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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두 충격 - 아바타 ***, 스카이 크롤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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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12-30 14:21 조회2,7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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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Avatar>(2009) ★★★
 
제임스 카메론 감독.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출연.

영화를 보고 난 이 시점에 한 가지 떠오르는 건 우리의 두뇌들은 언제까지 흔한 사랑, 이별, 우정, 슬픔, 가족, 성 같은 이야기에만 빠져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연극, 문학, 예술과 인문 전반에 이런 종류의 현실에 기반을 둔 삶의 이야기가 기성과 신인을 막론하고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다뤄온 지 오래되었는데, 바다만 건너가도 그들에게 별 인상을 주지 못하고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려운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단지 무난하게 작가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재탕, 삼탕 반복되며 진부해진 상태라면,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틀을 과감히 돌파할 수 있는 도전적인 신인들이 나와야 하고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주는 제도들이 필요합니다. 그건 오히려 우리 현실의 이야기에 건강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작은 영화 시장을 가진 우리는 태생적으로 <아바타>와 같이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은 영화를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관련 기업에 종사하거나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고급 기술자들을 모두 불러들여 전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무모하다는 평가와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민족 중 하나라는 막강한 한국인 두뇌를 활용한 기발하고 창조적인 이야기의 선점뿐입니다. 그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 소재는 얼마든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이들을 충분히 길러내고 대우해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 인정하듯이 <아바타>와 유사한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낼 엄두를 못 내는 곳이 바로 이 땅의 현실이라면 문화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나 소비자들 모두 그런 준비를 전혀 못하고 있고 관심도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바타> 같은 영화를 보면서 최소한 일반 관람객이 아닌 영화인들이 느껴야 하는 건 어떻게 하면 저런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저들에게 한국인이 생각해 낸 우리의 이야기를 팔아볼까 하는 것이어야지, 압도적인 화면에 취해 마냥 부러워만 하거나 우리도 저런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는 식의 허영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과학 소설이나 영화들, 일본의 아니메에서 종종 본 장면들이 생각났죠. 게다가 곳곳에 문제도 많았습니다. 카메론 감독이 쓰긴 했지만 능력있는 작가들이 참여해 다듬고 손질했을 시나리오가 겨우 이런 수준이라면 우리도 적어도 이야기 부분에서만큼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한번 보세요. 가까운 미래라고는 하지만 외계 생명체가 사는 행성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인간을 보낼 정도라면 10년, 20년 정도로는 안 될 것입니다. 적어도 100년 20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판도라 행성에 간 군인들에게 사기를 불러 일으켜주며 고고고! 를 외치는 장교의 모습을 보세요. 군용 더플백 메고 배치받아 오는 병사들을 보노라면 마치 이라크에 파견된 미 해병대가 연상돼 그저 황당할 뿐입니다. 나비족의 문화를 접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이 부족을 장악하고 그들을 설득하며 리더가 되는 일련의 과정 역시 매우 저급하고 고민이 부족했던 설정입니다. 주인공에게 별다른 문화적 충격도 주지 못하는 외계의 문명이라니요. 더욱 이상한 것은 전쟁이란 외교의 실패와 마찬가지인데, 미래의 인류가 이제 막 발견한 외계의 다른 생명체와 이렇다 할 평화적 교류와 외교적인 노력도 없이 단지 자원이 필요하다 하여 무작정 침공을 한다는 건 아직도 이들이 16, 17세기 아메리카를 정복하던 시절의 상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 행성까지 군대를 이끌고 가 부하들을 사지로 몰며 작전을 감행하고 시종일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는 지휘관은 결코 몇 백 년 후 진보된 인류의 군인다운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현재 이라크에 가 있는 미군 부대 지휘관이라면 몰라도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모자람이 없는 영화입니다. 어딘가 어색하기만 했던 그동안의 쓰리디 영화와는 현격하게 달랐습니다. 여주인공 네이티리의 표정이 너무 유난을 떨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정도로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습니다. 공상과학영화 특유의 낭만적 세상을 펼쳐보여주는 데에 이 기술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화려했던 마지막 전투 장면은 보는 이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이제 영화란 산업의 미래가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다른 것을 상상하고 준비하고 보여줄 차례입니다. 영화산업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고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그 거대한 시장을 유지하는 할리우드에 좀 더 완벽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그런 능력이 있는 숨은 새싹을 우리 자신의 눈으로 발견하고 키울 수 있을 때 한국에서의 <아바타>는 오락영화 이상의 의미가 있게 될 겁니다. 
 
  
<스카이 크롤러スカイ クロラ>(2008) ★★★1/2
 
오시이 마모루 감독. 카세 료, 타니하라 쇼스케, 쿠리야마 치아키, 키쿠치 린코 목소리 출연.
  
모리 히로시의 원작을 아니메로 만든 오시이 마모루의 <스카이 크롤러>는 알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해 실제 전쟁 게임을 즐기는 모호한 인류 역사의 한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외모로 나이를 먹지 않는 킬드런들이 전투에 참여하는 공군 조종사로 활약하는데, 이들은 신체 시간이 정지되어 있기에 과거 기억은 곧 상실되고 오로지 반복되는 현재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전투를 잘 소화해 전쟁이 끝나버리면 안되기에 '티쳐'라는 절대로 지지 않는 적을 설정하고 무한적인 전쟁을 반복하는 그 세계는 어쩌면 작가의 눈에 비친 곧 닥쳐올 미래에 대한 암울한 예시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평화가 완벽하게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서의 전쟁이라 일반 사람들에겐 피해가 없는 밝은 미래의 현시일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런 뛰어난 상상력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킬드런들이 고작 나는 누구인가 따위의 불안과 방황에 시달리는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과 똑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지고 죽으면 다시 재생되기도 하는 킬드런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과거와 미래가 없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여기선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과거는 있는가, 미래는 있는가, 나는 과연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들이 중심에 서게 됩니다.

"여러분의 삶이 무의미하게 날마다 반복된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늘 오늘과 다른 미래를 살게 될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바람의 향기,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온기 등은 여러분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 안에서 온 힘을 기울여 살아야 한다." 오시이 마모루가 <스카이 크롤러>를 아니메로 발표하면서 젊은 관객들에게 한 감동적인 이 말은 바노와영화에서 왜 오시이 마모루라는 감독을 일본의 어떤 감독들보다도 더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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