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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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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44 조회2,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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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

c_c_f.jpg팀 버튼 감독. 쟈니 뎁, 프레디 하이모어, 핼레나 본햄 카터, 크리스토퍼 리 출연.

1971년에 만들어진 [윌리 윙카와 초콜릿 공장]은 아름답고 소박한 동화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디어도 넘치고 진 와일더의 마술쟁이 같은 연기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빛깔의 세트는 모두 꿈에서나 봤을 법한 이미지의 모습이었죠. 예전에 만들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블루 버드] 같은 대부분의 판타지 동화들은 창의적인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매우 즐겁고 유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옮길 때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감독, 배우, 촬영, 미술, 편집까지 모든 영화 스텝들이 찬성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공통적인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비록 기술적으로 부족하거나 시도할 수 없었던 장면이 많았다 하더라도 영화 화면 구석구석에서 그렇게 모인 상상력이 돋보였다면 그건 결과로 나온 영화보다도 그런 바탕의 문화에 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만약 기존에 출판되어 소수라도 지지자가 생겨난 소설이 아니라 감독에 의해 창작된 어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할 때, 그것이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상상력에 의해 쓰인 것이라면 그걸 공감하고 동의해서 힘을 합칠 수 있는 스텝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어떤 나라의 문화적 바탕이 새로운 상상력의 물리적 재현에 적극적인 환경이라면 그곳은, 일류대 출신이 영화계에 많이 진출하든 진출하지 않든, 경제가 좋든 나쁘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관계없이 예술적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가 언제든지 누구에 의해서든 만들어지고 보여지고 환호받고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비가 자주 오고 안개가 심할 정도로 기후상 조건이 그리 좋지 못하고, 그래서 당연히 구름이 동동 떠 있거나 파랗고 높은 하늘을 자주 볼 수 없으며, 낮보다는 밤이 절대적으로 긴, 그래서 야외활동보다는 실내에서 아기자기한 상상을 많이 하게 된 북유럽 사람들의 오랜 습관은 바로 거대하고 비밀스런 초콜릿 공장을 구경하는 아이들의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또 그것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보듯 이런 경향은 개방된 지구촌의 21세기에도 북유럽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계속되는 진행형 문화입니다. 의도된 모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창의적인 것이죠. 부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상력들이 할리우드의 자본, 기술과 만나게 되면서 상업으로 변질되면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적어도 그동안은 그렇게 되어왔습니다. 영화는 계속 과거의 어떤 원작을 찾아 헤매는 상상력 부재의 사태에 빠졌습니다. 그 순간 영화는 그 원작의 하위 장르로 전락하고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원작까지 찾아서 읽거나 봐야 하는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그저 자본이나 대고 기술이나 적절히 쓰게 되면 이야기 창조에 큰 고민 없이도 영화를 만들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이 있는 영화를 또 다시 리메이크 하는 일이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리메이크할 영화마저도 부족해져 영화가 죽을 판입니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말하는 할리우드 제작자의 하소연은 벌써 수년 전 이야기가 되었고, 독창적인 영화들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80, 90년대 할리우드 감독들은 속속 이 유행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바톤 핑크]에서의 바톤처럼 유행하던 레슬링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하는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술주정뱅이로 파괴된 메이휴 처럼 그냥 따르게 된 것입니다.

만약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2005년에 다시 써서 책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그것이 단순히 기술적으로 진보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적 재현에 머무른다면 그건 마치 루이스 캐럴의 소설을 새로운 질의 종이로 멋진 그래픽 일러스트를 포함하여 새롭게 출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고, 그렇게 출판한 회사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고 인기를 가져가도 그것은 글로 된 최초의 작품을 쓴 루이스 캐럴의 절대적인 소유물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게 되죠. 다시 말하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는 따로 시간을 내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죠 [피터 팬]을 창조한 제임스 배리의 이야기를 [피터 팬]의 현대적 재현이 아니라 그 작품의 탄생 배경을 다루며 하고 싶은 이야기에 접근했던 [네버랜드를 찾아서]가 걸작인 이유와는 달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기술적으로 진보된 시대에 재현한 [윌리 윙카와 초콜릿 공장]에 머무르는 작품이었다는 점은, 좀 약하게 말하면 양장 증보판영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게 말하면 그냥 돈을 처발라서 다시 만든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십 년 후 제2의 팀 버튼이 나타나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기술적 완성도가 별로라며 다시 더 뛰어난 그래픽으로 범벅을 하면서 리메이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서 그 영화는 더 걸작이고 2005년 판은 순식간에 그냥 그런 영화로 전락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기존 이야기나 상상력에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리메이크 영화는 어떤 경우가 되었든 좋게 평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던 조나단 드미의 [만츄리안 캔디데이트]는 왜 살아야 하고, 그냥 재현한 조엘 코엔의 [레이디 킬러스]는 왜 죽어야 하는 영화인지 자명한 거죠.

물론 재미있습니다. 정말 영악하다 싶을 정도로 팀 버튼은 화면을 잘 꾸며 놓습니다. 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스텝들과의 호흡이 잘 어우러진 결과죠. 쟈니 뎁은 별로였지만 프레디 하이모어는 무척 내공이 센 어린 친구입니다. 아이들도 귀엽고 그 난쟁이 종족도, 유쾌한 뮤지컬도 모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장르는 다르지만 재미있는 오락액션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되지, 보고 또 보고 그럴 정도로 기존 작품과 다른 매력이 넘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분명히 수준 차이가 나는 것이 확 보이는 평범한 한국영화들과 똑같이 **1/2을 줄 수는 없고 ***을 매길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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