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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으며 - 시노비 *** 무인 곽원갑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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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56 조회2,5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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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 忍: Shinobi 2005 ★★★

shinobi.jpg텐 시모야마 감독. 나카마 유키에, 오다기리 죠, 이토 순, 키노시타 호우카, 사와지리 에리카, 사카구치 타크, 시이나 깃페 출연.

일본 천하를 제패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 각지에서 평화를 위협할 만한 요소를 찾던 중, 깊은 산속에 숨어 그들의 숙명적 삶을 사는 시노비족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들의 술법이 신출귀몰한데다 반란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에야스가 크게 두 개의 파로 나눠진 시노비를 서로 싸우게 하여 전멸시키도록 명령을 내리게 되죠.

이제 이가와 코가의 가문을 대표하는 5명의 정예전사가 시노비의 명예를 걸고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물론 이건 게임세대를 위한 보너스입니다. 각 전사 캐릭터에게는 매우 흥분할 만한 속성들이 있습니다. 영화는 각종 불가사의한 술법을 사용하는 시노비들 간의 결투를 멋진 C.G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특히 코가의 족장 겐노스케(오다기리 조)가 달밤에 수십 명의 닌자를 상대하는 장면은 굉장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어서 묘한 감탄을 하게 하였습니다. 텐 시모야마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답게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연출하는데 꽤 능한 것 같았습니다.

이 점에서 [형사]의 기교가 생각났는데, [형사]가 볼거리를 위한 시도는 좀더 많이 했다고 보지만, 지나치게 자주 영화 거의 전부분에서 활용한 반면에, [시노비]는 짧고 특별한 상황에서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1600년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보기 어려운 21세기형 캐릭터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내용적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었죠.

일본은 전국시대를 비롯해 비교적 풍부한 역사물 소재가 있는 나라입니다. 전국시대의 3 영웅은 드라마나 게임, 소설 등을 통해 거의 우리나라 역사 인물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죠. 언젠가 한번 일본 역사를 다룬 영화들을 정리해 올려보겠습니다. 요즘은 판타지가 너무 거세 역사적 사실로 건질 만한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예전 영화들 중에서는 꽤 많습니다.

오랜만에 보게 된 나카마 유키에와 요즘 뜨는 사와지리 에리카의 예쁜 모습이 좋았고 특급배우 시이나 깃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버수스]의 영웅으로 출연했던 사카구치 타크의 긴 머리와 긴 소매를 이용한 화려한 액션도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무인 곽원갑 Fearless 2006 ★★1/2

fearless.jpg우인태 감독. 이연걸, 베티 썬, 안노 다나카 출연.

이 영화는 런닝타임을 더 길게 늘여서 대작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곽원갑이 무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방 소수민족 마을에서의 생활, 천진으로 복귀한 이후 정무문을 세우는 과정 등이 너무 짧게 묘사된 것 같았습니다. 이연걸이 이 영화 이후로는 무술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의 무술 연기도 좀더 많이 보여줬으면 좋았을 법했구요.

곽원갑은 중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적 인물이라고 합니다. 천하위공의 정신으로 대표되는 근대 중국 사상가 손중산도 곽원갑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상무정신'이라는 글자를 써 선물해줬다고 하죠. 무도인으로서의 올바른 삶이나, 국가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민족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점에서나 모두 중국 인민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가장 유력한 게 이 영화에서나 이소룡의 [정무문]에서 표현하듯이 독살설입니다. 곽원갑과 대결했다가 패배한 일본인이나 담당 의사에 의해 독살되었을 거라는 건데요. [무인 곽원갑]에서는 세계 각국의 무도인들과 결투를 하던 중 마신 차에 의해 중독된 것으로 나옵니다. 어떤 경우든 그 행위자가 하필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곽원갑을 영웅시하던 중국인의 자존심이 매우 상했을 것 같습니다.

곽원갑은 매우 뛰어난 무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을 무시하는 다른 무술인들과 싸우는 방법 외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개인은 무척 강했지만 관중이 보는 앞에서 각국 대사들의 내기의 대상인 싸움꾼으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매우 약한 존재였습니다. 이연걸이 연기한 곽원갑의 뛰어난 무술을 보며 한편으로는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인 곽원갑]은 나라가 기울어가고 힘이 없는 가운데 한 개인의 피눈물나는 외침을 비통한 감정을 얹어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를 지배할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췄음에도 스스로 제국주의를 포기하고 도덕국가를 선택한 중국의 대실험은 약 400년 후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그 과정에서 없어지거나 왜곡되거나 감춰졌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그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일은 단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양에 의해 혹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세뇌된 자학사관에 빠져 있는 한국에도 자신감을 전달해줄 수 있는 것이라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역사 안에서 은폐되거나 소홀히 취급된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음란서생]같은 영화를 만들며 재미를 느낄 여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의미있고 진지한 작업도 진행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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