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시작, 멋쩍은 결말 - 가족의 탄생, 구타유발자들, 사생결단, 달콤, 살벌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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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11 조회2,98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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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정유미 출연.
몇 개의 화면과 몇 개의 대사, 감동적인 몇 개의 순간, 그리고 대부분의 식상함... [가족의 탄생]은 이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없는 어떤 순간의 인상들로 전체가 구성된 영화였습니다.
1분 내지 5분 정도의 짧은 에피소드만 본다면, 그 각각의 장면들에서 작품 전체의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습니다. 씬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를 주의 깊게 보니 몇 개의 환상적인 순간들이 있었다는 거죠. 에피소드가 나눠져 있는데 이걸 억지로 꿰맞추는 기교만 없었다면 그 에피소드들은 독립적으로 꽤 근사할 수 있었습니다.
네, 문제는 항상 편법이나 기교가 아닌 기초와 근본에 있습니다.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묘하게 관계되어지는 구성의 극적 효과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노린 것이었는데, 아쉽지만 이게 혹은 이런 생각이 영화 전체를 반대로 묘하게 망쳤다는 느낌입니다. 만약,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른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전체를 조립해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이 어렵게 탄생한 가족의 이야기가 호소력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또다시 첫 장면의 반복, 단지 새로운 인물이 몇 명 늘어난 상태에서 형철(엄태웅)이 여자를 데리고 출현하는 구태의연한 상황이 이어지니 [가족의 탄생]은 남자권력이 없는 대안적 성격의 모계가족, 여자의 언어를 그녀들의 속성대로 진실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 전까지의 마지막 남은 은밀한 희망까지도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고 [비포 더 레인]에서 밀코 만체브스키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비싼 배우들 데려다가 인간을 사라지게 하면서 둥글지 않은 원을 그리는 기교만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준 에필로그에서의 눈물겨운 기교, 어른 채현과 꼬마 채현의 동일한 머리스타일, 제발 이러지 맙시다.
구타유발자들 2006 ★★
원신연 감독.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출연.
불편함? 불친절? 아닙니다. 전 이 영화의 사소함과 단순함에 고개를 젓습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그 폭력의 시스템이 현대문명을 상징한다구? 재주는 있으나 깊이가 없고, 용기는 있으나 챔임은 못 지는 사소하고 단순한 도발.
사생결단 Bloody Tie 2006 ★★1/2
최호 감독. 황정민, 류승범 출연.
이 영화 만들기 참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형사들 실생활도 파헤쳐야 하고 마약상들의 세계도 이해해야 하고 그들이 몇 가지의 매개로 서로 공생하다가도 어느 순간 배신의 관계로 얽히고설키는 것까지 다 한번에 그럴듯하게 표현하려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연구가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카메라와 달리는 배우들, 경쾌한 음악, 70년대 일본, 미국의 범죄영화들을 추억하게 하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맘에 들었지만, 욕설과 속어, 발차기가 난무하는 이런 묘사는 역시 감상자가 영화 속 거친 인물을 통해 극단의 상황까지 한번 밀고 나가보려는 욕구의 순간적인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지, 어느 시대든 오래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요인은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최호 감독이 이 영화의 모델로 삼았던 후카사쿠 긴지의 70년대 야쿠자 영화와는 달리 [사생결단]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 My Scary Girl 2006 ★★★
손재곤 감독. 박용우, 최강희, 조은지 출연.
대사의 의외와 희락에 지나치게 힘을 쏟은 탓일까요? 영화의 결말은 너무 평범합니다. 영화가 오버하다가 허리를 다쳤습니다. 극중 대우(박용우)가 그랬던 것처럼...
미나(최강희)와 헤어지는 날 엘리베이터에서 "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가지고...미치겠네 정말..."라며 사랑하는 여자와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없음을 개탄하며 울부짖는 대우의 모습, 그리고 2년 후 싱가포르에서 우연히 반갑게 재회하는 미나와 대우의 모습. 절대로 조화가 안 되는군요. 어떻게 그 수많은 나라 속에서 이렇게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 이태리로 도망간다고 했는데 결국 이태리도 아니었으면서! 뭐냐, 코미디니까 가능하지! 뭘 따져!
물론, 달콤하지만 살벌한 미나와 성격 자체가 무질서인 대우의 밀고 당기는 아슬아슬함이 영화보기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은 올해 만들어진 평범했던 다른 한국영화와 격을 달리하는 하이코미디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매력을 넘어 마력으로 다가오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위험하고 불필요하게 느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그 요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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