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 스파이크 리 - 혼돈스런 경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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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8 조회2,5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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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작. 스파이크 리 감독. 에드워드 노튼,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베리 페퍼, 로사리오 도슨 출연.
그렇습니다. 스파이크 리는 뉴욕 사람입니다. 그가 뉴욕에서 주류가 되었든 아니든 관계없이 그는 가지각색의 머리모양과, 각기 다른 발음과, 각각 다른 방법으로 나쁜 짓을 해먹고 사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살아야 하는 뉴욕 시민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비판하고 배신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동의 책임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거울을 보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몬티(에드워드 노튼)의 앞엔 고개를 숙이고 할말을 잊은 또 하나의 자기기만적 몬티가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거울속의 몬티는 매우 당당하고 그럴듯 하지만, 또 하나의 몬티는 그런 그를 보며 안타까워 합니다. 몬티에게 세상은 혼돈스런 경계입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 몬티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욕설에 얼굴을 감싸죠.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된 뒤, 보석으로 일주일간의 시간을 갖게 된 몬티는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사람에 불과 했습니다. 그의 아일랜드 친구들, 제이콥(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프랭크(베리 페퍼) 처럼 나름대로의 직업을 가지고, 뉴욕이라는 이 어지러운 사회에 동화되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 마지막 밤을 즐기면서 다가오는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죠. 하지만 그에게 이미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남아 있기는 한 걸까요?
게다가 자신을 신고한 사람이 연인인 내추럴(로사리오 도슨)이라는 의심을 영화내내 깔아 놓으니 몬티의 불안과 절망은 더해 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도소로 가는 차안에서 그는 스파이크 리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판타지를 꿈꿉니다. 불안과 절망은 곧 희망으로 바뀝니다. 그는 사막의 한 마을에 정착하여 돈벌이도 하고, 새 이름도 갖습니다. 몇년만에 찾아 온 내추럴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머리가 하얗게 되던 어느날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과 사진을 찍습니다.
삶의 무상함, 스파이크 리는 사막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소중한 판타지를 심어 놓습니다. 길은 있지만 보지 못하고, 방법은 있으나 외면한 채, 한줌의 가치도 안되는 권력을 놓고 아웅다웅 다투며,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단에 대한 스파이크 리의 시선은 언제나 냉정합니다. 그의 완곡한 판타지는 [25시]의 결정타 입니다.
[25시]는 두말할 것 없는 스파이크 최고의 작품입니다. 물론 대중의 평가는 뒤로 미뤄질 테지요. 인종 풍자와 사회의 편견을 다룬다는 스파이크 리에 대한 무거운 선입견이 있는 한, 왠만큼만 만들면 돈을 버는 게 유행인 한국영화들이 장악한 한국의 극장에서 그의 영화가 일주일 이상 상영 되지도 못한 채, 비디오 시장으로 풀려 버리는 일은 앞으로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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