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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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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1 조회2,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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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berl.jpg2003년작. 이준익 감독. 박중훈, 정진영, 이문식 출연

애초에 작가는 코미디를 흥행을 위한 도구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정작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심각한데 관객을 위해 코메디를 가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장면부터 어이없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 당나라의 대통령들이 모여 회담 아닌 회담을 합니다. 각자 지방의 사투리를 섞는데 이상하게 당나라의 대통령님은 표준말을 쓰는 것 같습니다. 당나라에 비해 콩알만한 크기도 안 되는 한반도를 3등분 하고 있던 이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당나라는 막말 대신 보기 좋게 훈계를 하죠.

그렇게 보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지금의 현실을 작가가 그대로 비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불량 국가가 되어버린 '고구려'와 '백제'는 당나라의 칼을 받아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쉴새없이 스토리 안에는 2003년 오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아주 직접적인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영화는 너무 피상적입니다. 웃기려고 과장한 대사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이 있습니다. 서로 탐색하는 장기 장면에서 김유신(정진영 역)과 계백(박중훈 역)은 심각하고, 장기알에 따라 죽어나가는 병사들은 잔인한데, 왠지 웃기고 동시에 슬픕니다. 비가 오기를 기다려 공격을 하고, 관창을 보내 사기를 높이는 방법의 작전을 구사하는 노련한 정치적 군인과, 강하고 결연한 의지의 애국심 많은 장군의 모습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묘한 감정을 표출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욕투성이의 뻔뻔한 영화는 그렇게 간단하게만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관객들은 이 심각한 영화를 어떻게 코미디라고 알고 끝까지 봐줬을까요? 게다가, 계백이 죽는 장면과 소정방 앞에 칼을 내리꽂는 김유신의 장면이 시원한 카타르시스 이전에 비통한 심정으로 다가왔는데도 말이죠.

사족: 욕은 실제로 기선 제압을 위한 몇 개의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안 나왔다고 하더군요. 영화 전부가 욕으로 되어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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