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오지만 동하지는 않는 - 웰컴 투 동막골 20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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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40 조회2,5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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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감독.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임하룡 출연.
요즘 한국영화계는 폭풍전야의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우주전쟁], [배트맨 비긴스], [스미스 부부] 등 큼지막한 흥행 몰이 영화들이 한물 지났고, [아일랜드]가 미국에서의 예상외의 흥행 부진을 이유로 국내에서도 빠르게 관심권 밖으로 밀릴 것이라는 예측을 해볼 수 있는 가운데, 두 개의 폭발력 있는 한국영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말대로 과연 '복수'가 예술로 승화가 되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친절한 금자씨]와 영화 관련 언론과 평단이 함께 열심히 밀어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웰컴 투 동막골]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영화감독이기도 한 장진 원작의 유명한 연극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야 연극을 거의 보지 않으니 유명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아마 연극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부분을 효과적으로 영상화하는데 장진과 박광현 감독의 노력이 집중됐을 거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었고, 이미 연극을 본 관객들에게도 마치 전혀 다른 작품처럼 신선하고 유쾌한 느낌을 받았 만한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초반에는 극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주요 인물들의 설정과 곳곳에 배치된 농담들이 즐거움을 주는 반면, 중반 이후부터는 강하고 찡한 감동이 몇 개의 작은 허점들을 빠르게 메워 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후반부 폭격기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제법 스케일이 있었고 흥미로웠습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또한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귀를 울리며 특유의 느낌을 전달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히사이시 조는 이 영화에 대해 주제가 명확하고 감독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그건 아마 이 영화를 본, 보게 될 관객들의 생각과 일치할 거라고 봅니다. 관객들과 친밀감을 가져야 하는 대중영화의 특성으로 보면 이 영화는 분명히 강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스크린에 집중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습니다. 그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때, 그리고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요소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할 때 성립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쉽고 가벼우며, 등장인물들의 행동 패턴이 단순하고, 전체 줄거리가 감상성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영화의 매력을 이야기할 때 호감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게 되죠. 유난히 순박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묘사라든지, 스미스 대위를 구출하기 위해 마을로 오게 된 미군 부대원들을 너무 단순한 인간형으로 그린 것, 창조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감상주의에 빠진 마지막 전투 장면 묘사 등, 습속이라 부를 수 있는 안전하지만 관습적인 표현 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멧돼지 장면(보시면 압니다.)이나 팝콘 장면(역시 보시면 압니다.) 역시 좀 생뚱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F 연출가 출신 감독이라 그런지 CF처럼 잦은 판타지 영상을 삽입했는데,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영화 전체와 연관지어 생각하게 될 영상의 맛은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보면, 연기 부분에서 한국영화의 성장을 상징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정재영이 역할을 맡은 리수화 장교가 가장 잘 되었고, 나머지는 연기도 부족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어딘가 좀 밋밋하고 개성 없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강혜정이 연기한 여일이라는 역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하긴, 처음부터 여일은 여타 마을 사람들과 특별히 차이를 둘 만한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신하균, 임하룡의 연기는 그냥 평범해 보인 정도였고요. 되려 강원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한 단역들이 돋보였습니다. 강원도 사투리가 능한 심원철이 맡은 역이라든지 스미스를 따라다니는 꼬마 아이의 말투나 연기가 특히 재미있었죠.
[웰컴 투 동막골]은 개인적으로 좋아할 만한 개별적 장면은 있었지만, 전체를 보면 한계가 있었고, 감성적으로, 이성적으로 영화를 휘어잡을 만한 매력은 크게 없었던 영화입니다. 남북이 연합군이 되어 마을을 지킨다는 이야기가 흥미롭긴 하지만, 한동안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거나, 배우들의 얼굴이 생각난다거나, 대사가 들리는 것 같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은 앞으로 별로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강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바노와영화에게는 여러모로 평범한 영화 이상은 아니었고 좀 약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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