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52 조회2,421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2001년작. 임순례 감독, 이얼, 박원상, 황정민, 류승범, 오지혜, 박해일 출연.
[와이키키 브라더스] 2년 후, 지금 임순례는 [6개의 시선] 이란 작품의 한 단막극으로 다시 관객을 찾았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영화에 예전만큼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현재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소수정예의 팬을 거느린 마이너의 작은 거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6개의 시선]은 어떤 영화로 비쳐질까요?
2001년은 여러가지로 한국영화의 붐이 일어났던 최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친구],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등으로 이어지던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관객 점유율 50%에 육박한 해였으니까요. 하지만 2001년,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호감가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영화시장을 거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조폭과, 엽기코믹 영화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는, 천편일률적 그 단순한 흥행공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영화들이 나왔는데 [꽃섬], [고양이를 부탁해] 등이었죠.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차분히 뒤돌아보면서 찾게 된 2001년도의 한국영화는 뜻밖에 흥행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괜찮았던 시기였음을 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DVD로 구입한 [소름], [봄날은 간다], [와니와 준하], [흑수선], [나비], [무사]에게서 한국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생각하고 있던 소재, 만들고 싶었던 영화들을 약속이나 하듯이 한꺼번에 쏟아냈던 것입니다.
오늘 여기에 뒤늦게나마 하나의 영화를 추가하려합니다. 감독의 명성만 알고 있었을뿐 [우중산책], [세친구]를 모두 보지 않았고, 바노의 한국영화 감독 순위에도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려놓아 평가를 뒤로 했던 바로 그 감독에게서, 이 영화가 2년 전 뜨거운 열기속에 재상영을 소리높여 외쳤던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와이키키 브라더스] 지요.
영화는 진지함과 유머를 골고루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석(박원상)과 강수(황정민)가 서로 삽질을 하며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을 때, 주인공 성우(이얼)는 진짜 이 영화의 스토리를 진행시킵니다. 그는 예전의 친구들을 재회합니다. 밴드를 만들고, 공연하며, 바닷가에 모여앉아 파티를 벌이고, 뛰놀던 그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려 기성새대가 되었습니다. 어린시절 간직하고 있던 꿈은 모두 잊어버린지 오래되었죠.
공연에서 'I Love Rock & Roll'을 힘차게 불렀던 여학생은 배추를 파는 여인네가 되었습니다. 음악과의 연결 고리는 가끔 외로울 때 노래방을 찾는 게 전부였죠. 성우는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옛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더욱 큰 외로움과 무상함을 느낍니다. 노래방의 모니터에 나타난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충고 브라더스'의 맴버들은 이젠 지나간 추억이죠. 그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있다면 '사는게 괴로운' 우리들 밖에 없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그렇게 80년대를 추억하고, 잃어가는 것을 추억합니다. 몇가지의 에피소드가 지나간 후 성우는 배추장사꾼에서 보컬로 돌아온 인희와 함께 남해안의 어느 도시에서 제2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시작시킵니다.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구슬프게 부르는 인희에게서 점차 멀어져가는 카메라는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주자고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시작점으로 회귀했습니다. 두명은 떠났고, 한명은 추가됐으며, 한명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는 다시 어린시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의 목표를 만들고 출발하기 시작했던 바로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임순례가 80년대를 추억하는 것처럼 관객은 자신의 시작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서 지금의 현실을 바라볼 것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 하나씩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혹은 사랑했던 그 무엇이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맹렬히 살아가는 길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사족 1: 서울뮤지컬컴퍼니는 내년 2004년 1월 24일부터 2월 29일까지 팝콘하우스에서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족 2: 임순례 감독의 감독 순위를 격상 시켰습니다. 그녀가 80년대를 '형사'로 추억한 봉준호나, 흥행감독 김지운 보다 좋은 감독이 될 것이 눈에 보이거든요.
사족 3: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의 가사
그대 내곁에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땜에
내일은 행복할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릴래
당신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주던 단 한사람
커다란 어깨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날을 언제나 기다려왔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싶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