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릭의 마지막 -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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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01:35 조회2,66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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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스텐리 큐브릭 감독. 탐 크루즈, 니콜 키드만 주연. 미국/영국
극장에서 큐브릭의 영화를 접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작은 사이즈의 모니터를 통해 봐야 제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많은 사람의 생각은 좀 낡은 것이라고 주장해 왔던 필자에게 이번의 선택은 한마디로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가 제작된 것이 벌써 1년여나 지난후가 아닙니까? 영화 속의 니콜 키드만의 얼굴은 2년 전의 얼굴이고 자신의 얼굴을 보며 흐뭇해했던 것은 1년 전의 일입니다. 아무튼 ews은 참 반가운 영화였습니다.
니콜 키드만과 탐 크루즈가 이 엄청난 프로젝트에 큐브릭과 같이 참여해서 함께 작업하고 토론하며 "이봐 니콜! 여기선 이렇게 웃어야지~", "감독님! 이번엔 감독님이 틀리셨어요" 라며 즐겁고 흥분되었을 촬영들이 영화의 장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큐브릭의 영화들 중 이렇게 많은 밤거리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괴기스럽고, 심오하며, 환상적인 그만의 색깔은 여전했습니다. 탐의 집도, 이상한 대저택도, 마지막의 인형가게까지 미로같이 이어지는 구조는 뉴욕의 밤거리와 아주 흡사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창녀나 옷가게 주인이나 갑자기 죽은 탐의 환자의 저택에서 만난 여자나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 닉 나이팅게일이나 모두 뉴욕의 밤거리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큐브릭의 마지막 선택은 왜 이런 어두운 것이었을까요? 자신의 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자와, 사회적 명성을 쌓은 자들의 비밀스런 집단 혼음 등이 [베리 린든]에서 못다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경멸의 연장선상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일까요? 이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큐브릭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미래 세대에 대한 어떠한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택에서 받은 2번의 경고나, 거리에서 만났던 창녀가 에이즈에 걸렸었다는 경고나, 니콜 키드만의 옆에 놓여 있던 가면이 주는 경고나 이 모든 것이 극중의 탐 크루즈가 아닌 미래 세대에게 하는 경고 같았다는 말입니다. [로리타], [시계태엽의 오렌지], [베리 린든], [샤이닝]까지 중심은 언제나 가족이었고 가족의 파괴는 곧 자기파멸로 이어졌었다는 점을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이 영화에 출연한 것과 비교하면 아이즈 와이드 셧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를 어느 정도 가늠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큐브릭을 둘러싼 잡지나 방송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입니다. "영화사상 가장 완벽주의자",""천재감독","빛의 마술사","테크놀러지의 연금술사"등 그를 향한 언론의 호칭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이것이 뒷북이라 하더라도 결코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이 항상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닐 텐데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철저한 탐구 속에 왜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언론이나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는 없는 것일까요? 만약 그런 영화인이 있다면 이 땅에서 제2의 큐브릭은 안 나와도 최소한 제2의 타르코프스키나 앙겔로풀로스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의 영화가 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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