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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거나 위태하거나 - 브로큰 플라워스 ***1/2 사랑니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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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48 조회2,8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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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플라워스 Broken Flowers 2005 ★★★1/2

Broken_Flowers.jpg짐 자무시 감독. 빌 머레이, 샤론 스톤, 클로에 세비니, 줄리 델피 출연.

이 영화를 보면 거의 아무 연기도 하지 않고 그냥 카메라 앞에 서 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빌 머레이가 나옵니다. 그는 TV 속에 나오는 돈 주앙 영화를 보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받은 한 통의 편지로 인해 독특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정성일 평론가에 의하면 "내가 돈 주앙의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하"는 바로 그 여행입니다.

여행이 시작되고 별 어려움 없이 만나게 되는 과거의 여자들은 모두 매력적인 삶을 살지만 돈 존스턴의 관심은 여자에 있지 않았습니다. 누가 그 편지를 보냈느냐를 알기 위한 목적은 편지를 쓴 여자가 아니라 그녀가 데리고 있을지로 모르는 아들을 찾기 위한 것이었죠. 하지만, 결국 기나긴 여행 동안 아들 찾기는 실패했고, 눈에 검은 멍을 선물로 받아 돌아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여행을 권유하고 모든 계획을 세워줬던 친구 윈스턴(제프리 라이트)과의 논쟁이 있었던 작은 카페 앞에서 아들로 추정되는 두명의 소년과 만나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로 요약 가능하지만 좀처럼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돈 주앙이라는 인물의 상징성과 아들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옛사랑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면 즐거웠던 한때라든가 다시 재회해서 겪는 소동 등을 중심으로 에피소드식 나열이 됐을 겁니다. 다른 감독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졌다 해도 감독이 이야기꾼이라면 흥미진진한 영화로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범주를 넘어서는 짐 자무시는 가기만 하면 별 어려움 없이 척척 만나게 되는 옛 여자들을 아무렇게나 배치해놓고, 별난 소동 없이 간단히 대화만으로 헤어진 경우도 있고 밤을 보내지만 다음날 헤어짐에 그다지 아쉬움 없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이 없어 바로 돌아서야 하는 여자도 묘사하며, 문전박대당하는 상황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옛애인 곁에 있는 젊고 매력적인 여인들을 매혹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하죠.

그러니까 돈 존스턴은 '옛'애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여자'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고 언제나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걸 TV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처럼 즐기고 있는 사람이며, 아들이라고 주장되는 그 인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 부정하기 위해 찾아가는 여행에 관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존스턴은 아들에 얽매이는 존재가 아니라 늙었지만 여전히 팔팔한 돈 주앙이어야 하는 거죠.

[브로큰 플라워스]를 단지 옛애인을 찾아나서는 남자의 이야기로만 이해하거나, 윈스턴이 탐정 흉내를 낸다는 극중 대사에 주목하여 추리라는 형식성으로 보는 견해는 영화의 곁가지만 읽는 것입니다. 왜 돈 존스턴이 마지막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항에서 우연히 봤을 뿐인 한 청년을 단지 집 앞 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아들이라고 확신하면서 접근하게 될까요. 어쨌든 그는 빨리 자신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이 모든 혼란을 끝내고 싶을 뿐인 거죠.

그렇다해서 어떤 교훈적 결론을 도출하거나 의미를 주는 영화가 아니라 여행의 출발과 과정,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 만난 청년과의 대화 그 자체가 주제이자 결론인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짐 자무시는 영화 전체를 농담으로 그려내면서 빌 머레이를 내세워 관객과 평론가들을 홀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돈 존스턴을 빤히 바라보면서 스쳐 지나가는 청년의 얼굴이 왠지 장난기 넘치고 심상치 않았거든요. 아무튼, 짐 자무시는 고단수입니다.
 
 
사랑니 2005 ★★1/2

sarangni.jpg정지우 감독. 김정은, 이태성, 정유미, 김영재, 이행석 출연.

유감스럽게도 이 산만한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대신 별로 신선하지 않은 구조에 의존하면서 지루하게 이끌어가는 약점을 보여주었습니다.

30대의 조인영(김정은)이 고등학생인 이석(이태성)에게 마음이 이끌리게 되는 상황과, 고등학생 조인영(정유미)이 역시 같은 외모지만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석을 좋아하는 내용이 단순한 플래시백이 아니라 현재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주요 인물들이 모두 한데 모이게 되는 중간중간의 장면들이 도대체 무슨 감정적, 미학적 느낌을 준다는 걸까요.

조인영도 두명이고 이석도 두명이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우(김영재,이행석)도 두명임을 보여주는데다가, 30대 조인영이 이석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도 석연치 않고, 과정도 어색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조인영의 역할도 불분명한 것까지, 결국 이런 산만한 상황은, 30대 여자와 10대 남자와의 사랑이 지속되거나 깨지거나, 힘들어지거나 행복해지거나 하는 등의 사랑의 심리를 깊이 있고 순실하게 접근하는데 역부족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과장된 대사나 행동 없는 잔잔한 진행은 물론 [사랑니]의 장점입니다. 기존 한국영화들에서 이 점만 전진해도 꽤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차고 넘치는 과장의 홍수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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