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바르게 산다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의 시간 - 밀양 ***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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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18 조회2,8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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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출연.
평범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허공에 햇볕밖에 더 있느냐며 하나님을 부정하던 신애가 갑자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면서 희망을 얻었지만 교도소 면회를 다녀온 이후 다시 믿음이 흔들리면서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 절망에 무기력해지는 과정이 전개됩니다. 상처가 컸기에 신앙에 의지한 후 쉽게 그것을 진실한 믿음이라 생각하고 모든 걸 바치면서 그녀의 충격과 고통이 더 컸을 것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애에게 닥친 불행은 교통사고였든 돈을 노린 범죄였든 종교의 위선이든 그것은 극중 신애라는 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돈 많은 학원 원장과 그의 탈선한 딸 혹은 그녀의 주변, 위선적인 종교인(다수가 될 수 없는), 이기적이고 편견으로 가득한 피아노 학원의 이웃들 모두가 일반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특이한 존재로써 신애 주변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오로지 정상인이라고는 노총각으로 혼자 살면서 신애를 처음 본 순간부터 호감을 갖게 되어 그녀 주변을 서성거리는 카센터의 종찬이 있었을 뿐이지만 그분은 말 그대로 진정한 주변인이시죠.
우리 주변엔 수많은 고통 원인자가 존재합니다. 세상에 태어나면 모든 게 고통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그 고통이라는 것 중에는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쉽게 극복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개인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집단의 이익과 이기심 때문에 혹은 알게 모르게 집단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두려움 때문에 한 개인이 어떤 특별한 성취를 이룩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풍토를 올바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밀양>에서 신애가 겪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수난이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인 웅변학원 원장으로부터 본 피해, 믿음으로 가득했던 신애의 하나님에 대한 의심. 그리고 정신장애. 우리는 이 불행하고 힘든 여인을 매우 안타깝게 바라보지만 어떤 연대적 죄책감을 갖게 한다거나 나 혹은 주변을 둘러보게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고통을 당하는 여인이 보이고 그녀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닐 겁니다.
신애가 교회에서 얻은 축복과 활력을 상기해보면 이 영화는 인간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삶의 고통을 두드러지게 그리면서 사실은 분명하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그 이전의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안 이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으며 교회에 열심히 나감으로써 자신에게 닥쳐왔던 불행으로부터 모든 걸 용서할 자신까지도 생겨났었지만, 그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원래의 의심이 되살아났을 때, 이전의 모든 고통까지도 하나님과 하나님을 믿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들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녀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갑자기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거나 이 세상에 별 관심이 없는 하나님의 방관 속에 그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데 힘을 쓰고 있다고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녀 주변에 위선적이지 않은 진정한 신앙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사람에게서 신애는 다시 위안을 찾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정말 그런 종교인이 없을까요? 영화는 결말을 비워두었지만 결국 신애가 다시 희망을 얻는 것은 종찬에게서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 이후입니다. 이창동 감독이 배우 전도연을 기용해 인물의 비극적 고통을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배치한 것은 결말에도 없는 송강호와의 사랑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신애라는 인물을 더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 위선적인 종교 때문이었으며, 적어도 인간이 살면서 겪는 불행에 대해서 하나님이 별 도움이 안 되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집단으로 속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저는 이런 메시지를 반대합니다.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또 하나의 메시지가 녹아 있는 부분이 초반에 종찬이 신애에게 밀양을 소개하면서 밀양이라는 곳이 '한나라당 도시'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사는 남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온통 성적인 대화만 하는 동물 같은 인물들로, 질투심과 자존심이 가득한 여자들은 만나면 위선적인 교회 얘기만 하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어딘가에 꽉 막혀서 평생을 사는 사람들 마냥 그린 것 같다는 노골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출한 작품마다 모두 국제영화제에 내놓는 감독이 그런 작은 그릇에 집착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지엽말단적인 느낌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초반의 일상 장면은 문어체적 대사와 인위적 장면이 많았던 것 같고 후반에서는 어찌 보면 꼭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전의 홍상수 영화와 <사마리아> 이전의 김기덕 영화가 합쳐진 것 같은 인상도 주었습니다. 메시지에 동의 못하겠고 그 메시지를 담는 그릇과 포장법에 동의를 못했지만, 불행에 빠진 주인공 신애와 촌스럽고 웃긴 종찬이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 영화에서 어떤 것인지 모를 힘을 느꼈습니다. 웃기다가도 울리고, 울리다가도 웃기는 이 부자연스런 조화 속에 삶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끔찍한 현실에 처해 울음마저도 나오지 않던 신애가 교회를 찾아 웃음을 되찾았을 때 그곳에는 어느샌가 성경책을 들고 가정예배를 찾아다니며 함께 기도를 하고 뻔뻔스럽게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종찬이 있었습니다. 신애가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밝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차에 태워주는 종찬이 있었습니다. 미용실에서 우연히 웅변학원 원장의 딸을 보고 머리를 자르던 중간에 집으로 돌아온 신애 앞에 역시 거울들 들어주는 종찬이 있었습니다. 이 순박한 사람으로 인해서 <밀양>은 진정 힘을 내는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집 앞마당에서 그녀를 흐뭇한 미소로 내려다보며 따뜻한 햇볕 가운데 서 있는 종찬이야말로 신애에게는 곧 하나님이었습니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Time Between Dog And Wolf 2005 ★★★
전수일 감독. 안길강, 김선재 출연.
연기자와 스텝들 월급도 주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빠진 영화감독 김(안길강)은 사촌형이 사는 고향인 속초에 갔다가 영화(김선재)라는 여인을 알게 됩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숙모와의 중국 동행 일정이 미뤄지면서 할 일이 없게 된 김은 동생을 찾아 태백에 간다는 영화를 따라나서게 됩니다. 눈길을 헤치며 간신히 도달한 적막한 도시 태백. 이곳저곳을 수소문해보지만 결국 동생을 찾지 못한 영화와 김은 폐 공사장에서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헤어지고 맙니다. 속초로 돌아온 김은 사촌형의 도움으로 어릴 적에 살았던 집을 찾아보지만 역시 어디인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서울에 돌아온 며칠 후 김은 숙모가 북한에 사는 남편과 만나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속초로 향하고, 거기서 눈 내린 빈 공터를 빙빙 돌고 있던 쓸쓸한 모습의 영화와 조우하게 됩니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희미해진 시간의 기억, 오랜 이별로 얼굴도 잊혔을 남편과의 해후에 실패하고 무력하게 세상을 떠난 노인과 자신의 과거를 통째로 잃어버린 두 남녀의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 불가능한 여정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설경을 무대로 소박하게 펼쳐집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깔려 저만큼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해낼 수 없는 순간' 그 불분명하고 초월적인 시간의 두려움이 가져온 삶의 단절. 그러나 인생이란 바로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특별한 여행이 아닐런지...
바르게 살자 2007 ★★1/2
라희찬 감독. 정재영, 손병호, 이영은, 이한위 출연.
은행 강도 모의 훈련에 강도 역할로 최선을 다한 순경 도만(정재영)의 활약상 + 절묘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포복절도 판타지 +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인 <강철중>의 예고편?
이야기는 꽤 무리였지만 역시 정재영의 코미디 연기가 일품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그 나머진 별로였고요. 이런 이야기는 두 번, 세 번 보면 지루해지죠. 내용 모를 때 딱 한번 보면 좋은 영화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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