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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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5:25 조회2,4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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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작. 장준환 감독, 신하균, 백윤식 출연.
이 영화는 한국영화이고 한국영화를 키워야하는 건 관객이고 바노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음해로 물러난 재야 수사관의 등장, 주인공 병구의 우울한 과거 회상,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와 그녀의 효자, 컬트라 불리고 싶어 생각해낸 교과서적인 재료(서커스+UFO),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까지 한국영화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상투적인 수단의 집합체를 [지구를 지켜라]역시 담아내고 있었으나 못본척 참고 싶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장준환 감독과 연기자들은 아마도 특이한 소재, 상황에서 베어나오는 우울한 웃음, 적절한 판타지, 결말의 반전등의 이유로 촬영 내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을 것입니다. 어느정도 안전한 흥행이 보장되는 코메디가 바탕이 되는 살색 영화나 조폭 영화들이 아닌 SF, 미스테리물에서 느껴지는 인디정신이 그들의 마음을 내내 지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고려했어야할 사항들을 지나치게 간과하였습니다. 영화에서 UFO를 애호하는 사람들의 합리성은 무시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들은 단지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기인들로 각인될 뿐입니다. 수사관들은 어떻습니까? 뻔한 엉터리 경찰들을 깔아놓고 그중에 한명만 이성적으로 보여지도록 설정한 점은 너무 안이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 이성적인 수사관의 비중도 너무 컸지요.
또한 발목을 망치로 때린다든지, 장식용 소도구 마네킹들을 쌓아 놓는것 등은 [미져리]와 [킬러의키스]를 노골적으로 흉내내었고 깍은 머리는 [12몽키스]의 브루스 윌리스를, 머리에 쓴 특수모자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비롯한 까로와 주네 영화들에서, 천사가된 어머니가 알약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브라질], [바론의모험]등에서, 죽은줄 알았던 병구가 갑자기 일어나 강사장을 다시 덥치는 장면은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허리우드액션의 표준 영화들에서 가져오는 등 거의 패러디 수준으로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차용한 장면들로도 하나의 챕터를 이룰 정도로 무질서하게 포장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꼭 빗물이 되었든 화재진압용 스프링쿨러의 물줄기가 되었든 그 속에서 액션이 이루어져야 멋있어 보이고, 꼭 살인마들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우울한 과거를 회상장면을 통해 강조해야만 하는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습관적 장면들이 감독과 제작진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었습니다. 주가조작등의 사회지도층 비리나 탄압받는 노동자 장면이 흘러가듯 교묘히 끼워들어간 것도 잘못된 사회가 개인의 정신질환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 되었으나 역시 욕심에 그칠 뿐이었죠.
영화는 처음부터 판타지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외계인의 짓이라는 허구속에 사는 정신병자이자 살인마의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순진함만이 강조된채 시작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사장이 납치된후 수사관들이 등장하고 단지 몇개의 우연히 발견한 정보만을 기초로 쉽게 병구를 범인으로 단정해 강원도까지 찾아가는 용감한 전직 경찰관이 나타나면서 영화는 피가 난자하는 하드보일드 액션물이 되었고 마침내 모든 구성을 날려버리는 판타지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영화의 모든 내용을 마지막에 판타지로 뒤 엎으면서 중간 과정의 불합리성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것도 사회비판이라는 주제의식까지 들어가 버리면 영화는 과잉의욕까지 드러낸 셈입니다. 순제작비 35억원, 마케팅 비용이 10억원 이상 투여된 블럭버스터 영화 치고는 재미다운 재미를 못주고 있는 것이죠.
바노라면 이렇게 만들겠습니다. 영화에서 일체의 욕을 지우고 병구의 대사는 극히 제한되며 동생 배역은 없어지고 병구의 광적인 살인행각은 사라지며 강사장과 병구의 폭력은 단순화 시키고 피가 흘리는 장면은 모두 없애버리는대신 정신질환자인 병구의 상상을 따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환상이 주류를 이루는 것입니다. 은유와 상징이 강조되고 초현실이 현실이 되는 구성속에서 자연스럽게 병구의 눈을 통한 사회비판은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과거 시위장면을 끼워 놓거나 대사를 통해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죠.
사족: 이 영화를 B급 영화라고 부르거나 그렇게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25%를 점유하며 CJ엔터와 함께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플래너스의 자회사 싸이더스가 투자를 맡고 CJ가 배급하는 엘리트코스의 영화가 B급인척 하면 안되지요. 게다가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있는 B급이 어디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B급 영화는 제목만 들어도 웃긴 각종 애로영화들 뿐입니다. B급 B급 하지마세요. 진짜 B급이 들으면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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