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드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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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6 조회2,4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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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작.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쟈니 뎁, 페이 더너웨이, 릴리 테일러 출연.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가 저지른 2차 대전이후 최악의 대량학살 사건인 '스레브레니차 대학살’희생자 추념식 및 기념관 개막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지퍼게이트의 당사자였던 르윈스키도 휴양차 비슷한 지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적어도 먼 발치에서 만날 수는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언론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재회인 듯 보이는데 아주 흥미롭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곳의 이미지는 온통 전쟁과 폐허로 얼룩져 있습니다. 민족간에 내전으로 중동 못지 않은 동유럽의 화약고로 전락해 있었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태어났습니다. 워낙 얽히고 설킨 민족간 대립으로 어느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은 평화만을 바랄 뿐입니다. 쿠스트리차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언더그라운드]를 둘러싸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이 만행을 저질렀던 세르비아를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불리었던 대학살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정확한 역사적 내막을 알지 못한 채, 세르비아만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거나 쿠스트리차 감독을 몰아부치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었죠. 그러나 결국 그는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예술가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철학이 없으면 그의 작품은 모두 죽은 것입니다.감독은 항상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석구석에 대한 냉철한 시각과 비판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단지 현상으로 보여지는 사건들에 만족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 또 그것을 과장하여 상업화 하려는 것에 만족하는 모든 행위는 시각에 의존한 유아적인 영화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리조나 드림]은 쿠스트리차 감독이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영화이자 사실상 [집시의 시간]을 넘어서는 마술과 같은 영상의 정점에 있었던 작품입니다. 비평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라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영화이지요. 이 영화에서 쟈니 뎁과 그레이스, 일레인등이 벌이는 모든 환상놀이는 감독이 보는 미국사회에 대한 시선입니다. 엑셀(쟈니 뎁)의 친구 폴(마이클 폴라드)이 [성난황소]의 유명한 대사를 따라하는 장면이 나오고, 각종 허리우드 영화들이 흉내내기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설원으로 덮힌 알래스카에서 빌딩숲의 뉴욕과, 사막지대 아리조나까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 지역이 모두 미국이죠. 아무리 유럽식 멜로디의 아코디온을 연주하고, 집없이 닭장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처럼 닭의 흉내를 내며, 마치 문명의 혜택을 못받고 있기나 한듯이 허허벌판에 건축물을 짓는다고 해서 이곳이 미국땅이라는 사실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정형화 된 틀이 아닌 리얼하지 못한 장면들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놓고는 제목을 '드림'이라고 했습니다.
쿠스트리차는 이 작품 이후 다시 냉혹한 현실의 세계인 보스니아 내전의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작품은 여전히 초현실적입니다. 만약 초현실적 영상이 현실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쿠스트리차의 방식이라고 말한다면 [아리조나 드림]에서의 그 '꿈'은 냉혹한 현실 안에 있는 그 무엇이 됩니다. 좀 전에 예술가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면 그 작품은 죽은 것이라 했습니다.
그의 [언더그라운드] 이전 작품들은 모두 화약을 안은 채, 강제 된 평화가 지속되었던 시절에 나왔습니다. [아빠는 출장중], [집시의 시간]를 거치면서 동유럽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기존 사회주의의 대안이자 사회적, 정치적인 본보기로 부각 된 미국이라는 사회가 그의 관심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리조나 드림]은 그 상황에서 나왔죠.
쿠스트리차는 인종청소가 자행 되었던 엄청난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반드시 그가 속한 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바탕 위에서 연구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화면에 보여지는 배우들의 마이너적인 연기나, 기이하고 몽환적인 영상, 독특한 코메디 등에만 관심을 가지며 평가한다면 실제로 감독이 생각하는 많은 부분을 왜곡하거나 놓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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