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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 녹색 의자, 활, 간 큰 가족, 태풍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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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41 조회2,8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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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의자 2004 ★★1/2

greenchair.jpg박철수 감독. 서정, 심지호 출연.

사실 '세상이 인정 못 할 사랑'이라는 문장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남의 사랑을 인정하고 안 하고 한다는 게 우스운 거죠. 두 사람만 사랑하면 그만이지 누구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세상의 편견은 다릅니다. 특히 32살의 여자와 19살의 미성년 남자의 사랑에는 원조교제라는 딱지를 붙이거나 삐딱한 시선으로 괴롭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죠.

이 영화가 유난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선진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논의돼 왔고 영화화된 테마의 국산화에 불과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파격멜로라는 우스꽝스런 왜곡으로 무시하고 관객은 마치 없었던 영화로 하자는 듯 전혀 주목을 하지 않는 등의 획일적 사회가 낳은 병폐를 목격하게 되니,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앞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더군요.


활 2005 ★★1/2

bow.jpg김기덕 감독. 한여름, 전성환 출연.

[활]은 고기잡이 배에서 할아버지와 평생을 생활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봄 여름...] 이나 [섬], [해안선] 등 현실의 삶에서 동떨어져 어느 특정 세계 안에서의 삶을 다루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대체로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활] 역시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하는 단순한 감정들이 경시되는 것 같고, 감독의 편견과 고집이 과잉되어 뭉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아예 대놓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뉴 리얼 월드를 다루던가요.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 [빈 집]에서처럼 좀 더 치열하게 삶의 현장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서울 시청 앞 한복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왜곡되고 냄세 나는 쓰레기들로 가득한 바로 이곳의 모든 것이 영화의 소재거리 아닐까요?


간 큰 가족 2005 ★★1/2

gan.jpg조명남 감독. 감우성, 김수로, 신구, 김수미, 신이 출연.

늙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자식들이 통일 자작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간 큰 가족].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눈덩이처럼 커가는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갖은 수를 써가며 노력하는 가족들의 고군분투가 과장과 억지의 단계를 넘어서 웃음과 감동으로 전해졌습니다. [황산벌]과 유사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상업영화의 성숙을 느끼게 해주었죠.



태풍태양 2005 ★★1/2

tpty.jpg정재은 감독. 김강우, 천정명, 조이진 출연.

전반부는 뻔한 드라마를 보는 듯했습니다. 인라인을 즐기는 젊은 친구들을 다루는 영상이야 뮤직비디오에서부터 각종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넘쳐나지 않습니까.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고 멋진 화면을 담기 위해 노력한 전반부가 10대, 20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려는 서비스였다면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후반부에 담고 있었습니다. 인라인이 좋아 타는 게 아니라 좋아할 무언가를 찾고 다닐 뿐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은 이들은 불길한 미래와 마주하고, 순간 현실은 태풍도 태양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고 말죠. 숨고 외면하고 방황하지만 그런다고 없어지는 일시적인 여드름 같은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들이 이걸 극복하느냐 마느냐 보다 더 궁금한 것, 과연 정재은 감독은 이걸 극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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