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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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3:39 조회2,3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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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작. 류승완 감독. 류승완, 박성빈, 류승범 출연.
일반적으로 사회의 어두운 밑바닥 인생을 그리는 영화가 어떤 식의 내용을 담고 어떤 대화들이 오가게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영화 관객들에게 던진다면 아마 매우 거친 대사들과 폭력, 깡패, 범죄, 타락한 경찰의 등장 등으로 대답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정확히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구장 장면, 관객들은 그곳에 모여 거친 대사들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언젠가는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이장호 감독이 특별 출연하는 가족 식사장면, 관객들은 화나간 아버지가 아들을 꾸짖거나, 어머니가 아들을 두둔하거나, 가족중 누군가가 불만을 터뜨리거나, 교도소에서 출감한 성빈이 아버지의 말에 화가나 뛰쳐 나갈 것을 예상할 것입니다. 영화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단편 [현대인]에서 경찰과 조폭의 인터뷰를 번갈아 보여주며 그들이 쏟아내는 말들에서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강력계 형사로써의 애환, 경찰에 쫓기며 조폭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깡패가 가진 애환의 행동과 대사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주차장에서 만난 조폭과 경찰이 싸움을 벌이는 동안 교차적으로 인터뷰의 내용을 편집해 끼워 넣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전형적인 '독립영화 병' 중에 하나라는걸 관객이 깨닫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것이 철저하게 보는 이의 기대에 부응 하고 있지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왜 그리도 불량배와 조폭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은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흔하게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캐릭터들의 등장의 반복으로 말입니다. 머리는 나쁘고 돈도 없고 빽도 없는데 싸움은 조금 할줄 알고 그래서 조폭이 되었고, 조폭으로 크게 성공하고 싶었지만 칼받이가 되거나 배신을 당해 마지막에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이 도데체 무엇이 그리 신선하여 이 영화 저영화에서 써먹느냐 하는 것이죠. 그것도 매번 볼때마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뻔한 내용의 대사들을 반복적으로 들려 주면서 말입니다. 너무나 용감한 발상이 아닙니까?
마지막의 비극적인 죽음장면, 눈위에 쓰러지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쓸쓸한 음악이 흐릅니다. 음악은 너무나 아름답고 장면은 매우 슬프지만 어디선가 본 장면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으며, 이것은 성경구절로 끝을 맺는 앤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영화라는 매체가 대한민국에만 존재했었다면, 그래서 모든 영화역사의 참고자료를 한국에서만 찾게 된다면 과연 이런 마지막을 창의적으로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을 평가절하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없이는 결코 만들 수 없었던 영화가 틀림없으니까요. 하지만 감독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취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 이상으로 좀더 넓은 범위의 세상을 보는 안목과 좀더 풍부한 세계관의 영화창작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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