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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The Uninvited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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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6:05 조회2,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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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nvited.jpg2003년작. 이수연 감독. 전지현, 박신양, 유선 출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삶의 한 편에 묻어둔 채 살아가던 주인공 정원(박신양 역)은 어느 날 자신의 집에서 죽은 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소리까지 듣죠. 그런데 그는 어느 날 그것을 똑같이 경험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죽은 아이를 보게 된 두 사람, 그들은 설명하기 힘든 경험을 바탕으로 잊혀졌던 과거를 풀어갑니다.

무엇인가 나타날 듯한 음산한 분위기, 짧게 끊어치는 수법으로 충격을 주려는 편집 등 단편 영화에서 잘 훈련한 것으로 보이는 화면으로 독특한 공포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작년 [거울 속으로]와 함께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내로라하는 기자들과 잡지 등에서 앞다퉈 다룰 정도로 우린 그렇게 좋은 작품에 목말라 있습니다. 과연 [4인용 식탁]은 그렇게 좋은 작품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맥없고 실없으며, 강약이 부족한, 형식에만 치우친 영화였다는 생각입니다. 정원이 정연(전지현)에게 느끼게 되는 감정의 돌발성과 그녀에게 접근하는 방식 등에 있어서 매우 비현실적인 설정이 보였습니다. 정원은 평소 악몽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의 주변은 모두 밝고 활동적입니다. 친구들도 애인도 모두 우울해보이는 정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애인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혼자 괴로워할 정도로 정원의 평소 의식은 매우 닫혀 있습니다.

그의 닫힌 의식은 죽은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는 설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그런 상태에서 살아온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원은 식탁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는 사실을 특별한 케이스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정연에게 다가갑니다. 게다가 정연도 아주 비정상적인 대응을 합니다.

정연과 그녀의 남편은 아주 상투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괴로워서 같이 살기 힘들다는 것을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병과 마음의 고민은 삶을 힘들게 했겠지만 끝내 자살로 마무리하는 황당한 결론 역시 맥없고, 실없는 이야기로서의 기능을 낳았습니다.

기어코 어린 시절까지 올라가 지금의 내가 우울하고, 힘들게 존재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적으로 보여줘야만 하는 것에도 찬성할 수 없습니다. 삶이란 어느 한가지 사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특정 과거를 과장하여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현재와 논리적으로 연결하려는 방식이 갖는 상투성을 이야기하기도 이젠 좀 지칠 정도입니다.

이 영화는 [올드보이] 못지않게 카메라와 편집의 트릭이 많이 존재합니다. 아마도 히치콕에게서 영향받은 두 감독의 공통점일지도 모르겠지만, 약한 스토리를 표현의 스타일로 메우려는 것이 지나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얄팍한 수법이라고 할까요? 이야기가 느슨해질 때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연결로 한순간에 관객을 기억상실증 환자로 만들어 버리는 트릭은 노련하다기보다는 술수라는 인상이 더 크며, 그런 것이 주도하는 영화들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빠르게 죽어 간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개인에 대한 성찰의 기회는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진지했던 박신양과 전지현의 연기도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각본의 치밀성은 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 구조가 치밀하지 못한데 배우들이 상투적인 대사와 행동을 하고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감독이 거기에다 관객을 놀라게 해야하는 의무감마저 들었다면, 아마도 [4인용 식탁]과 같은 작품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사족: 해외에서 수상한 작품인데 이 정도라면 실망이 큽니다. 쿠로사와 기요시의 [강령]이나 팡씨형제의 [디아이]와 비교해 볼 때 비슷한 수준의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감독의 눈높이가 이런 작품들과 비슷했다면 성공적인 장편데뷔가 되었겠지만 바노의 눈높이는 이들보다 높아서 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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