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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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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6 조회2,6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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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bbean.jpg2003년작. 고어 버빈스키 감독, 쟈니 뎁, 올란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출연.

저는 [슈렉]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범한 아동용 오락물쯤으로 생각했지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각본의 모든 관심은 '어떻게하면 아이들을 한번 웃겨줄까, 재미있게 해줄까' 에 모아져 있습니다. 그런 대사와 상황들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겠지요. 그런 가운데 독창적이라고 할 만한 수법들이 곳곳에 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재미를 위해 개발한 아이디어일 뿐입니다. 그렇게 만든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즐거웠습니다." 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게 전부지요.

그러나 그 이상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슈렉]에서처럼 그렇게 몇몇의 주인공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매번 푸르른 하늘이 보이고, 악당들은 땅이 갈라지고 험악한 계곡에서 불을 뿜어내는 괴물과 함께 살며, 선은 항상 선이고, 악은 항상 악인 그런 세상이 아니지요. 그렇지 않은 세상을 진솔하게 그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기술적 경험 없이도 우린 영화에 푹 빠져들게 되겠지요.

[슈렉]의 각본을 써서 유명해졌던 테드 엘리엇이 또 손댄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십시오. 극 중 잭 스패로우를 우리는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는 무인도에 갇혀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배짱좋게 술이나 퍼 마시고,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어도 징글맞은 표정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번 휘두른 칼이나 총알 한방에 보기좋게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의 목숨은 영화내내 한번이라도 위태롭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언제나 성공했지요. 실패를 가장한 채 말입니다.

그럼 관객은 당장 영화가 끝난 이후 영웅 잭 스패로우를 흉내내야 하는데 세상이 그렇게 허락 하던가요? [캐스트 어웨이]에서 척 놀랜드(탐 행크스)는 잭 스패로우의 반의 반도 못따라 가는 멍청한 바보라서 무인도에서 7년씩 허송세월을 낭비한 것일까요?

극 중 엘리자베쓰와 윌 터너를 보세요.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관객들 중 그들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긴장을 하며 "혹시 잘못될지도..."라고 앞질러 간 분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이기 때문이지요. 악당 바보사 선장이나 그를 추종하는 해적들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하나같이 이마에 악당이라고 써 붙이고 다닙니다.

게다가 배우들은 많은 양의 대사를 외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습니다. 쟈니 뎁은 그의 이력에 비하면 평균 이하의 연기였고, 올란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카메라 앞에 그냥 계속 서 있었으며, 제프리 러쉬는 감독의 오버연기 요구에 너무 친절하게 응했다고 생각됩니다. 자기 눈을 가지고 놀았던 해적과, 배를 지키던 2명의 해군은 영화에 웃음을 주기위해 고용한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잭 스패로우의 뺨을 때리던 여자들은 최악의 배역이었죠.

해적이야기가 근본적으로 과거와 확 다를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서부의 전설적인 총잡이가 존재하고 그들이 미화되는 것처럼 사람을 죽이고 약탈해갔던 해적 중에 꽤 쓸만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모험담을 그려내는 건 다 비슷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슈렉]의 스타들이라해서 해적 이야기에 고고한 스토리를 넣고 해고 안당할 리 없겠지요. 그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입니다. 잘해봐야 별셋인 한계가 분명한 그 역할 말입니다.

그럼 결국 영화는 인간의 감각중 가장 원초적인 시각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여 재밌다는 인상을 주어야겠죠. CG가 최근 영화들에 비해 그렇게 많이 쓰이고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빠른 화면으로 잘 메꾼 것 같습니다. 일단 넓은 바닷가를 자주 보니 마음은 시원해 지더군요. 거대한 함선이 카리브해를 누비고 다니며 아메리카 대륙의 남과 북을 모두 접수하고 있을 때, 중국외에는 눈을 닫고 귀를 접은 채 살아갔던 조선이라는 나라가 떠오른 건 안타깝긴 했지만 말입니다.

사족 : 해적선 '블랙 펄'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배일 겁니다. 영국함선 '인터셉터'와의 대포 교전으로 엉망이 되고, 침몰하던 '인터셉터'가 기울어지면서 '블랙 펄' 한쪽의 절반을 덮쳤는데도 멀쩡하게 어느새 멀리 가버린 채 '인터셉터'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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