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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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3 조회2,6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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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작. 김문생 감독. 87분.
"시나리오를 하나 받았어요. 제목이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영어 제목이 원더풀 데이즈라고 써진.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설정이 환경오염으로 몇백년간 지구상에 비가 내리고 있는데 그 비가 멈춘 날 이 영화는 시작된다라고 써있더라구요. 그런 날이 어떤 날일까. 평생 태어나서 한번도 비가 안 내리는 걸 못보다가 비가 딱 그친 날. 이런 날이 원더풀 데이즈가 아닐까 굉장히 느낌이 좋았어요.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좋겠다 조언을 해주고 그러다가 내 작품이 되어버렸죠."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에는 전혀 공감을 못하구요. 약하다, 단순하다에는 공감해요. 이야기가 단순하니까. 그런데 마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이런 거 같아요. 나는 극장에 와서 웃을 준비, 울 준비 다 되어있으니까 영화야 나 웃기고 울려봐 하는 거 아닌가. <원더풀 데이즈>는 누구를 웃기거나 울리려고 만든 건 아니에요. 나는 영화라는 장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지. 물론 대중적인 감각에서 보면 웃겨주고 울려주길 원하겠죠. 나는 오히려 감정들을 절제하고 싶었어요. 오늘날 우리가 물론 현실을 살면서 대리경험으로 영화를 보면서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환타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보자구요. 우리는 절제하고 살아요. 영화만큼 오바 안 해요. 영화 속의 모습이 보편적인 현실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그린 것이 거든요. 그 이야기를 <원더풀 데이즈>하고 연결해서 우리가 먹구름 깔린 하늘이 벗겨지고 파란 하늘이 왔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질 것인가. 엔딩에 가서도 사람들이 선이 악을 이기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원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테마를 정화라고 잡았어요. 그 마지막 파란 하늘을 봤을 때 관객들이 정화되어지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감정으로 나와서 하늘 한 번 쳐다보면 <원더풀 데이즈>가 가지고 있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얘기 들어도 아직 우리가 영화를 들여다보는 힘이 다양하지 못하구나 그 정도로 생각을 하고 말죠.“
"해외에서는 반응이 참 좋아요.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미국이 가족용을 중심으로 해서 애니메이션이 오락 프로그램처럼 만들어진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기말적이고 SF적이고 오타쿠를 양성하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전파하고 있거든요. 외국의 반응은 <마리 이야기>를 봤을 때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었는데 <원더풀 데이즈>를 보고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런가보다 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굉장히 특별한 스타일과 영화적인 특성으로 풀어내는 아주 독특한 그런 나란가 보다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아름다운 스토리에 뛰어난 영상과 음악이라면서 반응이 참 좋았어요. 아직 외국에서 개봉이 되지 않아서 관객들의 반응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자나 평론가들에게서는 좋은 점수를 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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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김문생 감독의 nkino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전체적으로 경험과 체계가 원활하지 못한 환경에서 2D,3D,미니어쳐가 혼재하는 새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에 도전 했다는 것은 일정부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열정에는 흠을 잡을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그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여러가지 한계를 노출 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부터는 이 영화의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아직 보지 못하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김문생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굉장히 느낌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가라앉은 육지, 환경오염과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 그리고 질투, 사랑... 이 모든 것들이 기존 애니메이션의 영향아래 고스란히 놓여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관객의 기대를 다소 엉뚱하게 웃기고, 울려주기를 기대하는 수준으로 깍아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볼까요?
환경오염으로 왜 일년 내내 비가 내릴까요? 지금처럼 계속 대기오염이 진행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여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대가 변화하면서 적도지방의 사막화가 강화된다거나 열대림이 파괴되는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그런 이유로 지구상에 몇 백년간 비가 내린다는 것은 어떻게 나온 설정인가요? 오히려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은 지표면의 수증기가 많이 증발되고 대기가 그만큼 활발하게 운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게다가 비라는 것은 파란 하늘을 보는 것 만큼이나 세상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일단 하늘에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면 우울하고, 암울하게만 바라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 이야기의 가정은 혹시 그런 잘못된 의식에 기대어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요? 오히려 반대로 수백년간 햇볕만 내리쬐다가 딱 하루 비가 내리는 날이 원더풀 데이가 되는 것이 더 유용한 구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작가는 태양에너지 대신 오염원 에너지를 생각해 냈을까요?
파란 하늘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 정도는 에너지 생산을 멈추고 맑게 개인 날을 즐기는 정도의 합의는 에코반이나 마르인들 모두 이루어 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묘사하지 않은 것은 미래의 인류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생명체로 간주하고 선과 악을 구별하려는 데에서 나온 설정입니다. 그래야 전투가 되고 흥미꺼리가 생기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에코반이 마르를 파괴하여 식물도시 에코반을 유지 시키려 했다는데 마르를 파괴하면 앞으로는 대체 무엇으로 먹고살죠? 대기가 점점 맑아지면 더 합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왜 에코반을 그렇게 어리석게 그렸을까요?
관객은 선이 악을 화끈하게 이기고 극단적으로 통쾌하게 웃거나 슬프기만 하는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독이 고작 그런 관객을 대상으로 [원더풀 데이즈]를 보여주려 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작품은 실패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데 감독은 낮게 깍아내린 관객만을 바라보며 영화를 보는 힘이 다양하지 못하다고 매도합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독은 오버를 경계하고 감정을 절제했다고 하지만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 드라마적 요소 등은 모두 오버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수하, 제이, 시몬 사이에 벌어지는 로맨스는 지극히 감상적인 상투적 역사 속에 있습니다. [단적비연수]에서도 그랬죠. 그들은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사랑에 아파하지만 왜 그렇게들 살아야만 하는지 관객은 답답해 합니다. [원더풀 데이즈] 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몬은 왜 수하를 질투할까요? 한 사람의 마르인으로 취급하거나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제이를 사랑한다면 왜 결혼은 하지않고 혼란스럽게 하나요? 왜 제이는 꼬마시절 수하와의 단순한 기억을 첫사랑 이라고 기억할까요? 그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수하는 어릴 때 박사 밑에서 뭘먹고, 무슨 훈련을 받고 자랐기에 특수부대 요원들이나 하는 솜씨를 보여줄까요? 왠만한 저격수들도 흉내내기 힘든 사격술과 발차기, 순발력,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사람이 천만 다행으로 정의의 편에(과연 어느쪽이 정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서 있는 게 관객에게 위안을 줄까요? 시몬과 수하의 외모를 바꿔놓고 수하가 아주 비열하게 생겼다면 [원더풀 데이즈]의 모든 이야기 구성이 무너질까요? 왜 우리는 시몬과 에코반의 권력자의 생김새만 보고도 악당임을 쉽게 느낄 수 있게 되었을까요?
A.D. 2142년, 섬에 건설된 거대한 에코반을 보세요. 그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델로스타워에 침입한 수하가 시몬의 부하들에게 쫒기는 장면과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에코반의 여러가지 시설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그런 건축물을 만든다는 건 첨단 기술력이 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20세기 구형 권총을 들고 다닙니다. 바퀴달린 운송수단이 그때까지 멀쩡하게 사용된다는 설정도, 데모를 진압하기 위한 취루탄이 쓰이는 것도 모두 어색하기만 합니다.
상상력부재, 이것은 구름사이로 날아가는 글라이더의 상투성 만큼이나 [원더풀 데이즈] 의 진부함을 말해주는 적절한 단어입니다.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리고, 엄청난 음향효과와, 깔끔한 3D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만으로 애니메이션을 평가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런 관점으로 평가하는 시선을 감독은 거부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그런 평을 해주었다는 것을 자랑하려 하면 안됩니다.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칭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그건 너무 단순해서, 이해하기 쉬워서, 가볍게 받아치는 수사에 불과합니다. 평범함 이상의 어떤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충고에 다름 아닙니다.
이미 [원더풀 데이즈]류의 평범한 애니에 열광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미 많은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에서 다양한 스토리들이 선보였습니다. 상상력은 그때마다 상을 달리합니다. 오늘의 창조적 상상이 내일의 창조적 상상이 되지는 못합니다. 각 캐릭터에 보편적인 인류애가 아닌 한 남자의 여자로 밖에 안그려지는 여자나, 맑고 순수함을 보여주기 위해 생각해 낸 꼬마아이가 습관적으로 끼워넣기 되고, 인류의 미래가 항상 전쟁이나 환경파괴로 암울하게 그려지는 건 이미 그것 자체로부터 상상을 버림 받게 됩니다.
'최고의 기술','최고의 영상','최고의 사운드' 이것 만으로도 [원더풀 데이즈]를 충분히 압축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한복판에 '왜?','무엇을?','어떻게?' 가 빠져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단순한 기술적 경험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 단순한 기술적 경험을 주는 작품은 7년간의 각고 끝에 완결된 것이라 해서 보는 방법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화려한 그래픽과 음향을 즐기고 "잘 만들었네" 라고 한마디 해주면 그만 입니다. 감독이 원하는 게 계속 보여지며 그때마다 활발한 토론을 생산 시키는 작품인지 아니면 이런 단순한 언급으로 끝나도 괜찮은 작품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아는 것 입니다.
사족 : 에코반이 파괴되자 하늘이 맑아 집니다. [원더풀 데이즈]의 공식사이트를 뒤져 보아도 왜 에코반의 파괴가 비를 멈추게 하고 구름을 걷히게 만들었는지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대사를 놓친 것 같은데 한번 더 봐야 알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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