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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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7 조회2,4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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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작. 곽경택 감독, 정우성, 엄지원, 김갑수 출연.
전에 [챔피언]에 대한 감상문을 올리면서 "곽경택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는 지극히 감상적으로 처리되는 어린시절의 회상장면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었습니다. 관객의 감정이라는 것이 작위적인 몇개의 장면으로 이끌려지지 않을 뿐만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잘 안먹힐 때 흔히들 사용하는 것이 감상적 회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똥개]에 갑작스런 회상장면이 눈에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친구], [챔피언]에 비하면 [똥개]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봐야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실 겁니다. 아주 처절한 졸작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할 매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도, 어딘가부터는 가슴 시리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며, 어딘가부터는 못봐줄 정도의 지루함도 베어있는, 쉽게 말해서 그저그런 범작이라는 뜻이지요. 보면 재미있지만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뭐 그런거지요.
물론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안보면 사는데 지장있는 영화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영화는 안봐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영화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머리카락 한올 보다도 덜 중요한 게 영화입니다. 관심있는 척, 영화광인 척 하면서도 매일매일 그들에게 버림받는 게 영화인 걸요.
우리의 똥개 정우성을 보죠. 아무 것도 아닌 백수건달 똥개는 똥폼을 내며 여기저기 정의의 주먹을 휘두릅니다. 상대는 똥개 못지 않은 백수건달 양아치들이지요. 그 양아치들이 얼마나 나쁜놈들인지는 영화의 초반부에 나옵니다. 고등학교 축구부 시절이지요. 학생 양아치가 큰다고 달라집니까? 동네에서 온갖 못된 짓은 골라가며 하는 기름머리 양아치로 바뀌게 되지요. 이 기름머리들이 똥개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그런데 정의의 사나이 똥개(정우성)는 매우 촌스럽고 구질구질 하지만 웬지 좋은놈 같지 않습니까? 그게 감독의 의도라는 군요. 덜 영리한 사람들의 정의, 멍청해 보이고 한심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정의, 힘있는 자들이 내세우는 정의에 의해 묻히기도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덜 영리한 자들의 정의에 있다는 군요. 그래서 싸움이고, 표정이고, 옷차림이고 그들은 모두 한심스럽고, 촌티가 팍팍 나도록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그런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똥개의 아버지도, 어느날 나타난 정애(엄지원)의 오락가락 캐릭터도, 이소룡이 자기 몸에서 부활했다고 믿는 녀석도, 다른 MJK 식구들도... 비록 영화 전체가 사투리로 되어 있어서 마치 다른나라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알아 들을 수 없는 대사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시대착오적 똥폼영화 [친구]보다는 좀 낫고, [챔피언]과는 비슷한 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자격이 있는 영화로 보았습니다.
사족 : [똥개]의 DVD 화질이 수준급입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영화계에 화질,음질에 대한 뚜렷한 개선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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