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후... (28 Days later...,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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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53 조회2,4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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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작. 데니 보일 감독, 실리안 머피, 나오미 해리스 출연.
찬성할 수 없고, 별로 공감할 수도 없는 영화입니다. 우선 보세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들은 좀비로 변합니다. 그런데 뱀파이어도 아닌 것이 무척 빠르네요, 힘도 막강 하구요. 그들은 살아남은 비감염자들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닙니다. 터널에서 막 뛰어오는 그들의 그림자를 보세요. 공포의 물결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상대적으로 제거하기도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들처럼 인간으로 위장하거나, 귀신들처럼 날아다니며 초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들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상황을 엄청나게 과장합니다. 28일만에 잉글랜드의 모든 사람들이 좀비가 된다구요?
인적도 없고 가끔 새들만 날아다니는 텅빈 런던의 거리를 보는 건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합니다. 황폐한 도시처럼 보여졌지요. 데니 보일은 의도한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그는 그런면에선 재능이 있습니다. 게다가, 될대로 되라 식의 좀비들을 마구잡이로 등장시켜 영화를 도배하면 열렬 광팬들이 들러붙기 시작합니다. 설혹, 흥행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광팬들에 의해 영원히 사는 감독이 될 수도 있지요. 마이너인 척 하고 싶어하는 감독들에게 '좀비'는 아주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추악이라는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바이러스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그 저주받은 땅을 떠나버리는 게 유일한 해결방안이 될 정도로 [28일 후...]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극대화 시킵니다. 사람들은 그러겠지요. "모두 모두 조심하자" 누구를?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소수의 인간들을...
결국 그렇게 보고싶지 않아도 이 영화는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사는, 정상적인 우리들끼리 똘똘 뭉쳐 야만인들을 물리치자라는 교훈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계 도처에 깔려있는 위험요소들을 제거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겠어요? 평화를 원하는데 그렇지 않은 자들이 바이러스를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으니, 그들을 가만히 두면 영국이 영화에서처럼 저주의 땅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요.
역사는 언제나 강자의 편에 서있습니다. 1840년, 소수의 영국군대가 다수의 마우리족을 협박해 국토를 빼앗고, 그들을 탄압했습니다. 그 나라는 일본에 육박하는 국토의 크기에 고작 400만명도 안되는 북유럽 인종이 거주하는 '뉴질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차례의 전쟁폭풍이 지나고 제국주의의 시대가 끝나도 염치없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그 나라에 빌붙어 같이 일급시민이 되고자 하는 '추인'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간디를 '야만인'으로, 중국을 '미개사회'로 불렀던 사람들입니다. 주권이 있는 남의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고, 호가호위 하는 것에 누구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 이 이상한 세상의 질서는 서양에서 밀려온 학문과, 철학과, 과학과, 정치에 의해 정립된 것입니다. 그들은 오늘도 강변하지요. "바이러스를 유포하려는 저 미개인들을 잡아 족쳐라"
[28일 후...]를 있는 그대로 선량하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밀림에서, 혹은 사막에서, 총을 들고 별이 그려져 있는 국기를 흔드는 군대가 사람들을 학살하는 사태야말로 순진하고, 청순한 사회에 타락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지요. 전혀 재미있게 즐길 수 없었던 [28일 후...]를 재미있게 즐긴 모든 '당신'들 말입니다.
사족: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해지고 있는지는 새로운 세기의 목표는 "덜 추악해지는 것이 되어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도덕적 동물, 로버트 라이트. 1996] 책에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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