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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쏟아부으면 부을수록 영화가 망가지는 이유는? - 청연 ** 야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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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57 조회2,5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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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靑燕 Cheung Yeon 2005 ★★

chung.jpg윤종찬 감독. 장진영, 김주혁 출연.

박경원이라는 인물이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가 맞긴 한 건지 아닌지, 적극적 친일주의자였는지 소극적 친일주의자였는지, 그녀의 죽음은 사고였는지 자살이었는지 등 작년과 올 초에 [청연]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친일과 관련해서는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한국의 현대사를 돌이켜보면 당시로부터 최근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휘두르던 사람들, 한국의 최초나 최대의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 중에서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최근 안익태도 친일 논란이 일고 있어 국가의 자존심인 애국가마저도 부르기도 불편하고 부끄럽고 그런 마당에,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박경원이라는 인물이 친일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피곤하게 논쟁을 벌일 필요까지 있을까 싶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기존 한국영화와 다른 그 무엇을 담고 있는 영화라면 후세를 위해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줄 필요가 있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봤던 스포츠 만화의 단골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뻔한 이야기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라면, 굳이 실존했던 등장인물을 감독이 어떻게 바라보고 묘사했는지 저는 큰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해방 이후의 현대사도 왜곡하는 사람이 사방에 깔렸는데요 뭘.

박경원과 관계없이 영화로서는 좋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냐면, 그토록 이 영화에서 자랑하는 그 영상미 혹은 '때깔'이라는 것도 일개 CF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냉정하게 봐서 애니콜 CF의 때깔이 좋습니까, 청연의 때깔이 좋습니까? 비행 장면이 멋있었다구요? 제가 보기엔 [남극일기]의 광활한 빙하를 배경으로 했던 헬기씬이 더 멋있던데요. [종려나무 숲], [깃]의 영상미도 눈치 못 채고 관심도 없었던 관객들이 고작 [청연]에 영상미 성취 운운하며 재개봉 운동을 한다는 건 더욱 말이 안되지요. CG 작업에 10개월을 보냈으니 완성도가 뛰어나다구요? [용가리] CG는 3년 걸렸구요, [원더풀 데이즈]는 7년에 걸쳐 작업한 겁니다. 단지 기술적 수준만 놓고 2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평한다는 건 열의에 찬 의도자에게 가장 잘 속는 소비적이기만 한 대중들에게나 어울리는 생각입니다. 여성 영웅담이요? 여성을 영웅으로 묘사하고 싶었으면 박경원이 아니라 그녀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권기옥을 다뤘어야죠.

이야기 구조는 원래 멤버가 부상으로 빠져서 대신 후보로 있던 주인공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거기서 실력을 발휘해 멤버들과 감독에게 잘 보이게 된다는, 옛날에 즐겨봤던 스포츠, 학원 만화들의 주요 줄거리와 닮았습니다. 각본이 단순하고 감상적이다 보니 장진영, 김주혁의 연기도 보통 이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복잡한 감정의 소유자인 인간을 그저 최고의 비행사가 되겠다는 단세포적인 생각만 하며 사는 것으로 꾸며놨으니 거기에서 어떤 생명력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에이비에이터]의 주인공과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닙니까? 이거 이거...

비행과 같은 극적인 장면마다 어설프게 들어가 있는 음악과 음향을 한번 주의 깊게 들어보시죠. 박경원과 한지혁이 고문당하는 장면의 삽입으로 무엇을 이끌어내려고 하는지 훤히 보이는 뻔한 설정이나, 끝끝내 장내 아나운서를 동원해 친절하게 비행 중계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회장에서의 에피소드도 주의 깊게 보시죠. 마지막 장면의 굉장한 감상주의도 빼놓으면 안 되겠군요. 결론을 내리면 [청연]은 바노와영화에서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을 골고루 보여준 작품으로서 내용도, 기술적 완성도도, 연기도, 연출력도, 역사적 가치도 뭐 하나 평가할 게 없는 평범한 범작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굳이 비교하면 [역도산]보다 약간 더 못 만들었습니다.



야수 Running Wild 2005 ★★1/2

yasu.jpg김성수 감독. 권상우, 유지태, 손병호, 강성진, 이한위, 엄지원 출연.

[야수]에는 과감한 액션과 감각적인 영상 실험을 제외하고는 내용상으로 눈여겨볼 만한 돋보이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원래 [무사]를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이 이런 액션류는 전문인데, 이름도 같은 신인 감독이 이렇게 힘 있고 용감한 화면을 만든다는 게 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웃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고 거칠고 음울한 설정으로 가득하긴 하지만 말이죠.

저는 마지막 기동타격대 묘사가 좀 만화적이라고 봤습니다. 실제론 그렇게 많은 총탄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습니다. 뭐 대단한 기관총을 소지한 것도 아니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형사 아닙니까! 사회의 악을 묘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악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노골적으로 극단적인 악은 그다지 많지 않고요. 실제로 인간사회를 위협하는 악은 이런 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 선이라고 믿고 있는 그런 세력 가운데서 악은 선처럼 위장하며 기생하지요. 그들이 우리 이웃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고 정의롭다고 믿는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법정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검사 또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울분을 토하게 되는 상황은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영화적 과정에서 좀더 치열하게 관객의 예상과 싸워야 합니다. 그것에 실패하면 영화는 심각한데 관객은 따분해지죠.

이 영화가 유명한 것은 [공각기동대]의 음악으로 유명한 카와이 켄지의 참여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정정훈 촬영감독, [범죄의 재구성], [혈의 누]의 최영환 촬영감독이 최상묵 감독 외에 추가로 촬영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죠. 그래서인지 화면은 박진감 넘치면서도 우울한 공간의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다만, 음악은 좀 실망스러웠는데 그에게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랬습니다.

이런 범죄 액션물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스토리는 좀 간결하게 해주고요, 장도영(권상우)처럼 극단적인 캐릭터는 피해야 할 겁니다. 총 맞고 쓰러질 때 슬로비디오로 처리하면서 슬픈 음악을 덧칠하면 홍콩에서는 좋아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안쳐줍니다. 배우들도요, 얼굴에서 나 흥분했어, 나 화났어, 나 슬퍼 이런 느낌들이 거침없이 표현돼 버리면 그때 이미 고급 관객에겐 식상신이 강림합니다. 화끈한 건 좋지만 다의성을 잃어버리고 한가지로만 결정돼버리는 모든 묘사는 영화의 유효기간을 축소시키게 됩니다. 부디 오래 남을 한국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계속 보고 또 보게 될 작품이 많아지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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