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도다! - 킹콩 *** 해리포터와 불의 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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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46 조회2,6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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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감독. 나오미 왓츠, 잭 블랙, 에드리안 브로디 출연.
2005년판 [킹콩]은 여전히 흥미로운 할리우드라는 세계를 반영합니다. 영화의 산업적 발전을 가져온 30,40년대 황금기를 거치고, 대형화, 집중화된 문화의 세계화를 이끌며 20세기를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을 추억하는 그들은, 디지털이 접수한 21세기에도 지구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협적인 동물, 거대한 공룡, 미지의 세계 등에 흥미를 느끼면서 과거를 떠올립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상상 속에서만 맴돌던 꿈같은 이야기들이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차차 물리적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할리우드는 21세기 하드웨어에 20세기 이전까지의 소프트웨어를 장착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반지의 제왕]으로 자신감을 얻은 피터 잭슨에게 [킹콩]의 기술적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1976년에 리메이크된 작품보다는 1933년 작품에 더 가까운 [킹콩]을 만들면서 원작에 대한 존경을 표함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절정과 쇠락을 함께 공유하며 역동적으로 살았던 당시의 생활상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1933년도에 메리안 C. 쿠퍼가 만들던 그 마음 상태 그 정신을, 마치 그의 분신이라도 되듯 간직한 채, 할 수 있는 모든 초현대적 테크놀러지와 함께 영화에 그대로 투영시켰습니다.
좀 길다 싶을 정도로 중요하게 다룬 영화의 초반부와 뉴욕의 하늘과 마찰하는 가장 높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선 킹콩과 전투용 비행기들과의 혈투를 보여주는 후반부는, 어둡고 날카로운 C.G가 지배했던 해골섬에서의 시시한 액션과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환상적인 시각적 흥분을 제공해주며, 킹콩이 인간에게 느낀 사랑의 감정을 더 절실하게 표현시키는데 적절한 색감으로 화면을 유지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이 트는 장면으로 빛을 아름답게 이용하고 있어서, 그런 피터 잭슨의 의지를 잘 보여준 부분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1976년판 재시카 랭의 이미지를 복사한 나오미 왓츠(앤 데로우 역)의 모습이나, [시민케인]을 발표하고 많은 사람이 몰려 시사회장에서의 흥분된 얼굴이 인상적이었던 때의 오손 웰스를 연상케 하는 외모로 나오는 잭 블랙(칼 덴햄 역)의 좌충우돌 연기, 제작연대에 따라 조금씩 나아지는 킹콩의 다양하고 섬세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킹콩]은 여러모로 영화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여기서부터 슬슬 단점을 논해야겠지요. 곳곳에 매우 황당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해골섬에서 이루어진 건데요. 초식, 육식 가릴 것 없이 공룡들이 아주 우스꽝스럽게 나왔습니다. 몸집에 비해 턱없이 작은 먹을 것에 불과한 인간 하나를 사냥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사투를 벌이는 공룡들의 꼴이 너무 웃겼습니다. 거대한 곤충의 습격은 또 어떻습니까. 몸에 붙은 곤충을 죽이려고 총을 쏴대는데 인간은 멀쩡하군요. 그 와중에 타잔도 등장합니다(보시면 압니다.). 거대한 초식공룡 사이스모사우루스가 적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도 매우 기이한데요. 그 무리들 발밑으로 인간들도 떼지어서 달아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살아남습니다. 공룡 달리는 속도가 아무리 늦어도 설마 무거운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부착한 물건을 들고 뛰는 인간이 달리는 속도보다 못할까요. 도망가다가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절벽으로 떨어지고 나뒹구는 공룡들을 보니 그들의 뇌를 작아도 너무 작게 묘사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사이스모사우루스는 초식공룡이지만 거대한 몸집 덕에 사실상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에서는 무시되었죠. 석양을 보며 고독에 빠져 있는 킹콩의 모습도, 티라노의 입을 찢는 모습도, 보기에 따라서는 헛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해골섬의 무식한 원주민들은 피터 잭슨의 오랜 벗, 눈을 뒤집어 깐 좀비들로 무장시켰죠.
가장 아쉬웠던 것은 킹콩의 죽음입니다. 많은 사람이 가슴 아프게 받아들였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합니다. 1933년, 1976년 작, 그리고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보통인의 처지에선 당연한 결론이었겠지만, 저라면 단지 한 인간 여자를 사랑한 난폭한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종족 내에서 최선을 다해 운명에 충실한 삶을 산 평범한 동물 킹콩으로 묘사했을 것 같습니다. 앤 데로우를 발견하고 빙판에서 미끄럼을 즐기던 순진한 킹콩이 자신을 위협하는 적들을 빌딩 꼭대기에서 단숨에 날려버린 후, 그의 죽음을 걱정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에 의해 다시 섬으로 옮겨지는 결말이었으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거대한 동물이나 외부의 위협적인 존재에 대한 묘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19세기, 원숭이와 인간이 같은 존재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오류를 거듭해 왔습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그 오류들은 수정되고 있습니다. 유럽인 못지않은 훌륭한 문화가 세계 각지에서 발전해 왔으며, 인간에 버금가는 창조적인 생명체들이 수억 년 동안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적 변화와 문화의 성숙에 따라 대형 고릴라에 대한 묘사도 72년 전과는 다른 결말로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메이크를 결정한 당사자들도 킹콩이 72년 전과는 달리 더이상 신비롭지도 위협적이지도 않다고 믿었으니까 각종 공룡이나 거대한 곤충들을 동원해 더 큰 비주얼적 위협을 강조한 것 아닌가요.
물론, 제2의 메리안 C. 쿠퍼가 되기로 작정한 피터 잭슨이 다른 결말로 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아마 이런 생각조차 안 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그는 충실하게 백인들의 우수한 문명을 뉴질랜드와 미국을 오가며 홍보하는 사람에 불과하니까요. 우리가 우리의 문명을 홍보할 감독 하나 장만해 놓지 못하는 동안, 벌써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그들의 광범위한 문화의 세계화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처럼 자국의 문화를 비하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전 세계 국가에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참 씁쓸하기도 하면서 걱정도 되면서, 킹콩의 슬픈 눈빛을 보며 우울감에 빠진 채 감상을 마친 영화였습니다.
[킹콩]의 주연배우는 킹콩이고, 이 영화는 괴물인 인간들에게 주연배우가 죽임을 당하는 영화입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 ★★★1/2
마이클 뉴웰 감독.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출연.
해리 포터 시리즈는 계속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낭만적이었던 1,2편과 색다른 묘미를 주었던 3편에 이어 처음으로 영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4편은 어쩌면 시리즈 중 가장 영국적일지도 모를 판타지 속으로 관객을 안내합니다. 흔히 놀이동산의 광고 카피에 쓰이는 문구인 '꿈과 모험이 함께하는 곳'은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에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갖는 전 시리즈와 다른 매력은 아마 트리위저드 세 가지 과제를 실행하는 과정과 긴장감일 것입니다. 헝가리 혼테일이라는 사나운 용과 싸우는 것, 호수 깊은 곳에 묶여 있는 사람을 구출하는 것, 살아 움직이는 미로를 빠져나가는 것 등 마치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 12가지 고역이나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같이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죠. 그밖에 댄스 파티 장면이나 친구들의 따돌림을 접하는 해리의 모습 등에서도 성장영화로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 댄스 파티가 갑자기 락콘서트 분위기처럼 변하면서 장난스러워 진다든가, 한편으론 지나치게 무서워진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찬성할 수 없었고 뭔가 시리즈의 특징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염려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해리 포터는 가장 흥미진진한 영화 속 인물이며, J.K. 롤링이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 해리 포터를 수퍼맨으로 바꿔버리거나, 엉터리 감독이 나타나 시리즈를 망치지 않는 한, 언제나 최고의 점수를 받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족: 최근에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감독이 [슈렉1,2]의 앤드류 아담슨이라는 점이 걸립니다. 전 이 감독의 스타일이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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