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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 북 The Pillow Book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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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3 조회2,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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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owbook.jpg1996년작.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 비비안 우, 이완 맥그리거 출연.

[필로우 북]은 10세기 헤이안 시대에 일본 황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당시 궁녀였던 세이 쇼나곤이 일기형식으로 적었던 작품이라 합니다. 원 제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서양에 소개가 되어 읽혀 졌던 모양입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관계없이 바로 그 책을 소재로 하여 일본인과 일본 문자를 이용한 [필로우 북]의 이미지는 완성 되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이야기의 전개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줄거리가 어떻게 되고, 제롬과 나끼꼬는 왜 그렇게 힘든 운명의 길을 걸어야만 했는지 따져봐야, 세기말 최첨단을 걷는 기술과, 화면이 중첩되며 현란한 감각과 미장센이 강조되는 화면 앞에서 그런 것들은 별로 흥미 있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등장인물의 누드에 그려진 각종 일본 문자들을 보십시오. 그것은 일본의 고대 문학의 소재를 통해 현대적으로 구성한 묘법을 위한 구성체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독창적인 화면 구성과 담백한 색조를 자랑하던 근대 화가들의 회화를 연상시킵니다. 영상을 표현하는 수단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영화의 내용보다도 분할된 화면때문에 더욱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진 않았지만요.

피터 그리너웨이는 한때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다녔던 감독입니다. 보면 볼수록 연구하고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가져다준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8 1/2우먼]의 감상기에서 밝혔다시피 이제 더이상 그를 응원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의 최근작만을 놓고 본다면 심각하게 불쾌감을 주고 있었고, 독특한 화면은 더이상 혁명적이지도, 신선하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피터 그리너웨이'라는 상표를 말하고자 할 때 [필로우 북]이 그 마지막에 서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 까지는 지지를 표했지만 그의 최근작들이라고 알려진 [Death of a Composer], [털스 루퍼의 가방 Tulse Luper Suitcases: The Moab Story, The]의 감상이 있기 전까지 그리너웨이는 바노의 관심 대상에서 약간 비켜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과거 그리너웨이에 열광하던 80년대 말, 90년대 초 [로드쇼 - 정성일이 편집장을 지키던, 그리너웨이와 왕가위를 강력 지지했던 잡지]세대라면 공통으로 갖는 견해가 아닐까요?

사족 : 이완 맥그리거의 원초적인 몸매를 원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에서 뱅상 카셀의 원초적인 몸매와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자면 무삭제, 무화면가림이 전제되어야 겠네요. 프랑스판 [돌이킬 수 없는] DVD는 Pal,지역코드 문제만 해결되면 최상의 선택이고, 코드1 미국판 [필로우 북]은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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