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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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2 조회2,69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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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 출연.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적을 때 '스필버그'로 할지 '스필벅'으로 할지 잠깐이나마 망설였습니다. '레오나르도'도 '레오날도'로, '행크스'도 '행스'로 적으려다 말았습니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다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간혹, 저의 리뷰를 보다보면 일반적인 표기와 다르게 적은 경우가 몇 가지 있을 겁니다. 언제나 영화 볼 당시의 나의 정서, 바로 그 때의 나의 가치관에 따라, 영화도 달리 보고, 글도 달리 쓰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별점도 달라집니다. 예전엔 **였지만, 지금 다시 보면 ****인 영화도 몇 개 있을 겁니다. 영화는 아주 편리하고 마음대로 장난칠 수 있는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버리고 싶을 땐 언제든지 버릴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모두 개인의 선택입니다. 영화는 스포츠가 아니므로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 잣대를 영화에 들이대는 어리석은 짓은 이 사이트에서는 모두 거부되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시한번 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캣치 미 이프 유 캔]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그들은 다르다"는 것, 한편으로 좋은 영화를 접했을 때의 감동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매우 우울한 감정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리우드'라는 상표와 명성에 걸맞는 영향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것인가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스필버그'라는 이 뛰어난 감독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할리욷은 일반적인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영화들에서 빛나는 건 모든 요소들의 아름다운 조화에 있습니다. 배우나 감독, 카메라 등의 자신의 본분도 물론이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작가의 가치관이 얼마나 영화 전체의 각 요소들과 멋지게 어울려 있느냐가 특히 중요하겠지요. 감독 혼자 올바름을 이야기할 뿐,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 화면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을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스필버그는 프랭크 에버그네일 쥬니어(디카프리오 역)가 뛰어난 수법을 동원하는 기상천외의 범죄자지만, 어디까지나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한 사람의 평범한 미국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만나면 항상 자신의 경제적인 성공을 자랑하며 어머니와의 화해를 촉구하죠. 그의 아버지가 탈세 혐의로 경제적 곤궁에 처했고 그것 때문에 가족의 분열을 가져 왔다는 에버그네일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추락을 애써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게 많음을 보여주려 하죠.
에버그네일은 각종 수표위조와 사기행각을 하면서도 아버지로부터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는 언제나 아버지 주변에 머물러 있죠. 그리고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브렌다(아미 아담스 역)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의 부모가 음악에 맟춰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프랑스에서 잡혀 미국으로 호송되는 도중 탈출한 그가 간 곳은 어머니의 새 가정집이었고, 그가 사기를 하며 한 말들은 대부분 그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해주었던 말들입니다.
에버그네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만 되면 그를 쫓아다니는 FBI의 핸래티(톰 행크스 역)에게 전화를 겁니다. 핸래티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려고 혹은, 그를 잡지 못하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에버그네일의 외로움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에버그네일은 외롭습니다. 핸래티가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신뢰를 보낸 것도 그의 외로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필버그는 끊임없이 '인간'과 '가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제발 가정을 지켜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에이 아이]에서도 그의 관심은 인간과 가족입니다. [제3종 클로스 인카운터]에서 로이(리차드 드레이퓨스 역)는 아내와 아이들과 이별하는 대신 우주에서의 삶을 선택하고, [E.T]에서 외계인이 처음 찾은 곳은 바로 평범한 아이들 셋이 자라는 가정이며, [인디애너존스]는 고고학을 탐구하는 부자의 이야기이며,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모두 '인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감독의 올바름에 대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영화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배우들이 동참하고, 스텝들이 동참해 있습니다. 에버그네일을 추악한 인간으로 몰아넣거나, 범죄자를 추방하여 온전한 인간들끼리 편안하게 살자는 메세지는 이들 영화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상류층의 문화와 음식을 접해보고도 계속 그것을 향해 추구하는 에버그네일의 성공을 끌어내리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이지 다른 온전한 인간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히려 배제되고 숨기 바쁩니다.
그런 영화의 가치관을 모든 부문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스필버그의 일련의 영화들은 그 토대위에 있습니다. 배우가 그렇고, 미술이 그렇고, 조명이 그렇고, 촬영도 그렇고, 편집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노와영화에서는 [캣치 미 이프 유 캔]을 뛰어난 좋은 영화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울감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처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언뜻 좋은 영화들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대표 영화와 우리의 대표 영화를 비교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수준을 외적으로 비교해보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정말 우린 아직 갈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정직하고 올바른 감독들은 과연 옳은 배우와 스텝들을 만났을까? 올바른 영화들은 과연 옳은 관객들을 만났을까? 우물안에서 서로 자기 땅을 자랑하며 한줌도 안되는 지지자들 품에 안겨 안도하고 있는 영화들은 없을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전혀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예로 들 수는 없는 거죠. 너무나 CF처럼 찍어댄, 감독의 자의식속에서 허둥대는 영화, '인간'도 '가족'도 '역사'도 없는 형사만 있는 영화, 엉터리 아버지에, 깜짝쇼만 있는 영화, 애로틱이라는 형식적인 틀만 배껴와 우리 역사에 대입해버린 영화, 외국 영화들을 무작정 흉내낸 영화, 평론가들이 선정한 2003년 좋은 한국 영화 리스트에는 모두 이런 영화들만 쌓여 있습니다.
[캣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보여준 상투적이지 않은 주요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 관객들이 지루해 하지 않는 대사가 무엇인지를 계속 발견하려고 애씁니다. 당장 화내는 대신 분을 삼키며 후에 복수하는 기회로 삼고, 당장 좋아하는 대신 후에 보은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 영화 전반 10분 간의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논리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사건을 마무리하여 끝을 내는 역할에 머무를 수도 있는 영화 후반 10분 간의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는 단순한 끝맺음이 아닌 감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판하고 그게 아니라고 강변해도 먹히지 않는 우리의 영화들에는 그런 시작과 끝이 없습니다.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음모만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작자의 친절한 도우미가 되기로 작정한 평론가들의 용비어천가에 두 손 다 들어 환영하는 네티즌들과, 조금의 비판도 딴지로 매도해버리는 용감한 시민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아무 영화나 자신의 최고 영화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그동안 본 영화가 몇 편이길래 자신의 최고 영화는 그렇게 매번 갱신되는 건가요?
다시말하지만, 저는 걸핏하면 과거를 회상하며 느린 화면으로 주인공의 어두운 과거를 들먹이면서 현재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 하나마나한 뻔한 대사들을 내뱉는 영화들을 보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한국 영화가 [캣치 미 이프 유 캔]의 각본을 기본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닌 현재의 연장으로 보여주고, 어두운 캐릭터면서도 전혀 어둡지 않게 표현하며, 범인을 잡을 수 있었는데 놓친 게 안타까워 괴로워 하는 형사가 아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소신이 있는 형사가 나오며,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운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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