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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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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1 조회2,9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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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dal.jpg2003년작. 이재용 감독. 이미숙, 전도연, 배용준, 이소연, 조현재 출연.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잘 나열해 놓았기 때문에, 검색창에 단어만 치면 전문적인 내용을 열람해 볼 수 있고, 그런 것들을 각 사이트마다 복사해 넷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늘 그래왔듯이 아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긴, 이곳의 거의 대부분의 글들은 영화의 정보 전달이나, 친절한 안내용 글들이 아님을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배우 덕택에 극장 손님은 많이 불러 모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배우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는 받지 못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도 마음으로부터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화적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감독과 배우들에게 묘하게 배신당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위에 사진을 보세요. 참 재미있는 장면이죠? 배용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거의 노골적으로 배용준 영화지요. 아무리 기를 쓰고 다른 단어를 갖다 붙여봐야 배용준 영화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전도연과 이미숙이 악세사리로 들어갔습니다. 또 한명의 '가슴 드러내는 배우' 이소연도 들어갔지요. 이미숙의 카리스마적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이 많았지만 평범 이상은 아니었고, 전도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배용준입니다.

우리의 호프 배용준은 전혀 수염이 날 것 같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 곱상한 수염을 치장한 채 등장합니다. 게다가 그 수염의 단위 면적당 갯수도 다른 부위에 비해 놀랍도록 임밸런스합니다. 벌써 외모에서부터 이상하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몇명의 여자들이 그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맨몸을 드러내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조원(배용준 역)앞에서 몸을 드러내고 연기하는 배우들은 배우 배용준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처지를 비밀스럽게 대신합니다.

조원은 능글맞은 대사들을 남발하며 여자들을 농락하는데 별로 그렇게 의욕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즉,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나레이션은 그럴듯 하나 눈에서부터 달아 오르는 강렬한 욕구가 없었습니다. 숙부인 정씨와의 정사에서도 흔한 애로틱 장면을 그대로 묘사했을 뿐, 바람둥이의 모습은 아니었죠. 오히려 흥분은 관객의 몫인 것 같습니다. 배용준의 손이 여성의 가슴으로 향할 때 그의 팬들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끓어 오르는 그 무언가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아마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특히 일본의 여성팬들에겐 색다른 경험이 되었겠지요.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예상컨데, "왜 하필 이런 영화에..."라며 혼자 중얼 거리지 않았을까요? 대체적으로 감춰두고 싶은 자신만의 '그이'가 세상에 속살을 드러내며 등장했을때 순수한 마음은 곧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여자만 그런것이 아니라, 당연히 남자들도 그렇지요.

근본적으로 배우의 이미지와 연기가 중요한 영화였기에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서는 깊이있는 설정이 필요했을 텐데 조원에게는 그런것이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영화 속 조원은 바람둥이의 모습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선시대의 양반집 남자의 이미지일 뿐이었습니다. 남성이 자신의 소유뮬처럼 다루는 여성들을 두고 내기를 벌이며, 마치 대단한 정복자인양 떠벌이지만, 보세요, 정씨의 하녀는 조원이 들어오자 몸을 내주 듯 그냥 눕지 않습니까? 소옥은 그와 몇 번 관계를 갖더니 아주 푹 빠져버리구요. 게다가 정절을 희화화시킨 듯한 줄거리도 썩 내키지 않습니다.

이미지와, 연기, 외모, 배역의 특성 모두 연기자 배용준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힘들었겠죠. 처음 하는 역할이니 부족한 게 많다고 스스로도 밝히고 있으니까요. 자신보다 더 자신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스스로 낮추는 그의 연기를 외부에서 애써 긍정하며 올릴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약간의 배신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이것은 감독이 [위험한 관계]를 영화화 시키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그리고, 배용준이 자작 바르몽을 연기하기로 결정될 때부터, 이미 결정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작품은 그것이 나와야할 필연적인 구조적 문제성이 있어야합니다. 프랑스 상류계층의 문란한 성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작품으로 등장할 때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 민중들의 사회고발적 열망과 관심이 필연적으로 동반된 결과입니다. 마치 처절했던 흑인 사회에서 재즈가 탄생하고 힙합이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에서 자기 몸을 단련하기 위해 시작된 각종 무술의 형식적인 틀만 가져가 미국에서 액션으로 써먹는 상황이 우리에게 우습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후기에 양반 계층의 타락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관심은 멀리한 채, 서양에서 가져온 애로티시즘의 모양새만 빌려와, 어울리지도 않은 수염을 달고 있는 배용준을 대입해버린 건 처음부터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겐 이 영화가 배창호 감독의 1986년작 [황진이]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었다는 생각밖에 안드는군요. 그때보다 잘된 건 소품이 좀 정교해졌다는 것뿐.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렇게 수준 낮은 것만은 아닙니다. 평범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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