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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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3:35 조회2,4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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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작. 박찬욱 감독. 송강호,신하균,배두나출연.
사람이 술에 취하면 갑자기 용감해 집니다. 평소에 하지 못하는 행동들도 주저함이 없어지죠.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졌을 때 사람들의 행동은 예상하기 힘든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했거나 가깝게 알고 지낸 사람이 죽었을 때 인간은 자신도 놀라워할 만한 행동들을 하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될 대로 되라 가 되어버린 상태의 인간은 자신의 처지를 뒤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죠.
평범한 한 가정의 남편이었던 사람이 아내의 외도를 눈치채 그녀를 죽이기 위한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의 [해피앤드]도 그런 면에서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때론 그런 것들이 영화의 소재가 되기 위해 현실성을 파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도 별의별 사건이 다 발생하는 세상이라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말도 꺼내기가 부끄럽긴 합니다만 한 번도 칼을 다뤄보지 못했거나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얼굴색 하나도 안 변하고 정색을 한 채 사람이 가장 빨리 죽는 급소에 칼을 꽃을 줄 알고 시체에서 신장을 도려내는 잔혹한 장면을 생생하게 해냈다면 이런 것도 과연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인간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행동이었을까요? 타고난 살인마가 아니고서야 전기고문 끝에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 하는 말입니다. 그것도 죽어가는 시체 옆에서 자장면을 즐기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영화 [파고]는 돈 때문에 자신의 부인을 납치하도록 유괴범들을 고용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타고난 살인마들이었던 유괴범들은 납치한 여자와 대가로 돈을 주기 위해 온 그녀의 아버지까지 잔인하게 죽입니다. 결국, 같은 동료마저도 전기톱으로 죽이는 이 살인마를 체포한 뒤 주인공 프랜시스맥도맨드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남편을 향해 우리 부부는 행복한 거냐고 묻습니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 이 영화의 뿌리 속에는 오늘날 미국사회의 가정을 두 동강이 내고 있는 동질감의 단절에 대한 깊은 우려와 비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엘 코엔은 살인마들이 사람을 죽이는 잔혹함으로 영화의 질을 승부를 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죠.
반면에 [복수는 나의 것]은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의 빈부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던 건가요? 극한상황에서 변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건가요? 어느 경우가 되었든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영상은 담아내지 못한 듯 보입니다. 보이는 것은 피가 튀기던 목과 단지 같은 편을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에 칼을 꽃는 무표정한 배우들의 얼굴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영화 현장에서의 노하우나 촬영기술, 제작 경험 등은 순수하게 영화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몇 년 조감독생활 하면 그런 것들은 쉽게 익히는 것이니까요. 어느 영화든 촬영장에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찍었겠습니까? 중요한 건 감독이 갖고 있을 영화의 본질에 관한 깊은 철학과 독창적 시각이겠지요.
사족: 류승범과 류승완이 출연합니다.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군요. 눈요기용 깜짝 출연이 영화가 표방하는 하드보일드와는 맞지 않게 매우 장난스러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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