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 행복 **1/2 숨 *** > 예전리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예전리뷰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 행복 **1/2 숨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15 조회2,434회 댓글0건

본문

행복Happiness 2007 ★★1/2

happiness.jpg허진호 감독. 황정민, 임수정 출연.

서울 사는 바람둥이 영수(황정민)와 시골 사는 순수 여인 은희(임수정)의 공통점은 아프다는 것입니다. 아프기 때문에 소박해지고 욕심을 버리며 상대를 배려하고 의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만났던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여러 현실적인 고통에 직면합니다. 영수에게는 도시 생활의 쾌락과 아리따운 여자와 돈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며 은희에게는 정해진 시간을 좀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성급하고 과한 소망이 생겨났겠지요. 그러니까 요양원에서의 호감과 사랑이 결국 순간의 것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사소한 말다툼으로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그들은 몸이 아프기 때문에 희망없이 살았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더욱 나빠진 것은 영수는 거울 속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을 정도로 자신이 나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는 점이고, 은희는 행복한 삶을 잠시나마 상상하다가 확신했던 남자의 배신과 함께 그것이 헛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울부짖으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질실한 여인은 행복을 그리다 세상을 떠났고 남자는 몸을 더욱 망가뜨리게 되죠.

문제는 두 사람이 너무 대칭되는 삶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 작은 천사와 같은 은희와 불완전한 악당과 같은 영수는 단순한 만남이 아닌 동거를 하며 행복을 꿈꾸는 연인으로 지내기에는 처음부터 가야할 길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정상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각자 아프고 외로워서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설정이 들어갔고 요양원이라는 만남의 장이 제시되면서 이미 예고된 파경으로 영화가 직진한다는 것을 쉽게 드러내버린 것이죠. 슬픈 사랑의 비극을 강조하며 보여주기 위해 여러 조건을 너무나 안전하게 작위적으로 진열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정민의 연기는 어려운 캐릭터이긴 했지만 <너는 내 운명>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감정 과잉이고요. 임수정은 연기력이 발휘될 만한 장면이 없었지만, 요양원에서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같이하기 바로 전까지의 은희를 연기한 임수정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천사 이미지로 도식화되어서 아쉬웠죠.

사족으로, 영화에서 배우가 길에 누워서 울부짖는 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숨Breath 2007 ★★★

breath.jpg김기덕 감독. 지아, 장첸, 하정우 출연.

남편(하정우)의 외도에 충격을 받은 평범한 가정주부 주연(지아)은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 장진(장첸)에게 파괴적으로 빠져듭니다. 집을 나와 교도소 앞에서 밤새 서 있었던 연은 장진을 면회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해준 뒤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만나러 가게 되죠. 이를 알게 된 남편이 아내를 다독이고 설득하지만, 결국 여인은 남편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결정으로 자신을 구출하고 가족에게로 돌아옵니다. 사형수는 원했던 대로 같은 방의 죄수에게 죽임을 당하죠. 갑자기 다가온 모르는 여인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짧고 격렬한 욕망의 판타지를 마친 이후입니다. 여인은 잠깐의 일탈로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남편의 외도는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인은 달라졌습니다. 그녀는 증오를 다스리고 남편을 용서했으며 숨이 턱턱 막히게 답답한 자신 안의 그 무엇을 장진과의 만남을 통해 모두 털어버리고, 자기구원을 이루며 성장하게 됩니다. 여인이 이룬 작은 깨달음은 개인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사회로 넓혀나가길 기대하는 감독의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김기덕 감독 본인이 맡은 보안과장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니까요. 보안과장은 여성과 사형수의 만남을 허용함으로써 그녀가 자신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엽기성과 폭력성이 사라진 김기덕 영화는 역시 꽤 매혹적입니다.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교훈적이고 딱딱한 경전처럼 읽혔던 <나쁜 남자>, <수취인 불명>, <해안선>, <시간> 같은 영화보다는 <사마리아>, <빈 집>, <숨>과 같이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영화들이 훨씬 좋습니다. 단색의 현대적인 주택, 낡은 쇠창살과 대비되는 다양하게 꾸민 면회실의 벽지, 흰 눈으로 덮인 대지가 조화를 이루는 영화 전체의 색감이 특히 아름답게 느껴진 것도 지나친 주제의식으로 영화보는 것이 고통일 수 있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일 겁니다.

사족입니다. 면회실 간수 역을 맡은 배우가 좀더 연기를 잘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director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