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안개의 집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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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28 조회3,0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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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페렐맨 감독. 제니퍼 코넬리, 벤 킹슬리 출연.
이 영화는 [모래와 안개의 집]이라는 소설을 우연히 접하고, 우크라이나 출신인 바딤 페렐맨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만들게 된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소설과 달리 단순히 이민자의 설움만을 목표로 만들어 진 작품은 아닌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래'나 '안개'라는 제목의 단어에서부터, 집의 소유권을 두고 벌이는 싸움까지 모두가 마치 잘 계획된 정치풍자극을 떠올리게 했는데, 아마도 감독은 이런 풍자적 요소에 매력을 느껴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벤 킹슬리가 열연한 극중 베라니는 아랍사람인데 아시다시피 이슬람국가는 모두 사막에 건설된 문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국가들은 마치 안개처럼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규정된) 사회, 정치 체제라는 특징을 역시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주 정부의 실수로 집을 뺏기게 된 캐시(제니퍼 코넬리 역)나 그녀를 도와주는 여변호사나 레스터 형사(론 엘다드 역) 이들 모두 아랍인들을 편협한 시선으로 경계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백인으로 나오는 등, 감독이 뭔가 단단히 벼르고 준비한 포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본주의에 익숙지 않은 베라니가 자본의 나라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집을 산 뒤 몇 배 불려서 팔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집을 둘러싼 부딪힘은 이미 개인의 정의감이나 욕망을 넘어선 불평등한 관습과 모순적인 구조에 원인이 있음을 또한 보여주고 있죠.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심스럽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베라니 부부의 모습은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먼 나라로 이민을 간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이겠지만, 특히 아랍사람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요즘의 미국사회를 생각해본다면 더 실제 느낌을 주는 묘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극에 달하면 마침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사건을 그렇게까지 몰고간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눈빛으로 가득한 주요 백인들의 얼굴은, 공격의 이유로 제시했던 증거는 찾아내지 못한 채, 끝내 수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부끄러운 전쟁을 일으킨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연상케 했으며, 마치 전쟁의 정당성을 두고 한참 할리우드가 들썩일 때, 마이클 무어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미국인이 아니라는 상대적인 자유로움을 가진 감독이 작정을 하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이키 광고를 만들기도 했던 감독의 전력을 소홀히 생각한 제멋대로의 판단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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