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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 - 엘리자베스타운 ***1/2 허수아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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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51 조회2,7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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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타운 Elizabethtown 2005 ★★★1/2

e_town.jpg카메론 크로우 감독. 올랜도 블룸, 커스틴 던스트, 수잔 서랜든 출연.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20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고 엘리자베스타운의 추모식이 열리기까지의 4일간, 새로운 시작보다 과거의 실패와 아버지를 잃은 혼란의 상태에 몸과 마음을 뺏기고 있던 드류(올랜도 블룸)와 짧은 밤을 함께 한 클레어(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그녀가 드류에게 건네 준 한 권의 지도책. 거기에는 아버지 미치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켄터키의 엘리자베스타운에서 60B 도로를 통해 시작되는 42시간의 여정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삶, 희망의 메신저로 분한 커스틴 던스트의 예쁜 나레이션. 책에 동봉된 씨디를 넣으면 흘러나오는 명곡들. 미치를 화장해 담은 항아리를 옆좌석에 놓고 책에 적힌 길을 충실히 따르는 여행, 미시시피강으로 흐르는 작은 강, 미치가 뿌려지기에 좋은 곳. 세계최고의 칠리, 그리고 블루스의 역사 멤피스, 마틴 루터 킹이 숨을 거둔 모텔, 로레인 룸 306, '그의 죽음은 승리의 시작'이라는 클레어의 글에 동의하는 드류는 미치의 가루를 모텔 앞마당에 뿌리고... 마크 트웨인의 존재의 이유, 제프 버클리의 사망을 담은 미시시피강의 영혼, 광활한 대지 아칸소, 오클라호마, 캔자스, 네브래스카 그리고 앨튼 존의 My Father's Gun,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농산물 시장.

모든 것이 아름답고 진실합니다. 카메론 크로우 영화의 장점이 모두 녹아있는 이 마지막 여정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연, 그리고 가족에 대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많은 미국인과 그 감독 자신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되묻고 묘사하며 의미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국 삶에 대한 찬양을 말하는 전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등장인물의 과장된 백번의 몸짓보다 단순하고 정갈한 나레이션, 강렬한 햇빛, 도시, 푸른 하늘, 광활한 대지의 모습 몇 개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미국의 한복판에 있는 네브래스카의 농산물 시장에서 재회해 기쁨을 나누는 클레어와 드류의 만남이 사랑스럽고 예쁘며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도 바로 그런 효과적인 과정을 통해 삶의 찬양이라는 긍정적 메시지가 전달되어 영향을 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허수아비 Scarecrow 1973 ★★★1/2

scarecrow.jpg제리 샤츠버그 감독. 진 핵크만, 알 파치노 출연.

[엘리자베스타운]이 비교적 가벼운 로맨스코미디를 지향했다면 좀 심각한 방법으로 미국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과거의 영화가 있습니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적인 작품 [허수아비]입니다. 이 작품은 맥스(진 핵크만)와 프란시스(알 파치노)가 뜻하지 않게 동행하게 되어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하며 만나게 되는 미국 각지의 버려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부랑자도 만나고 동성애자도 만나지만 결국은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내와의 만남에 실패한 프란시스의 절망이 중심이 되고 있죠.

위대한 두 배우의 명연기를 만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길 위에서 방황하는 미국인들의 분열적이고 황폐한 사회 안에서의 갈등이, 이미 3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미국에서 널리 회자되고 인용되고 지속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현실을 비중있게 보도록 하는 힘이 이 영화에는 존재합니다.

때론 유머있고 재치있게 속도를 내며 진행되는 맥스와 프란시스의 여행이 단단한 재미를 주지만 가슴 한편엔 뜨거운 눈물을 남기는, 심장을 쓰리게 하는 면도 있어서, 베트남전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당시의 많은 미국인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깊은 정신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는 미국 청년 문화의 태동입니다. 기존의 방식과 영화 흐름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미국 전역을 누비며 영화를 찍었던 정신으로부터 출발했고, 지금은 주류가 되어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하는 위대한 감독들이 거의 이 시기의 일련의 흐름에 동참하면서 무너지고 다시 서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을 관찰하면서 존재 의미를 찾아보려는 노력, 그것은 르네상스라 불리는 한국의 영화 안에서도 발견되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에서나 통하는 형사 액션, 범죄, 스릴러, 뱀파이어나, 일본에서나 통하는 엽기 공포나, 한때 홍콩에서나 통했던 조폭 총격질이나, 영국에서나 통하는 영국식 로맨스나, 중국에서나 통하는 SFX 무협을 한국에서 다루면서 문화주권을 말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처져 기존 질서와 함께 사라져야 할 것들이며, 청년의 도전정신도 문화적 출구를 찾는 창조정신도 없는 모방에 불과한 상업적 르네상스이지 10년, 20년 연속성을 갖는 어떤 흐름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추운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영화인, 특히 영화감독들이 먼저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그런 영화들만 만들다가는 언젠가는 나타나게 될 도전적인 청년 영화인들에 의해 극복돼야 할 영화인으로 낙인찍히고 퇴출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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