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추장 (Lo Sceicco bianco, 195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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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57 조회2,3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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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작. 페데리코 펠레니 감독, 브루넬라 보보, 알베르토 소르디, 레오폴도 트리에스테 출연.
이반과 완다는 로마에 신혼 여행을 왔습니다. 부모님까지 모시고 교황을 만나뵙기로 약속까지 잡혀 있었지만 신부인 완다(브루넬라 보보)가 그만 평소에 우상이라고 생각해왔던 백인 추장을 만나겠다는 생각에 한눈 팔다가 영화촬영팀의 차에 몸을 싣고 로마를 벗어나게 됩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간 것이었죠. 이 유랑극단은 영화를 촬영 중이었고, 로마로부터 멀리 벗어난 해변에서 완다는 백인 추장을 만나게 되지만,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백인 추장은 요즘으로 치자면 바람둥이 사기꾼이었죠. 그래서 그녀는 실망합니다. 이반이 보고 싶어 차를 얻어타고 로마로 돌아오지만, 못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는 비관하며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그러나 잘 될리가 없지요.
완다가 사라진 동안 이반은 그녀를 만나러 온 부모님과 가족에게 횡설수설하며 둘러대느라 정신 없습니다. 차마 도망갔다는 말은 못하고 말이죠. 아파서 방 밖으로 못 나오고 있다고 말하고는 자신은 로마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닙니다. 마침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분수대 앞에서 아내의 사진을 꺼내 울먹이는데, 지나가던 행인 둘이서 위로하죠. 그 행인 중에는 페레니 감독의 부인이자, 그의 다음 작품 [길]에서 젤소미나 역으로 많은 많은 인기를 누릴 줄리에타 마시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다시 남편의 품으로 돌아온 완다를 이반은 용서하고 교황청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자살에 실패해 정신병원으로 잡혀온 완다를 이반이 찾아오게 되었고, 둘은 너스레를 떨며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반은 완다를 이뻐하는 부모님을 보며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한 것이겠죠. 택시비를 달라며 끝까지 쫓아온 택시기사에게 싫은 표정을 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다시 행복에 빠져 있습니다.
이 한바탕 소동을 50년이나 지난 지금 미소지으며 볼 수 있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이자, 매력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 남는 영화들에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펠레니와 안토니오니가 각본을 쓴, 무게를 잡거나, B급인척 하거나, 예술인척 하는 영화가 아닌, 가볍게 보고 즐기는, 털털하고 완만한 이 작은 소품이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펠레니의 영화의 출발이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펠레니는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 인생의 거울이라구요. 예술인 척 한 적도 없고, B급인 척 한 적도 없습니다. 그 건 있는 그대로의 펠레니 자신입니다. 자신의 본성은 저 멀리 광장에 있는 떠들썩한 사람들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고독한 척, 아름다운 척, 고고한 척, 외로운 언더그라운드인 척 해대는 사람들의 영화는 결코 [백인 추장] 처럼 오래 살아 남지 못합니다. 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선형적인 분석에만 매달려 보고, 즐기고, 감동하는 재미를 놓쳐버리는 이 시대 자칭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아직도 50년전 이태리 영화의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 우리의 문화적 바탕의 미성숙이 눈에 보일리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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