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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8 조회2,6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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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ist.jpg2002년작. 로만 폴란스키 감독, 애드리안 브로디 출연.

[피아니스트]는 애드리안 브로디가 연기한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회고록에 바탕을 둔 작품입니다. 그는 당시 평범한 연주자였고, 그가 죽은 후에 피아노 실력이 아닌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담담하게 그린 회고록으로 유명해진 사람일 뿐이죠. 그가 겪은 아픈 역사는 한 인물에게만 적용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사회는 복잡한 권력싸움 사이에 벌어진 정치적 혼란기 였습니다.

솔직히 말해 [피아니스트]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네, 그렇죠. 슬프고 고통스러운 삶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죽어갔던 상황에서 스필만씨는 살아남았습니다. 독일군 장교의 도움도 받았구요. 그의 기억속에 '독일'이라는 거대한 악이 존재하고, 그 반대편에 히브리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선한 집단이 존재하는 한 [피아니스트]는 일방적 호소에 불과한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군들의 대화는 아주 낮설게 그려집니다. 카메라에 비친 독일군은 모두 이상한 이방인입니다. 스필만을 도와준 독일군 장교는 전쟁이 끝나자 비참한 신세로 전락합니다. 스필만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의 눈빛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이나, 정치적 편견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어가야 했습니다. 많은 독일군들도 그런 길을 걸었겠지요.

전쟁은 외교의 실패입니다. 외교는 혼자가 아닌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모든 역사속의 전쟁은 승자만을 기억하고, 찬양하고, 미화합니다. 그런 속에서 개인의 삶은 처참하게 희생되고 아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범한 결론이 아닌 전쟁에서 패한 세력의 처지를 두들기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그 당시 외교의 실패를 가져온 모든 인류가 반성하고, 그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지요.

도올은 마지막 장면에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것 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폴란스키에게 지나친 기대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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