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 인사이드 맨 ***1/2 콘스탄트 가드너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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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8:06 조회2,74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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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리 감독. 덴젤 워싱턴, 조디 포스터, 클라이브 오웬 출연.
[인사이드 맨]은 기본적으로 은행강도 영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발한 탈취 기법과 마지막의 반전을 무기로 삼아 예전부터 최근까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 중 하나죠. 스파이크 리가 이런 장르영화에 뛰어든 이유를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조엘 코엔이 1955년 작 [레이디 킬러스]를 리메이크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런 비주류의 주류성 영화 참여 물결의 결과를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녹슨 유머와 어설픈 모방이라는 찬란한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조엘 코엔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천재 범죄자 톰 행크스의 옷자락 끝에 매달린 하나의 결론은 그가 결국 숱한 노력과 잘 꾸민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온순하고 엉뚱한 할머니에게 매번 당하면서 계획이 틀어질 정도로 톰 행크스가 연기한 도어 역은 천재라기보다 어설프고 부족하며 무능한 사내일 뿐이지 악랄한 범죄자로 등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코믹한 악당이 언제나 죽을 준비가 되어 있고 사회를 안심시켜줄 의무를 지니고 있을 때 우리 시대의 진정한 '악'은 교묘하게도 다른 방법과 수단으로 '선'을 위장하고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어서, 아무도 두려워하고 걱정하지 못하며 그래서 제지해야 한다거나 문제가 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살고 있죠.
[인사이드 맨]은 나찌경력이라는 숨기고 싶은 과거의 비밀을 가진 은행주가 대부호로 성장했다는 하나의 문제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찌 그 은행주만의 얘기일까요. 은행주에게 고용된 해결사 마들린 화이트(조디 포스터), 협상전문 경찰관 키스 프레지어의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같이 봐야만 합니다. 그들은 은행주의 나찌 경력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후대의 발전된 사회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유능한 시민들입니다. 그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바른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정의감을 가진 이성적 인물들이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은행강도를 잡는 것이 곧 사회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정치와 이성이 결탁한 구조 속에서의 희생물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은행주의 범죄사실을 까발리는 또 다른 형태의 저항을 범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로 표현됩니다. 마지막에 은행주와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반지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거나 도시에서 진짜 범죄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프레이저 형사의 말이 어찌도 그리 공허하게 들리는지...
그러니까 이 영화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숨어있는 진짜 범죄자를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사람들의 욕망과 감정을 억압하며 일률적 잣대를 발전시켜온 이성주의적 세계관 전체에 대한 결함을 묻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저나 화이트는 누가 봐도 반듯한 엘리트이며, 어떤 세력에게 생각과 감정을 조종당하고도 쉽게 물러서는 인물이 아니라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지거든요. 우리가 언제든지 정의의 편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캐릭터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들을 우리가 언제든지 악의 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은행장과 섞여 서로 사업상 관계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 그것에 대한 총체적 문제를 건드리는 영화라고 보는 것이죠.
범죄영화장르의 멋은 단지 마지막 장면, 은행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사건을 결론짓고 은행주와 시장, 마들린 등을 만난 이후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 주머니에 들어 있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는 장면 등에서 잠깐 보여줄 뿐, 영화 전체적으로는 장르에 편안하게 안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질이 됐던 시민들의 인터뷰를 곳곳에 심어놓고 시간적 흐름을 자유롭게 설정하며, 게임기, 백인, 흑인, 아랍인, 동아시아인, 페인트공 복장 등 풍부하게 읽힐 수 있는 요소들을 삽입함으로써 장르의 표면적 습속을 돌파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한탕 해먹는 방법만 연구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이나 그렇게 한탕 해먹고도 또 뭐가 모자라 사기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범죄의 재구성]처럼 식견 없는 관객들을 암흑의 멍청이로 만드는 영화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래도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 것입니다.
은행강도들은 삼엄한 경비를 뚫고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마지막에 반전은 어떤 게 있을 것인가에만 중심을 둔 주류 흥행영화들을 보는 눈으로 [인사이드 맨]을 보게되면 시시함만 느껴질 테지만, 바로 그런 관객들이 흥행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스파이크 리, 조나단 드미, 존 세일즈, 데이빗 크로넨버그, 구스 반 산트, 조엘 코엔 같은 감독들의 주류영화 참여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봅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하는 감독들의 운명이자 한계죠. 최근에야 짐을 벗어버린 마틴 스콜세즈가 걸어왔던 바로 그 길입니다.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2005 ★★★1/2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랄프 파인즈, 레이첼 웨이즈 출연.
이 영화는 거대한 글로벌제약회사의 음모와 비리에 맞서는 한 영국외교관의 이야기입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제약회사의 이야기라는 것, 케냐에서 촬영한다는 것, 진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 등입니다. 이 감독의 영화에 대한 의식과 철학을 알 수 있는 말입니다.
세계의 의료시스템과 제약회사의 음모에 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얘기되었던 것인데, 최근에 우리에게는 황우석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사기사건이 대표적으로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직도 황우석이 앉은뱅이를 일어서게 하며 장애인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연구로 그들이 취하게 될 경제적 이득과 권력의 상호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영원히 사람들은 황우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는 무거운 정치 스릴러지만 결코 나와 아무 관계가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여러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영화의 중심을 잃지 않고 이끌어가거나 형식화하는 문제에도 발군이지만, 매우 도전적이었던 사회 고발의 깊이가 다른 어떤 영화보다고 강렬하고 끈질기다는 점에서, 영화가 지닐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잘 활용해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감독으로 보였습니다.
그의 데뷔작 [시티 오브 갓]이 끌리는 이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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