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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도 산은 많다 - 브로크백 마운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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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57 조회2,4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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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

brokeback.jpg이안 감독. 제이크 질렌홀, 히스 레저 출연.

이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은 게이영화가 아니라 사랑영화라고 말했다는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동성애죠. 위 말은 가십성 글 좋아하는 언론을 위한 이안의 형식적 멘트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냥 러브스토리로 봐준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멜로영화들에 비해 그리 특출난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모두 대단한 영화라고들 하니, 나만 아니라고 하면 덜 떨어진 안목도 없는 영화애호가가 될까봐 어떻게 별점을 줘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전 별 세 개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이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록키산맥의 양떼 방목장에서 만난 두 남자가 서로 동성애를 느끼고 사랑하다 서로 헤어진 이후 각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이 시간이 그들의 삶에 여전히 영향을 주고 고통을 주는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스토리입니다. Annie Proulx가 쓴 단편소설을, 이 영화의 각색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래리 맥머트리, 다이애나 오사나에 의해 각색되어 영화화된 내용이죠.

대사의 현실성이나 짜임새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눈치챌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죠. 현재는 동성애라는 비주류적 소재가 사랑하는 두 사람 간의 애정을 방해하는 여러 개의 현실적 어려움 중 유별나게 관심을 받아야 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엔 직업군의 계층적, 사회적 인식의 차이, 피부색, 남녀의 원초적 문제, 출생지, 경제적 성공과 도덕-윤리의 문제, 종교적 갈등 등 수많은 난항이 숨어 있고 모두 영화의 소재로 가능한 것들입니다. 멜로영화에서 사랑이 더욱 절실해지고 행복한 결말로 가기 위해 전제로 깔아놓는 수많은 갈등에 경중을 나누거나, 과거에 쉽게 다루지 못했던 소재라는(실제로는 안 그럼에도) 시대착오적 편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 영화는 옳은 평가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가 유난히 평가받아야 할 특출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제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의 본성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그럼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는지 보면 됩니다.

제이크 질렌홀과 히스 레저, 두 명의 뛰어난 배우의 연기 덕에 이들의 관계는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여기에는 작품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던 로드리고 프리에토의 감각적 촬영이 있었습니다. 만남 이후의 갈등과 고통의 수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필연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리 없이 현실의 벽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서 '사랑'의 감성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동성애에 관한 편견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먼저 이안식 상업주의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안에게는 이런 식의 외투를 걸친 묘사와 전개가 그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상업적 표현이라는 거죠. 그게 결코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과연 호들갑을 떨어야 하겠나 하는 그런 생각이 앞서 들었습니다.

이안의 전작들과 비교해봐도 타이완 출신으로서 이안 감독 스스로 느끼고 체득한 개인적 고민이나 관심사는 없어지고 생뚱맞게 미국의 카우보이들을 등장시킨 러브스토리가 [쿵후선생], [결혼피로연]에 비해 그렇게 중요한 삶의 진심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작가 개인의 눈이 사라지면 영화는 상업성을 띄게 되죠.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동양에는 남아 있으나 서양에서는 사라진 그 무엇을 찾아 헤맨다는 이안의 작업이 과연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유효한 그만의 영화시각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영화가 교제가 아닌 담에야 뛰어난 영상미나 진지한 연기, 편집의 구성, 연출력 등을 놓고 완성도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영화의 시간적-공간적 적절성, 연출자의 고민이나 인생관이 담긴 내용의 깊이, 사실이 아닌 진실을 보는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또 다의적으로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런 미덕을 두루 갖추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옳게 보여주는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엔 그런 깊이를 느낄 만한 것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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