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Insomnia, 20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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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55 조회2,6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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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알 파치노, 로빈 윌리암스, 힐러리 스웽크 출연.
도머형사(알 파치노)와 그의 부사수 햅(마틴 도노반)이 이제 막 살인 사건이 벌어진 한 여름의 알래스카로 파견되어 왔습니다. 이 곳은 백야현상으로 하루 종일 낮만 계속되고 있었죠. 이 두 명의 형사는 LA경찰국의 내사가 진행되자 영화속 레이첼(마우라 티어니)의 말 처럼 "알래스카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아요, 이 곳에서 태어났거나, 무엇인가를 피해 이 곳으로 도피해 왔거나"의 후자의 경우가 된 것입니다.
명성만으로만 볼 때 도머 형사는 알래스카 형사들에게 존경의 대상입니다. 한번도 재대로 접해보지 못했던 정통 수사팀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죠. 도머는 시골뜨기들에게 진면목을 보여주려 목이 뻣뻣해졌고, 마치 수사의 신이나 되는 것처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러나 아주 큰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베테랑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될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죠. 돌이킬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게 중요했습니다.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가 영화의 전면에 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도머형사 안에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범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잡으러 온 셈이 되었습니다. 그는 범인을 잡아도 되는 것인지 괴로워합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번도 재대로 잠을 잔 적이 없는 도머형사는 임시숙소의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빛을 가리려고 하지만 되지 않습니다. 레이첼은 말하죠. "이 정도면 어두운 거예요"
완전히 캄캄한 곳으로 숨고자 하는 도머의 양심은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제 조금이라도 빛이 들어오면 눈을 감지 못하는 잠 못 이루는 도머형사의 눈에 '잠'은 회피로 규정됩니다. 그가 범인을 알게 되고, 범인이 도머의 약점을 알게 되면서 타협의 여지가 생겼습니다. 수사는 한 사람의 희생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도머는 여전히 충혈된 눈에서 평생 짐을 안고 살게 될 자신을 발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두번째 영화로 택한 [인썸니아]에서 살인범 핀치의 비중을 낮추고 도머형사를 중심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일반 스릴러를 기대하는 관객의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래서 핀치는 그렇게 치밀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평범한 캐릭터에 머물러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도머형사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양심을 계속 찔러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머형사가 마지막에 택한 그 길을 누가 따라갈까요?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한 모습으로 잘못인지도 모르고 잘못을, 혹은 잘못인지 알면서 잘못을 하고 살아갑니다. 양심을 숨길 수 있는 어둠이 존재한다는 의심없는 믿음 속에 안주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형사'는 언제나 범인을 멋있게 잡아내고, 깡패들의 대왕 역할이나 하면서 뒷골목을 배회하는 캐릭터로만 기억되고, 범인은 언제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고, 그렇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범행을 정당화 시키려는 특이한 존재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사족1: 바노와영화는 [인썸니아]를 2002년 베스트10 영화에 선정했었습니다.
사족2: 헵이 죽을 때, 그는 왜 도머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겨누고 총을 쐈다는 확신을 했을까요? 다툰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 대책없이 사방에 경찰들이 깔린 상황에서 의도적인 살상을 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 하기는 좀 무리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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