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 산만하지만 진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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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56 조회2,7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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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작. 임상수 감독, 문소리, 황정민, 봉태규, 윤여정 출연.
[바람난 가족]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산만했습니다. 벌써 몇 개의 에피소드가 섞여 있나 한번 보세요. 우선, 주영작 변호사의 어머니 홍병한 여사(윤여정 역)는 죽어가는 쓸모없는 남편을 버리고 동창과 로맨스를 즐깁니다. 영화 후반부에 해외로 떠나죠. 아버지 주창근씨(김인문 역)는 알콜중독자로 자신만의 뚜렷했던 삶을 마감합니다. 주영작 변호사는 "내가 그래도 판사인데 반말하지 마시죠"라는 어설픈 연기를 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하는 변호사입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변호 업무를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모습이 나옵니다. 돈이 안 되는 못사는 사람들을 위한 일인 가 봅니다.
그의 아내 은호정(문소리)는 입양한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귀여운 엄마입니다. 그러나 남편에게 성적으로 만족을 못한 나머지 어리버리 남학생과 바람이 났습니다. 그런데 큰 불만은 없습니다. 매우 장난처럼 시작된 일이 결론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남학생은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습니다.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이 쌓였는지 얼굴만 봐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이상한 캐릭터 성지루 아저씨도 나옵니다. 한국 주니어 웰터급 5위라는 광국이를 외치는 이 아저씨는 우편 배달원인데 과도한 음주를 즐기죠. 그리고 주영작의 아이에게 엄청난 일을 저지릅니다. 아이는 착하고 맑습니다. 별 의심없이 공사 중인 건물 위로 올라가는 성지루의 등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렇듯 [바람난 가족]에는 등장하는 인물마다 고유한 영역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어떤 이유를 가지고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산만해 보입니다. 너무나 우연적으로 이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작은 사회 안에서 너무나 자유스럽습니다. 신지운(봉태규 역)은 쉽게 학교를 그만두고, 우체부는 간단하게 자살을 하고, 주영작의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출발을 하며, 아버지는 죽음 앞에서 의연합니다. 주영작과 은호정에게 삶은 고달픈 것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너무나 자유스럽습니다.
영화는 파격을 달립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척하면서도 은근히 꼬여 있고, 뒤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산만합니다. 주제는 흐트러진 것 같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삶을 살아갈 것을 주장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TV연속극과 달리 우리의 실제 생활은 이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러나 감독 스스로 [눈물],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이어서 성에 관한 담론 3부작이라 부른다는 이 영화가 가지는 진정성에는 힘이 있습니다. 계속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인물들이 그렇듯 쉬운 선택을 하는 이면에는 사회의 금기를 깨고자 쉴새없이 노력하는 임상수 감독의 눈빛이 보이거든요.
영화가 시작된 이후 2명이 죽고, 한 명은 떠나고, 바람난 남편과 아내는 각각 자신의 바람상대와 이별합니다. 그리고 이들도 더는 부부이기 어려워졌죠. 감독이 깨고자 노력했던 상투적인 거울은 그렇게 깨졌습니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서요? 거울이 깨진 그곳에서 주영작 변호사는 "내가 잘할게"를 반복해 말하다가 퇴짜를 맞은 뒤 뒤돌아섭니다. 의미 있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런 남편을 떠나보내는 은호정은 무용연습실의 마루 청소를 마무리하죠. 신나게 달리면서 말입니다.
사족 1: 바람난 가족이라는 제목이 좀 맘에 안듭니다. 조금 더 진지해 질 수 있는 영화였으니까요. 반면에 음악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창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족 2: 그래도 올해 한국 영화 중엔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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