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를 보는 남자 (Rewind, 2003) *** > 예전리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예전리뷰

비디오를 보는 남자 (Rewind, 2003)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3 조회2,458회 댓글0건

본문

rewind.jpg2003년작. 김학순 감독. 장현성, 방은진 출연.

작품을 촬영한지 1년 반만에 개봉을 했습니다. 어렵게 시사회를 갖고 관객을 찾았죠. 물론 예상대로 이 재미없는 영화를 봐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주일만에 막을 내렸다면 예상컨데 서울 관객 5천명도 채 안됐을 겁니다. 그래도 그 정도면 많이 본 것이라고 위안해야죠. 이렇게 DVD라도 나왔으니 또한 더욱 다행이지요.

주인공이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는 원주에 있습니다. 원주라는 지리학적 위치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사건은 벌어집니다. 비디오 반납기에 매일 누군가의 편지가 담기면서 출발하죠. 호기심은 있지만 그리 큰 관심은 보이지 않는 비디오남자(장현성 역)는 슬프다기 보단 외로운 남자입니다. 사회생활이라고 해봐야 오는 손님들과의 공적인 대화나 동네 술집, 이웃 가게의 점원하고의 말장난 뿐인 사람이죠.

그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려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주변 여자들이 쓴 글씨체와 비교해봅니다. 주인공의 일상이 매우 무료하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려하지 않아도 관객 모두가 느끼게 될 무렵,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죠. 어느 가정의 은밀하고 사적인 녹화테잎이 반납된 것입니다. 남자는 그때부터 빠르게 이 비디오 속 여성에 대한 욕망에 빠져듭니다. 그것은 고독감에서 온 것이겠죠. 잘못 반납된 비디오를 찾으러 가끔식 찾아오는 여성 혜정(방은진 역)은 이 남자가 알고 있었으면서 되돌려 주지 않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물론 그게 잘못 반납된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이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더군요.

어찌되었든, 그녀와 비디오남자가 계속 만나게 되면서 이들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반납기에 들어 있던 그 편지들에 대한 것은 이제 이들간의 대화의 화제로 쓰일 정도로 더욱 가벼워졌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지나 빠르게 지나가던 시간은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정도가 되었을까요? 하얀 눈이 내리는 작은 도시의 한 비디오 가게에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미뤄두었던 실수와, 익명의 편지의 주인공이 드러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끝나면 비디오남자는 이제 또 어떤것에 흥미를 가지게 될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똑같은 일이 발생해도 여전히 그는 호기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반납기에 누가 또 편지를 써서 넣었다 해도 여전히 누구인지 궁금해 할 것이고, 혹시 잘못 반납된 비디오는 없는지 살펴보겠죠. 일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비디오를 보겠다고 오는 손님이 매일 새로운 것처럼, 소주를 사먹는다며 매일 300원씩 얻어가는 걸인에게 어느날 말을 걸어보는 것처럼 언제나 그의 삶의 과정은 매일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 있을 것이구요.

고독과 그리움만큼 우리들에게 익숙한 감정은 없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매일 고독하고 매일 누군가를 그리워하죠. 그래서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 거죠. 비디오남자가 쪼개기 어려운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했던, 우연히 찾아온 사랑을 떠나보내게 되면서도 전혀 궁색한 표정이나 방황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정이니까요. 그토록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사랑의 '결론'이 아닌 모든 경험의 '과정'속에 우린 살고 있으니까요.

담담하게 아무것도 아닌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보니 김학순이라는 감독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홍상수와 다를 게 뭐냐? 그 만큼 대우를 해달라"며 외치고 싶지만 확신이 없습니다. 외국 영화에서 나오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별 두세 개 짜리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인데도(그래서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만 되었지 수상하지 못했다는 결과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 그래서 아직 감독에 대한 믿음에는 확신 할 수 없음에도, 이상하게 다른 한국 영화들보다 좋게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장현성, 방은진씨에 대한 연기도 영화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적어도 괴롭다고 거울을 깨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며 오버하는 '고독감'은 이 영화에 표현되지 않습니다. 대신 세련된 옷차림과, 정확한 발음이 있을 뿐이죠. 확실히 낫더군요. 무표정만큼 어려운 연기는 없을 것이고, 술을 퍼마시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지 않는 고독감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없을 테니까요.

흥행을 이끄는 20대들의 데이트 코스의 일부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한국의 극장에서 발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버려진 영화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흥행에 실패한 영화로서의 의무적인 길을 가는 [비디오를 보는 남자]에 대한 바노와영화의 길은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응원'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점! 저는 비디오 수호단을 만들어 재개봉 운동을 벌이는 그런 뻔뻔하고 추악한 짓은 못한다는 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director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