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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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45 조회2,5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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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아래는 국내의 한 일분문화비평가가 쓴 글입니다. 이것은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만이 아닌 [루팡3세] 전반에 걸친 가장 유익한 글이라 생각됩니다. 미야자키의 극장판도 '몽키 펀치'의 초기 [루팡3세]의 큰 틀안에 놓여져 있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루팡3세]의 모든 시리즈는 따로 떼어놓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라 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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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일본 애니메이션 사에 한 획을 긋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는 어린이의 전유물이던 애니메이션에 파격적일 정도로 성인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루팡3세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본격적인 성인지향 애니메이션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이 바로 이 루팡3세다. 일본의 내 노라는 유명한 감독들과 애니메이터들의 대부분이 이 작품을 거쳐갔으며(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 루팡3세를 통하여 감독 데뷔를 하였다.)
이 루팡3세가 등장한지 30년이 넘는 지금에도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가지고 있다. 짧은 머리칼에 구렛나루를 길러 원숭이 손오공의 사촌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내.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둑의 자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그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추리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한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도둑, 그 유명한 괴도 루팡의 손자, 이름하여 루팡 3세라는 것이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아직 일본과 유럽 간의 저작권에 관한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이니 아무도 그의 정확한 혈통을 따져 묻지 않았다.
다만 그의 할아버지가 비록 도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어떤 귀족의 자제보다 훌륭한 신사의 표본이었던 반면, 이 까불대는 친구는 보석을 훔치는 것 이상으로 여자를 후리는 데에 예술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망나니 플레이 보이라는 사실은 <루팡 3세>의 매력을 감지하는 첫 번째 열쇠다. 60년대 말 '몽키 펀치'라는 괴상한 필명을 가진 작가가 선보인 <루팡 3세>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사이토 프로덕션의 <고르고 13>과 함께 당대를 풍미한 초국가적인 미스터리 만화다. 프리랜서 공작원과 절도범이 자유롭게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완벽에 가까운 솜씨로 자신의 목표를 완수한다는 점에서 두 만화는 대단히 흡사한 설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덕션이라는 안정된 제작 체제 속에서 점점 전형적인 틀 속에 갇혀버린(덕분에 오늘날까지 연재되고 있지만) <고르고 13>과 달리 <루팡 3세>는 그 필체만큼이나 자유롭고 쾌활한 주인공들이 박동하는 생명력으로 일본 사회의 엄격한 관료체제를 꿰뚫고 지나간, 말하자면 대단한 속도를 지닌 '나쁜 만화'의 전범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루팡 3세>는 주인공들의 명료한 개성과 역할 설정만으로 이미 반 이상의 성공은 거두고 들어간다. 이 만화만큼 여러 주인공들이 완벽한 팀웍을 구성하며 인기를 균등하게 관리하고 서로 절묘한 상승 작용을 벌이는 만화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작가가 특히 좋아했다던 루팡과 당시 일본에 막 들어온 007을 믹스하여서 만들어진 호기심 많고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 루팡 3세,그는 도둑질 뿐만 아니라 엽색 행각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는 괴짜 도둑이다. 남녀노소 불문, 자신의 적으로도 쉽게 둔갑하는 감쪽같은 변장술과 그가 만들어내는 다종다양한 무기들은 끊임없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며, 예의 우당탕거리는 호들갑으로 만화 전체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고 나간다. 검은 양복에 턱수염을 기르고 항상 입에는 담배를 물고다는 총잡이 지겐 다이수케(次元大介). 그는 명실상부하게 루팡의 오른팔이라고 할 만하다.
원래 자신이 속해 있던 시카고의 갱단으로부터 탈출해 일본으로 건너왔고 이름도 일본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항상 실수 없는 사격술로 위기에 처한 루팡을 구해내는데, 루팡은 철저히 신뢰하지만 후지코는 못 미더워하고 항상 경계하는 그의 태도는 극의 긴장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여담이지만 그유명한 시티헌터의 사이바료는 작가가 루팡과 지겐을 썩어 놓은듯한 이미지를 만드려는 대에서 탄생 하였다고 한다.)
그 반대편에 검객 이시카와 고에몽이 숨어 있다. 다이수케의 권총에 대비되는 신비의 유성검으로 서구에 맞서는 동양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다이수케와는 달리 왠지 독립적인 냄새가 짙고, 여자에 대해서는 매우 금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그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한다. 고에몽은 실존했던 17세기 일본의 의적(義賊)으로 이시카와는 그의 13대손이라고 한다. 루팡을 암살하러 왔다가 자신 역시 배신당했다는 것을 알고 루팡 편에 선다. 그 다음엔 미네 후지코. 루팡의 라이벌이자 동업자요, 영원한 애인이자 배신자이기도 한 글래머 여인이다. 루팡을 꼬득여 함께 도둑질을 벌였다가 몰래 물건을 챙겨 도망가기도 하고, 체포된 후 루팡을 넘겨주는 대가로 자신을 풀어달라며 제니가타 경부와 거래를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네모진 얼굴의 제니가타 경부. 대단히 근면하고 그래서 우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찰. 루팡을 끊임없이 쫓아다니지만 번번히 당하기 일쑤인데, 이와 같은 슬랩스틱이 가미된 범죄물에는 분명히 그와 같은 상습적인 피해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제니가타라는 이름 역시 동전 던지기가 명수였던 범죄 퇴치가 제니가타 헤이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제니가타 경부는 손수건 던지기의 명수로 등장한다.
<루팡 3세>를 보면 일본 만화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이 작품이 다른 어떤 일본 만화보다 서구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권 독자들은 50년대 말 미국에서 등장한 <매드(MAD)> 잡지의 스타일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쉽게 지적해낸다. <매드>의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그러면서 광기 어린 도발과 정신착란적인 소동이 뒤따라 오는 그 특유의 느낌을 <루팡 3세>에서도 분명히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루팡 3세>는 언뜻 어지럼증날 정도로 때리고 부수고 넘어지고 달아나는 슬랩 스틱의 코미디에 자유분방한 섹스 장면이 가미된 가벼운 미스터리물 정도로 보이기도 한다. 이 개성이 넘치는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하기 위한 기획회의에서 몽키펀치씨는 돌연 이런말을 꺼냈다고 한다. "루팡3세는 애니메이션화가 될수 없어요."자신의 만화에는 자세히 읽어 내려가지 않으면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는 이유에서 루팡3세의 애니메이션화는 부적합하다는 것 이였다. 그러나 1년후에 방영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를 본 몽키펀치씨는 "이거 혹시 일 낼지도 모르겠군."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몽키펀치씨의 상상 이상으로 세련된 연출이 이루어져 진짜 루팡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어덜트한 분위기 탓인지 초기 시청율은 저조했고 초반의 연출을 맡고 있던 오오스미 마사아키씨는 6화를 끝으로 연출에서 손을 띄었다. 6화 이후로는 내용도 좀더 알기쉽게 구성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누려 약 30년간 TV시리즈 및 극장판, TV스페셜,게임 등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제작되어 지고 있다. 하지만 몽키펀치씨는 "역시 처음의 TV애니메이션 이 가장 재미 있었지요 오오스미 마사아키씨가 연출을 맡고 있을 때 말입니다."라고 회상하고 있다.
당시의 비평가들 중에는 <루팡 3세>와 같은 작품을 비판하면서 이것은 무국적의 만화다, 이 작품 어디에서 애국심을 찾을 수 있는가라며 호통을 친 사람들도 있었던 듯하다. 작가는 이에 대해 <루팡 3세>는 애국심이 아니라 애우주심, 애지구심, 애자유심을 고취하는 만화라고 말한다. 결국 이 작품의 바탕은 코스모폴리타니즘,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민족이나 국가라는 단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국적과 신분, 또는 직업에 얽매어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가장 자유로운 일, 심심하면 부자집의 금은보화를 털고 세계의 풍만한 미녀들과 밤을 보내는 즐거운 인생, 그것은 최소한의 공명심마저도 버린,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그렇지만 유쾌하고 쾌활한 '도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의 자유에는 한계가 없다. 몸도 얼굴도 마음껏 바꾸고, 어떤 나라든 찾아가 보물을 훔치고, 그 돈으로 어떤 것이든 사서 가진다. 무엇보다 그처럼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월급쟁이들처럼 꼬박꼬박 갑종근로소득세를 갖다받치는 일도 없다. 엄격한 경제 성장의 논리에 따라 거대 제국의 부속품처럼 살아온 일본의 청년 노동자들에게 이처럼 달콤한 유혹은 없었다. 그것을 두고 현실 도피라고 욕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현실을 대체할 또다른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 한 그들은 언제나 기꺼이 이 환상을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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