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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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3:44 조회2,5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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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최민식,안성기,유호정,손예진 출연.
[취화선]의 장면하나 대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번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쉽지않은 동양화의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는 각본이니만큼 영어자막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장승업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시대적 고민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렇게 원하는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도무지 편안한 감상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테크니컬한 장면에 신경을 썼기 때문일까요? 영화속 장승업의 일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하지 않는 정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영화 120분은 오로지 자기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장승업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행동의 연속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고아로 떠돌고 화가나 그림 소장가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림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당대를 대표하며 조선3대 화가가 되기까지 그의 일생이 생기있게 보여질리가 없었습니다.
각본의 문제일까요? 편집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연출의 문제일까요? 관객이 어느 한장면을 깊게 생각하기 전에 이미 시간과 공간은 다른곳으로 훌쩍 뛰어넘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역사적 사실들속에 장승업은 미쳐 자신과의 갈등이 관객에게 전달되기 전에 이미 훌훌 털어버린 모습으로 붓을 잡습니다. 시간에 쫒기듯 서둘러 늙어버리는 그의 생은 여전히 2시간으로는 모자라 보였습니다.
장면 오래찍기를 통해 런닝타임을 좀더 끌고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이 뚝뚝 끊어 지지않도록 장면마다 여운이 필요했습니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매번 술에취한 장승업을 등장 시킬 필요 또한 없었습니다. 그것을 표정과 말로 이해시키려고 했어야 합니다. 그의 고뇌도 마찬가지지요. 꼭 비오는날 밖에나가 하늘을보며 소리 지른다거나 기와지붕 위에 올라가 술을 마셔야만 관객이 "아 장승업이 고뇌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것은 아닙니다. 있는듯 없는듯, 하는듯 마는듯 그렇게 표현 되지 못한것은 오래전부터 임권택 감독에게서 느끼는 아쉬움 이었습니다.
사족: 당시 조선의 역사를 알리가 없는 서양인들에게 아마 이 영화는 그야말로 이해하기 힘든 외계의 암호같았을 것입니다. 비슷비슷한 외모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동양화 전문용어를 남발하고 젊은 시절의 장승업인지 나이든 장승업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분장과 더불어 빠른속도의 장면전환등이 있어서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화면만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속 장승업의 아름다운 그림과 마치 한폭의 풍경화 같은 낮선땅 한국의 자연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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