만한 배우도 없고, 무엇보다도 이런 블록버스터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게 여태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므로...별점 2개 꽝! 안 봐도 비디오죠?

그래서 여전히 정치적, 문화적 이데올로기는 대한민국에서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해야할 평론가들이 앞다퉈서 생산하고 확대해서 재생산하는 경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린 아직도 죽어야할 영화들을 살리고, 살아야할 영화들을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까불기만 한 영화 [슈렉2]의 실체를 보고 그 이면의 노골적인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있다면 [투마로우]가 주장하는 것의 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인구의 3%에 불과한 미국 인구의 일부가 지구 전체 자원의 40%를 쓰고 있다는 도올의 주장을 다시 상기해본다면, [슈렉2]의 문화적 이데올로기와 무뇌아적인 수다에 넋 잃고 박수나치면서 좋아하는 게 과연 할 짓인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솔직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슈렉과 피요나의 외모는 인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잘생기고 못생기고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주가 잘생긴 '인간'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그녀가 포기한 사람은 악한 악당이었기 때문이지 괴물이 좋아 슈렉을 선택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공주라는 신분이 박탈당한 가난한 백성의 이야기도 아니며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슈렉은 공주를 구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행운아이며 피요나와 그의 가족은 자신의 왕국이 있어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귀족들일 뿐입니다. 상상력도 드림웍스나 디즈니 영화들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과연 어떤 것이 맘에들어 이 영화를 평범 이상의 가치를 두고 봐야 하는 걸까요?

사족 1 : [슈렉2]의 감독은 이 영화에서 베벌리힐스를 풍자했다고 하는데 풍자는 무슨 풍자입니까?
사족 2 : [투마로우]에서 실제로는 그렇게 급격하고 빠르게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오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마치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원인, 구인이 단 6주 만에 현생인류로 진화했다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설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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