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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흥행성의 뒷맛은 늘 씁쓸하다 - 디-워 **1/2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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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18 조회2,5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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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D-War 2007 ★★1/2

d-war.jpg심형래 감독.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 출연.

하늘이 사악한 이무기 부라퀴로부터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의 조선에 나린이라는 여인의 몸에 여의주를 품어 세상에 태어나게 합니다. 그녀가 20세가 되었을 때 선한 이무기가 그녀의 여의주를 품고 승천하면 세상은 밝아질 것이고 부라퀴가 차지하면 세상에는 종말이 오게 됩니다. 하늘의 명을 받은 강력한 수호신인 보천은 제자 하람을 전사로 키우며 나린을 보호토록 하는데, 하람이 나린과 사랑에 빠지게 된 20년 후, 부라퀴의 추종세력은 조선을 침공해 나린을 찾게 됩니다. 보천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라퀴의 부하들은 나린과 하람을 추적하게 되는데 이들은 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부라퀴로부터 여의주를 보호하지요. 그로부터 500년 후, 이무기의 승천 기회가 다시 찾아옵니다. 여의주를 품고 태어난 운명의 여인은 지구 반대편인 엘에이의 세라(아만다 브룩스)였습니다. 어릴 적 우연히 골동품점에 갔다가 보천의 환생인인 잭(로버트 포스터)을 만난 이든(제이슨 베어)은 그가 말해준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하람의 환생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기자가 된 이든은 어깨에 용 문신이 있는 세라를 찾아 부라퀴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선한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전달해야만 하는 숙명적 임무를 수행합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도심 전투의 스펙터클은 화려했으나 인물은 많이 묻혔고, 이무기는 독창적이었지만 이무기 스토리를 풀어낸 방식은 독창적이지 못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세라가 숙명적으로 인류를 구원할 중요 인물이 되고 그녀를 보호해야 할 수호자인 전사가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는 조금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기도 하네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개념도 사실은 동양적인 것은 아닙니다. 선한 이무기가 있다면 선하지 않은 이무기가 있을 뿐이죠. 선한 이무기가 지배하지 못하고 부라퀴 같은 악이 있어서 그놈이 여의주를 품고 승천하면 절대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건, 유대교와 기독교, 더 거슬러 올라가 조로아스터교와 희랍의 영향으로부터 탄생한 선한 신 야훼와 악한 신 사탄, 악한 시대를 종결짓고 선한 시대가 부활한다는 믿음 등 서구 문명에 영향을 준 이원론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죠. 원래 우리 고유의 이무기 전설이라는 게 이렇게 선악 대결도 아니고 종말론 평화론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산 재료 가져다가 서양식 요리로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아리랑 반찬을 추가한다고 한국 음식이 되는 건 아니지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했던 이 영화의 그래픽 기술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뛰어났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저렴한 단가로 다른 고급 기술 보유국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인 노력으로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경배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그건 마치 전통 무예를 갓 익혔을 뿐인 서양인이 각고의 노력 끝에 동양인 무술 고단자와 대등한 승부를 펼쳤을 때 느꼈을 감격과 비슷한 경우겠죠. 그런데 그 유단자 서양인이 단순한 호기심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강한 인상을 동양 사람들에게 남기려면 동양인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동작과 힘, 스피드, 체력, 열정, 의지, 판단력 등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저런 식으로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심형래의 영화에서는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기발한 시도를 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구나. 우리도 한번 해보자, 예를 들면 이런 정도의 감동을 그들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우스와 타블렛을 딸깍거리면서 정해진 시간을 채워나가는 작업에서 나올 수 없는 새로운 길이죠.

제가 2006년 10대 영화에 넣었던 <스캐너 다클리>에서 보여준 애니메이션 기법을 로토스코핑이라고 하더군요. 그 기술 자체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가득한 그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새로운 세계가 꿈틀대며 솟아나오는 느낌 같은 걸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영화의 등장인물이나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그것이 마치 예전부터 늘 있었던 세계인 양 뻔뻔스럽고 당돌하게 자유분방한 형태로 구사했습니다. 영화의 매력이란 그런 데에서 나옵니다. 그 매력은 영화의 대중성과 흥행성의 대척점에서 시작된다는 게 늘 창조자들의 고민이 되긴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심형래 감독에게 이런 걸 요청하고 싶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1/2

woori.jpg임순례 감독.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엄태웅, 조은지 출연.

소속 팀이 해체되자 그 회사의 직원으로 마트에서 일하고 있던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미숙(문소리)은 일본에서 귀국한 전 동료 혜경(김정은)이 대표팀 감독 대행으로 발탁되자 음식점을 하던 정란(김지영) 등과 함께 대표로 복귀해 태릉에 들어가게 됩니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 신-구 멤버 간 불화에 남자 감독을 원한 협회와의 갈등까지 겹쳐 대표팀은 위기에 빠지지만 혜경이 자존심을 접고 새로 감독으로 부임한 전 애인 승필(엄기웅) 밑에서 선수로 뛰기로 결심하면서 팀은 재정비되죠. 유럽식 훈련 도입에 독자적인 훈련 방식을 강요하는 승필과 미숙, 혜경을 비롯한 노장 선수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만 죽을 힘을 다해 의지를 불태우던 혜경은 이기적인 승필의 마음을 바꿔놓습니다. 영화는 사실 여기까지입니다.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건 그렇지 않건 갈 곳이 정해져 있는 몇몇 선수들은 이제는 핸드볼에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행복 또는 절망을 보며 곡절 많은 삶을 살아가게 되겠죠.

그래서 더욱 이 영화의 후반부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는 처음부터 매우 가볍고 성급하게 출발했습니다. 감정적이고 정형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안전하게 한국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재현하던 영화가 그래도 생명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혜경과 미숙이 겪던 안타깝고 애처로운 시련과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래서가 아니라,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걸었던 무대에서 자신이 더 할 수 있는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여자로서, 평범하지 못한 엄마로서의 좌절감과 역경을 견뎌내며 다시 힘을 내는 그 모습에 영화의 진심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테네 그 자체가 아니라 아테네 이후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합니다. 미숙은 그래서 어떻게 살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남편은 어떻게 되었으며, 혜경은 어디로 갔고 승필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핸드볼 홍보 영화가 아니라면 당연히 러닝타임의 마지막 부분은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졌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더 보여줄 게 없는 것처럼 서둘러 끝내버린 건 대중성과 흥행성을 고려해 영화의 진심까지도 변질시켜버린 참혹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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