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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나타났다 조용히 사라져라 - 다빈치 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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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07 조회2,3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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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2006 ★★★

davinci.jpg론 하워드 감독. 탐 행크스, 오드리 또뚜, 장 르노 출연.

[다빈치 코드]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평가는 심하게 별로라는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지만 저는 최소한 몇 가지 이유에서 평균 이상은 한 영화로 보고 싶습니다.

논쟁이 될 만한 종교적 가설들, 역사의 추측, 암호를 풀어가는 흥미와 스릴러 구조 등 이미 소설에서 펼쳐보인 여러 가지 강점이 영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영상이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관객에게 이 영화를 별로라고 생각하게 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할리우드식 '재미'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 베스트 소설의 영화화는 처음부터 [반지의 제왕]의 판타지나 [멀홀랜드 드라이브]식 미스테리를 보여줄 수 없는, 잘해봐야 본전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였기에, 감독의 연출력이나 각색된 대본으로 크게 변화된 영화는 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원래 론 하워드 감독이 개성이 강한 작가 출신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판단이 영화의 많은 훌륭한 점을 다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불공평합니다.

우선, [다빈치 코드]가 다루는 핵심 가설이 비록 그럴듯하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글이 아닌 영화로 만들어져 폭넓게 상영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를 종교의 절대적 숭배자가 아닌, 과장되긴 했지만 '성격'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 보는 시선이 큰 무리 없이 전달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만한 인성을 가진 예수였다면 기독교계가 그리 분노만 할 수는 없겠지요.

물론 이런 건 그동안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유럽 역사의 수많은 악행과 오류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정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겨우 예수라는 한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진 반성이고, 그 여파도 이미 종교계에 충격을 줄 만큼 그리 크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소수의 논쟁가들만이 문제를 확대하면서 소설과 영화 홍보를 해주고 있을 뿐이었죠. 더 근본적인 기독교에 대한 문제제기가 힘을 얻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루브루 박물관에서의 촬영, 실제와 같은 세트, 유럽의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각종 건축물과 문화유산을 담은 화면도 한편의 유서깊은 명화를 보는 것 같고,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온수도회나 템플기사단 같은 소재의 시각적 구현은 소설에서 보여줄 수 없는 효과를 냈죠.

탐 행크스와 오드리 또뚜의 매력적인 연기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미국 쪽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드리 또뚜는 영화 내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탐 행크스는 어느 영화에서나 캐릭터를 소화하고 창조하는 능력은 발군인 것 같고요. 장 르노는 별로고요. 이안 맥켈렌이 분한 캐릭터는 좀 혼란스럽지만 그의 연기는 분명히 존재감이 있어 보였습니다. 살바토르 토티노의 카메라, 한스 짐머의 음악도 미스테리한 신비감을 유지해 영화의 격을 높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론 하워드라는 일급 연출가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강점이 골고루 나온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들을 대부분 좋아하는데, 작품마다 일정한 경향과 안정적인 실력을 보인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관객들도 인정하고 있는 바죠. 비록 대중적인 흥행물에 바쳐진 연출력이지만 [다빈치 코드]가 지루하고 멍청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그의 다음 작품에 여전히 기대를 하는 평론가와 관객이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그러나...기독교는 유럽의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그 유럽이 세계를 지배했으니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말이 되겠죠. 그러나 그건 최근 몇백 년간 일어난 일입니다. 인류에게는 앞으로 수천 년의 시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특히 동양은 아직 세계에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우리에게 [다빈치 코드]가 단순한 미스테리물 이상이 되기에 불충분한 분위기가 되어야 함에도 특정종교의 심리적인 동일성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찬반이 뜨겁게 달아오르게 된 것 자체가 영화와는 별개로 맘에 안 드는 이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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