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다! 멋있다! - 굿 나잇, 앤 굿 럭 Good Night, And Good Luck,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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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04 조회2,5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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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감독. 데이빗 스트라단, 레이 와이즈, 맷 로스, 로즈 엡두, 조지 클루니, 제프 다니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출연.
[굿 나잇 앤 굿 럭]은 미국 CBS 방송국의 명앵커였던 에드워드 머로우가 뉴스다큐멘터리 '씨 잇 나우'라는 프로그램의 방송 마지막에 즐겨 사용하던 인삿말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입니다. 국내의 다양한 앵커들에게서도 독특한 인사법이 있었긴 하지만 이렇게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머로우가 살던 그 시절의 미국은 방송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던 시기로,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를 통해 그로부터 50년 후 미국사회에서 저널리즘의 양심이 어디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뒤돌아보고 있습니다. 그의 결론은 아마도 '하나도 발전한 게 없다'는 쪽인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도저히 평범한 배우로만 보기에 어려운 조지 클루니의 연출력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 한 연회의 풍경을 자유로운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작품 경력이 풍부한 예술감독들의 영화적 시선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머로우의 연설이 예정돼 있는 파티장에서 시작한 영화가 메카시와 대적했던 5년 전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연설로 이어지는 구조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지적이었습니다. 주인공 머로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관객에게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준 후, 연설의 마지막을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마무리 짓고 어두운 화면으로 이어가는 영화적 감각은 올바른 메시지에 대한 짙은 인상을 남기기에 적합하고 탁월해 보였습니다. 그가 봤던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배우 출신 감독들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나를 떠올려 볼 때, 조지 클루니의 경우 확실히 격이 다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란 사실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또한, 냉철한 연기로는 이 영화가 유일한 것 같은 데이빗 스트라단의 변신도 돋보였습니다. [패션피쉬]나 [림보]같은 영화들에서 평범한 시골 아저씨의 기억이 강했기 때문이겠지만, 이런 역할도 꽤 어울리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제가 보지 못한 그의 출연작 어딘가에서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는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충분한 연기를 펼쳐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로버트 엘스윗의 카메라나, 결코 쉽지 않았을 각본, 편집 등에서도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아카데미에서 같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가 과대평가 받은 [크래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보통 정치나 시사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영화엔 눈이 즐거운 액션도 없고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감동도 없고 잘생긴 여자도 안 나오고, 뭔가 대중적이라 할 만한 건 없고 온통 골치아프고 복잡한 것들만 있으니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외면이 영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좀더 고상한 지식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할 때 보통 강자논리에 의한 사회의 독점의식이 성장하곤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머로우가 자유의 보편적 가치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진보적인 비판을 해왔어도 50년도 더 지난 지금 미국의 언론은 당시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없는 지경으로 오히려 추락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댈 수 있습니다.
오늘 2006년 3/20일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3, 2004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많은 미국의 양심적인 영화인들이 이를 비판했고, 글로, 영화로, 지금 미국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왔습니다. 백악관을 직접 겨냥한 영화 [화씨 9/11]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칸에서 대상을 탔고, 올해 베를린에서 수상한 야스밀라 츠바니치의 영화 [그르바비차]는 발칸전쟁 당시 성폭행당한 여성들의 고통을 다루면서 우회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이라크 민간인 사상자의 비극을 보여줬으며,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버텀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 병사들의 인권침해를 직접적으로 다뤘습니다. [거북이도 난다]는 전쟁으로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을 이야기했고, 스파이크 리는 [25시]에서 테러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뉴욕시민의 삶을 판타지를 통해 혁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한명의 열정적인 보편적 인도주의자 조지 클루니의 관심은 미국의 유수하고 전통 있는 언론인들이 왜 하나같이 부시의 엉터리 결정에 따르고 양심을 저버렸는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과거의 양심을 추적하죠. 물론 에드워드 머로우가 그가 유일하게 발견한 무오류의 영웅은 아닙니다. 영화도 그에 대해 평생의 업적을 다루면서 영웅적 삶을 강조하기보다는 매카시와의 사건에서 그가 보여준 결정의 올바름에 집중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제작하고 출연한 [시리아나] 역시 강력한 반부시 메시지를 전하고 있죠.
저나 여러분과 같은 일반 대중이 특정 소비-위락활동에만 열광하고, 국가의 공적인 행위에 눈을 감아버리고 의견 내놓기를 주저하면서 힘없는 다수로 전락하는 순간, 소수의 강자들이 대중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면서 그들의 이익을 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정치나 국제정세가 결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 아니며, 어떤 형태로든 깊은 영향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다면 [굿 나잇 앤 굿 럭]과 같은 작은 정치영화가 지니는 강렬한 힘이 진지하고 정직하게 전달되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관심이 있으면 외면했던 영화도 달리 보이게 되고, 몰랐거나 가볍게 여겼던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그게 바로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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