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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강철중, 추격자, 영화는 영화다, 님은 먼 곳에, GP506, 놈놈놈, 사이보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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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21 조회3,2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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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2008 ★★

crossing.jpg김태균 감독. 차인표, 신명철, 주다영 출연.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획된 영화로 보입니다. 시대가 너무 좌로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줄 영화도 있어야겠죠.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쉰들러리스트>에 버금가는 감동의 역작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냉정하게 봐서 영화의 뻔뻔한 의도뿐만 아니라 만듦새에서도 점수를 주기가 어려운 영화로 평가합니다. 어떤 부분은 섬마을 아이들에게 서울 구경시켜주고 너희는 왜 답답한 섬에서 사니? 라고 묻는 것처럼 보이며, 어떤 부분은 순탄하게 넘어가는 꼴을 못 보는 억지 갈등 만들기의 배열로 보였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는 많습니다. 한 가지만 생각해보죠. 탈북자들은 왜 생겼을까요? 혹은 왜 북한은 못살게 되었을까요? 라는 질문과 왜 섬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못살까요? 라는 질문은 거의 유사합니다. 우리는 섬마을 사람들이 왜 도시에 사는 사람에 비해 못사는지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그건 상당부분 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섬이 아닌 육지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지요. 그런데 똑같은 눈으로 북한 사회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있을까요? 그들의 배고픈 현실은 상당부분 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들의 배고픔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배고픔이 해결이 되어도 북한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오래 계속되어온 적대적 시선의 소유자들은 그들의 또 다른 흠결을 찾아낼 것입니다. 인권을 가장한 불순한 의도로 그들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함이지 그들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기 때문에 나쁜 짓입니다.

아이가 몽골 국경을 넘으려다가 수비대에 걸려 화를 자초한 것이나, 용수(차인표)가 공항에서 사소한 알약 때문에 제지당하고 기관원들의 명령에 따르며 시간을 허비하도록 방치하는 것 등은 억지 갈등을 여러 군데 쌓아두는 행위입니다. 순탄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군요. 우리 영화 속 캐릭터들은 왜 그렇게 늘 문제를 일으키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요? 그것도 누구나 예상할 만한 곳에서 꼭 그러더군요. 시나리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또한, 군인이 임산부 배를 걷어차는 장면을 넣지 않으면 그들이 인권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인지요. 그런 표현 하나 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서 발길질 장면으로 대강 때운 것인지요. 답답했습니다.

억지로 문제를 일으키고 눈물을 쥐어짜는 방식으로는 세계적인 영화들과 겨룰 수 없음이 명백한데...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적극적인 노력 덕택에 이 영화가 한국 대표로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출품되었다고 하더군요. 기사를 보고 너무 웃음이 났고 곧 식욕장애가 일어났습니다. 전 정권이나 이번 정권이나 참 얼굴도 두꺼운 것 같네요. 그래도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오랜만에 그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나왔으니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길 기원합니다.


<강철중>, <추격자>, <영화는 영화다>는 묶어서 볼만 합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들의 이면에는 학창 시절의 싸움 열기를 공유한 영화인들의 경험이 자리합니다. 이 영화들은 스릴러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닙니다. 한국형 싸움 영화일 뿐입니다. 60년대 태어나서 7,80년대 싸움이 난무하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공감대가 이 싸움 영화의 뿌리입니다. 해외에서 이 영화들을 자기식으로 분석하지 않고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평가한다면 아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장르를 새로 만들어야 될 지경이니까요.

강철중: 공공의 적 1-1 Public Enemy Returns 2008 ★★

p_enemy_2008.jpg강우석 감독. 설경구, 정재영, 이문식, 강신일, 유해진, 문성근 출연.

이 작품은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직접 표현하고 있어서 성인용인 겉모습과 달리 내용은 사실상 10대용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만화를 이런 식으로 그리면 재미있게 보면서 대충 시간은 보낼 수 있겠네요.




 
 
추격자 The Chaser 2008 ★★

chaser.jpg나홍진 감독.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김유정 출연.

이 영화 역시 두뇌를 괴롭히는 긴장감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용 영화입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연쇄살인범이 중호(김윤석)에게 잡혀 파출소에 들어갔을 때 왜 함부로 피의자를 때렸느냐며 화를 내는 경찰의 모습, 정작 범인을 잡아놓고도 밥그릇 챙기기와 자존심 세우기에만 열을 올리며 우왕좌왕하다가 놓아주는 과정 등은 풍자라고 보기엔 너무 낮은 수준이었고, 약한 듯 보이면서도 잔인한 연쇄살인범 캐릭터나 중호가 미진의 딸과 동행하며 아옹다옹하는 것까지 영화 대부분이 베끼기와 비상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영화에선 살인범이 시체를 묻을 때는 항상 비가 내리네요.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몸을 아끼지 않은 하정우, 김윤석 두 배우의 액션 연기입니다. 다른 연기가 아니라 액션 연기만요.


영화는 영화다 2008 ★★1/2

00movie.jpg장훈 감독. 소지섭, 강지환, 홍수현, 장희진 출연.

이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의 연기 덕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 캐릭터를 잘 살려 다른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 깡패들과 수타(강지환)가 기 싸움을 할 때 오버가 심해서 그렇고 그런 영화려니 했는데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더군요. 수타가 기존 싸움 캐릭터의 전형이라면 강패는 한국영화에선 조금 새로운 인물형입니다. 영화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가진 수타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그와 쓸데없이 경쟁하려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강패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형성하는데, 중간에 군더더기가 많긴 했지만 대체로 영화 속 영화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강패의 자멸 행위는 찬성할 순 없었지만요.


반전 영화로서 <님은 먼 곳에>와 GP506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님은 먼 곳에 2008 ★★1/2

nim2008.jpg이준익 감독. 수애, 정진영, 정경호 출연.

남편(엄태웅)을 찾아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베트남까지 간 순이(수애)의 이야기는 그 고달픈 여정을 함께 한 많은 이들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순이는 포탄이 떨어지는 현장에서 남편을 만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죠. 거대한 시대의 폭력 앞에서 인간이란 언제나 한없이 초라해질 뿐입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순간 할 수 있는 건 침묵밖에 없습니다. 순이가 얼떨결에 위문 공연단 밴드에 참여하고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이나 전투 장면이 판에 박힌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후반의 감동을 온전히 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족한 영화였습니다. 정진영의 연기는 좋았던 반면 수애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GP506 2007 ★★

gp506.jpg공수창 감독. 천호진, 조현재 출연.

이 영화는 먼저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명확히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다. 피부가 부풀어 오르다가 뇌가 변이를 일으켜 죽게 되는 건지, 뱀파이어처럼 어디 숨어있다가 인간을 죽이는 건지, 죽어서 좀비가 되어 돌아다니는 건지 말이죠.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단지 공격성이 생겨난다며 계속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처럼 뜸만 들이면서 결국엔 이것저것 다 손대보는 식이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어떨 땐 귀신처럼 보이고 어떨 땐 좀비처럼 보이네요. 결국, 자신의 명예 때문에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아가는 장교를 통해 비무장지대 GP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인간성의 파괴를 다루고 있는데, 지나치게 빠르게 전파되면서 위험한 바이러스를 무리하게 대입하여 반전의 의미보다는 단지 총이 필요해 군대를 배경으로 했을 뿐인 액션영화가 돼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촬영과 C.G에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사이보그 그녀>을 묶어서 감상하면 장르는 다르지만 왠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he Good The Bad The Weird 2008 ★★1/2

good_bad.jpg김지운 감독.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출연.

이 영화는 액션이 화려하고 캐릭터들이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러닝타임은 꽤 길었는데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촬영시 고생이 좀 심했겠어요. 여태껏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송강호가 열연한 이상한 놈 캐릭터가 특히 좋았는데 거친 두 놈 사이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같습니다. 뭐 사실적으로 보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90% 정도는 말이 안 됩니다. 그 시대에 그렇게 깔끔하고 새하얀 깃을 가진 셔츠를 입은 사람이나 말 위에서 총을 마구 돌리며 액션을 뿜어대는 총잡이가 있을 리는 없죠. 상거지 꼴을 하고 밥이나 빌어먹는 사람들 천지였을 텐데 그렇게 총을 잘 쏘고 비범한 통솔력을 가진 힘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참 좋을 뻔했습니다. 이 영화에 만주 웨스턴이니 수정주의 웨스턴 운운하는 글을 보면 닭살이 돋아나요. 그저 평범한 액션 활극에 불과한 것을... 다음엔 귀신이 나오는 호러와 웨스턴도 한번 엮어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사이보그 그녀 僕の彼女はサイボ-グ: Cyborg Girl 2008 ★★★

cyborg_girl.jpg곽재용 감독. 아야세 하루카, 코이데 케이스케 출연.

곽재용 감독이 계속 일본에서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 <사이보그 그녀>도 보았습니다. 일본어로 만들어져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한국에서와 달리 감독의 장점이 잘 살아난 영화였습니다. 각본 단계에서부터 약간 치밀해졌다고 할까요. 특유의 비밀 많고 엉뚱한 러브스토리도 일본 배우들을 통해 훨씬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었죠. 차분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기존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미진하거나 못다한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낸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토쿄 대지진, 2070년의 네오 토쿄, 2133년의 풍경까지 C.G로 재현하니 훗날 화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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